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왜 모든 국민이 똑같은 죄인인가?

by 이윤기 2014. 4. 28.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왜 모든 국민이 똑같은 죄인인가?

 

동시대를 살아 가는 어른으로서 함께 느끼는 책임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귀중한 생명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은 것을 보며 함께 마음 아파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너무도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자마자 권력과 정부의 나팔수 같은 방송과 언론이 "전 국민이 죄인이다"라고 몰아가는 분위기는 정말 싫습니다. 아울러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고 하는 물타기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라디오 방송이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래와 같은 글을 보면 보면 쉽게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전 국민 모두가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누가 잘못하였나요? 누가 잘 했나요? 죄인을 향해 당당하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잘못이 없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도 이념도 떠나 국가적 슬픔이란 사실 뿐입니다."


"지금은 국민들이 내 탓, 네탓을 따질 것이 아니라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가급적 평정심을 찾고 평상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첫째,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슬픔에 잠겨 있다"는 말에 전혀 공감할 수 없습니다. 사고 이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준 일이 없고,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단 1명의 생존자도 구조해내지 못하였지만 국가원수로서 그리고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한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 접견 당시에 화려한 옷을 입는 등 구설에 오르는 일만 있었습니다.

 

 

국민 모두를 죄인으로 한심한 정부와 언론

 

아울러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에 나온 것 처럼, 역대 대형 사고 당시 대통령의 발언을 비교해 놓은 것을 보아도 대통령이 국민들과 함께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슬픔에 잠겨"있다는 말에는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둘째, 모두의 책임이다는 주장에도 공감할 수 없습니다. 나라가 이꼴이 된 책임이 국민 모두에게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책임의 경중은 분명이 있습니다. 법과 제도를 좌지우지 하는 권력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습니다.

 

당연히 현장에서 승객 구조 활동을 했어야 하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으며, 최초 세월호에 도착했던 해경 경비정에 타고 있던 경찰들에게도 더 큰 책임이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당일부터 구조활동을 지휘했던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구조활동에 가장 중요한 시간을 허둥지둥하다 흘려 보낸 책임, 그리고 구조활동 과정에서 생긴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구조활동이 마무리되고 나면, 구조 실패에 책임도 규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고 당일과 사고 다음 날까지 가장 중요한 초기 구조에 실패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현재 검경이 합동으로 수사하고 있는 선박회사, 선주 그리고 안전검사 등과 관련 있는 각종 정부 기관이나 협회도 책임이 있고, 잘못이 있습니다.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명백하게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있고,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선거와 투표가 아니면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일반 국민들과 법과 제도를 만드는 대통령,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의 책임이 똑같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국가적 슬픔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런 기막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허술하게 만든 권력자들의 책임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100배 1000배 무겁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정심을 되찾을 때가 아니라 국민은 분노해야 할 때

 

셋째, "지금은 내 탓, 네 탓을 따질 것이 아니라 수습에 최선을 다할 때"라는 말도 일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 맞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내 탓, 네 탓을 따지지 않으면 곧 잊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적 관심이 있을 때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잘 했는지 따져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다 사고 수습에 나설 수도 없습니다.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정부 합동 대책반은 최선을 다해 구조, 수색을 해야하고, 또 누군가는 장례를 지원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치료하고 위로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방송과 주요 언론은 슬며시 구조 활동이라는 용어 대신 '수색 작업'이라는 용어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지금부터 "내탓, 네탓"을 따지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미 언론과 방송은 조금씩 발을 빼기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국민들의 관심도 사그라들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생업을 제쳐두고 한정 없이 오랫 동안 '슬픔'을 함께 나눌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무능한 권력을 선출한 책임 '통감'

 

따라서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식기 전에 철저하게 "내탓, 네탓"을 따져야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슬픔'이 조금씩 사그라들 때도 누군가는 "분노"를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코 재발방지책 같은 것은 마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이든 사람으로서 "이렇게 무능한 대통령과 권력자들에게 국가를 운영하도록 맡긴 책임"이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가장 큰 잘못도 역시 "무능한 대통령과 권력자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을 막지 못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고 있습니다.

 

제발 권력과 언론은 '국민모두의 책임'이라고 뒤집어 씌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져야 할 가장 큰 책임은 "무능한 대통령과 권력을 선출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국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면 '무능한 권력'을 향해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