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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명, 평화

용산 참사, 그리고 평화를 전하러 온 예수

by 이윤기 2009.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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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사건을 예언해 준다고 믿고 있는 꼬리별이 나타났다. 전쟁이나 불행, 중요한 사람의 탄생 같은 것을 알려주는 별 말이다.

천문학자들의 예측보다 빨리 나타난 꼬리별을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통치하는 왕의 아들인 열두 살 멜히오르가 맨 처음 발견하였다.

선생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아버지인 왕은 망원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꼬리별을 아이는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꼬리별은 예언의 징표다. 서쪽에 있는 먼 나라에서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데, 그 왕은 왕국도 군인도 재산도 갖고 있지 않지만, 세상 모든 왕들의 왕이 된다는 예언 말이다.

새로 태어나는 모든 왕들의 왕을 만나기 위해, 메소포타미아 왕은 별을 쫓아 순례단을 이끌고 서쪽으로 길을 떠난다. 꼬리별은 세상을 평화로 다스릴 평화의 왕이 태어날 것임을 알리는 징표이다.

그러나, 꼬리별은 열두 살 소년에게도 어서 함께 길을 떠나자고 재촉하고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그날 밤, 열두 살 왕자는 꼬마낙타를 타고 순례단을 쫓아 길을 나선다. 다행이 사막의 바람이 순례단의 흔적을 지워버려도 꼬리별은 계속 길을 일러준다.

부모 몰래 꼬리별이 알려주는 대로 길을 나선 멜히오르. 그러나 꼬리별이 길을 알려주는 아이는 한 명이 아니다. 멜히오르는 모래 폭풍을 뚫고 도착한 오아시스에서 시리아의 왕자 발타자르를 만난다. 두 소년은 서로 상대방이 꼬리별을 따라 새로운 왕을 찾으러 가는 길임을 알게 된다.

꼬리별이 새로운 왕이 태어나는 곳을 향해 길을 이끌어주는 또 다른 한 명은 ‘카스피리나’. 이집트에서 온 카스피리나는 이집트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천문학자의 딸이다. 꼬리별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흑인 소녀인 ‘카스피리나’는 멜히로르와 발타자르처럼 꼬리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왕이 어느 도시에서 태어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엄마나 가정교사처럼 두 소년을 독려하고 다독이면서 꼬리별이 일러주는 길을 따라 새로운 왕을 찾아가는 길을 이끌어간다.

<별은 쫓는 아이들>은 멜히로르 왕자, 발타자르 왕자와 카스피리나. 이렇게 세 아이가 사막을 지나 평화의 왕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 세 사람의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

새로 태어나는 '평화의 왕'을 만나러 가는 아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이가 흑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여자 아이라는 사실은 백인, 그리고 남성이 중심이 된 기독교 문화권 독자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메시지이다.

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 이야기는 몇 구절에 불과하지만, 루이제 린저의 상상력이 보태져 <별을 쫓는 아이들>은 150여 쪽이 넘는 긴 이야기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별을 쫓는 아이들이 찾아가 만난 새로 태어나는 왕은 ‘평화’의 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이 아이는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란다 ! 아이의 왕국은 이 땅도 그 어느 땅도 아니야. 아이는 영토도 왕관도 권력도 재산도 원하지 않을 거란다. 이 아이는 단지 평화와 정의만을 따를 거야.”(본문 중에서)

이스라엘에 새로 태어난 왕의 어머니가 별을 쫓아 온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녀는 메소포타미아와 시리아의 왕들이 새로 태어나는 ‘왕’을 경배하며 바치고 간 금화와 금단추 역시 받을 수 없으니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하라고 이른다.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은 그냥 버리는 거라고 일러준다.

“버리렴. 너희를 욕심 가득하게 만들고, 질투하게 하고, 인정 없이 만들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버리렴. 금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금을 원하게 될 거야. 밤이건 낮이건 어떻게 하면 더 모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거고, 도둑에게 금을 뺏길까봐 두려워 잠도 못 자게 되지. 결국 마음에 병을 얻게 된단다.”(본문 중에서)

평화의 왕을 낳은 어머니는 별을 쫓아 온 아이들에게 또 다시 좋은 왕이 되라고, 평화의 왕이 되라고 당부한다.

“부디 좋은 왕이 되어서 전쟁을 일으키지 말고 죄 없는 사람들도 죽이지 말거라.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빵과 집을 빼앗지 말아라. 이 아이처럼 평화의 왕이 되어라. 그리고 잊지 말아라. 너희들이 이 평화의 왕을 만났다는 사실을.”(본문 중에서)

두 왕자는 평화의 왕이 되었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천년 전 새로 태어난 ‘평화의 왕’을 믿고 따른다고 신앙고백을 하는 많은 지도자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을 죽이고 가난한 사람에게서 빵과 집을 빼앗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수 많은 미국 대통령들은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예배 때마다, 이천년 전 새로 이 땅에 온 ‘평화의 왕’이 가르쳐 준 기도문을 암송하는 최고 지도자가 있는 이 나라에서는 가난한 세입자들의 집을 빼앗는 과정에서 여섯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죽음을 당해야 했다.

<별을 쫓는 아이들>은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루이제 린저가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절실하다.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과 지구촌 곳곳의 가난한 나라에서 가난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세상을 여전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해마다 어김없이 다시 찾아오는 성탄절,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이천 년 전 이 땅에 온 ‘평화의 왕’이 전하는 메시지를 되새겨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루이제 린저가 지닌 문학의 힘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를 가슴 따뜻한 평화의 메시지로 바꾸어 우리에게 전해준다.




독일의 대표적인 반나치 여류작가인 루이제 린저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통해 이 땅에 ‘정의와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이야기를 아이들을 위해서 새로 썼다.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산문 작가로 평가받는 루이제 린저는 우리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생의 한 가운데>라는 작품이 오래 전에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고, 그보다 후에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납치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록 <상처 받은 용>을 쓴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북한 기행을> 비롯한 한국관련 저서도 많이 집필했다고 한다.

이북과 이남을 모두 여행한 루이제 린저는 한반도를 가리켜 ‘천의 얼굴을 지닌 산의 나라’라고 극찬했다는 것이다. 그는 생전에 10여 차례 북한을 방문, 금강산 등 명승지를 둘러보고 산과 나무의 어울림에 반했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루이제 린저가 김일성 주석과 나란히 찍은 사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작가의 이런 이력 때문에 <생의 한 가운데>를 제외한 그녀의 작품이 남한에 널리 번역되어 소개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독일 작가가 전하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천 년 전 새로 온 ‘왕’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다시 만나보시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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