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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모기 기피제, 아이들에게 마구 뿌려도 좋을까?

by 이윤기 200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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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등산, 낚시, 캠핑등 야외활동이 늘다보니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드시 야외 캠프가 아니어도, 캠프활동에 참가한 어린이들 대부분이 모기 기피제를 준비해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캠프에 참가시킬 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꼭 모기기피제를 뿌리거나 발라달라고 특별히 당부하는 학부모들도 많이 있습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는 것을 무슨 큰 상처를 입거나 혹은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이들이 캠프활동 중에 모기에 물리면, 마치 교사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중에 학부모들로부터 핀잔을 듣는 것이 싫어서 아이들에게 모기 기피제를 뿌려주자고 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모기 기피제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요?

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기기피제의 주요 성분은 ‘디에틸톨루아미드’라고 하는 방충 화학약품입니다. 1950년대 미군에서 군사적 용도로 개발된 디에틸톨루아미드는 출산, 뇌신경, 심장질환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2005년부터 디에틸톨루아미드 사용을 억제하도록 하고 천연성분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시는 청취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모기 기피제가 성인용과 어린이용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아마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캠프에 참가할 때 모기 기피제를 가지고 오는 어린이들 중 대부분이 엄마, 아빠가 준비해 준 ‘성인용’ 모기 기피제를 그냥 가지고 오는 것으로 보아 성인용과 어린이용이 따로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성인용과 어린이용 제품이 따로 있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농도가 높은 제품이 모기를 더 잘 쫓을 것이라고 하는 틀린 상식 때문이기도 할 것 입니다.

식약청에 따르면, 모기 기피제의 농도는 지속시간을 결정할 뿐이지 더 강력한 퇴치효과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5% 농도 제품 약효는 2시간, 30% 농도제품 약효는 3시간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야외활동 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저농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입니다.

식약청에서는 어린이용 모기 기피제에는 ‘디에틸톨루아미드’ 성분이 10% 이하인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농도가 높은 제품이 아이들에게 가려움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 뇌 손상에 따른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기 기피제 중에는 3살 이하, 혹은 2살 이하 어린이에게는 사용을 금지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마구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모기 기피제는 얼마나 해로울까요? 기본적으로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고, 모기만 퇴치하는 화학약품은 없습니다. 대부분 모기 기피제는 플라스틱 안경테, 합성섬유, 고무제품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살충 성분이 포함된 화학약품으로 만든 모기 기피제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입니다.

모기 기피제가 얼마나 몸에 나쁜지는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됩니다. 환경 과학자들은, 모기 기피제 뿐만 아니라 스프레이 모기약을 비롯한 대부분의 모기약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많은 소비자들이 적절한 사용량과 사용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는 것은 상처도 아니고 질병도 아닙니다. 뇌염모기와 같은 위험한 모기가 아니라면, 여름을 지내는 동안 모기에도 한 번 안 물리도록 나약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화학약품으로 만든 살충성분의 모기약을 아이들에게 마구 뿌리는 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일인지 꼭 한 번 다시 생각해볼 일입니다.


***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시민기자칼럼 8월 12일 방송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