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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트라이애슬론

왕초보의 바다 수영 도전기

by 이윤기 2014.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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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수영장에서 수영 강습을 시작한 지 10개월째 입니다. 실내 수영장에서만 수영을 하다가 최근 바다 수영에 도전하였습니다. 지난 1월에 10월에 통영에서 개최되는 트라이애슬론 대회(오림픽 코스)에 참가신청을 해두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코스에 참가하려면 바다 수영 1.5km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실내 수영장에서도 장거리 연습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실내수영장에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해도 2km까지 쉬지 않고 수영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연습을 하였습니다만, 여러 수영 고수 분들이 수영장 수영과 바다 수영은 많이 다르다고 걱정을 하시더군요.


철인 3종 풀코스 완주 경험이 많으신 YMCA 선배님께 바다 수영 연습 때 좀 같이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하였더니 마침 바로 연락이 왔더군요. 그래서 자전거 국토순례를 마치고 1주일 만인 지난 8월 10일 감기 몸살도 낫지 않은 몸으로 난생 처음으로 바다 수영을 하러 갔습니다. 


진동...광암 바다에 들어갔더니...


일기 예보에는 비소식이 있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약간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차를 타고 진동까지 가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약속시간에 맞춰 갔더니 벌써 두 분이 오셔서 슈트를 입고 준비를 하고 계시더군요.


진동 광암은 옛날 해수욕장이 있었던 곳인데 해수욕장이 폐장되고 나서는 비교적 한적하였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었고 바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더군요. 방파제를 따라서 왕복 1km 정도 되는 코스가 연습 구간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슈트를 장만하지 못했는데, 철인 3종을 하시는 선배님께서 입던 슈트를 빌려 주셨습니다. 떨리고 긴장 되는 마음으로 슈트를 입고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역시 철인 클럽 멤버이신 한 분이 저의 첫 연습을 도와 주셨습니다.  그 분이 먼저 앞장서서 가시고  선배님에 저를 뒤 따라 오신다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고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철인 3종을 완주한 두 분이 앞 뒤에서 커버를 해주셨습니다만, 그래도 떨리고 걱정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더군요. 어떤 사람은 처음 바다 수영을 하러 갔다가 시커먼 바다 밑을 보고 두려움이 밀려와 그냥 되돌아 나왔다는 분들도 있고, 슈트가 너무 조여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터라 쉽게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제가 마음속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두 분은 성큼성큼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허리 깊이 만큼 물속으로 걸어가시더니 철인 클럽 멤버 한 분이 먼저 수영을 시작하였습니다. 천천히 갈테니 잘 보고 따라오라고 하였습니다. 


꽉 조이는 슈트...답답한 가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저도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바닷물이 깨끗하지 않아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더군요. 서너 번 팔다리를 휘 젓고 나서 물속을 보니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깊이라는 것은 알 수 있겠더군요. 하지만  바닷물이 약간 누런 황토 빛을 띠고 있어서 깊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뭐 어차피 깊이를 가늠한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수영장에서 배운대로 호흡을 하면서 최대한 팔동작을 가볍게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만, 꽉 조이는 슈트를 입으니 팔동작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더군요. 그리고 앞서 가시는 분을 쫓아 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가신다고 했지만 처음 바다에 뛰어든 제가 따라가기에는 느린 속도가 아니더군요. 여유 있게 뒤를 돌아보시면서 제가 잘 따라오는지 살피시면서 갔지만 저는 전력을 다해 쫓아가는 꼴이었습니다. 결국 300미터쯤 헤엄쳐서 따라가다보니 숨이 차서 쫓아가기가 어렵더군요.




여름 감기에 걸려 목에 가래가 많이 붙어 있는 탓도 있었겠지만, 슈트를 입고 수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오면서 숨을 쉬는 것이 힘겹게 느껴졌습니다. 호흡이 불안정해서 계속 뒤쫓아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 7~8미터만 해엄쳐서 가면 방파제까지 갈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코스를 벗어나서 방파제까지 빠르게 헤엄쳐가서 난간을 잡고 매달려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뒤쫓아 오시던 선배님이 왜 그러냐고 물어시더군요. "숨이 가빠서 쫓아 갈 수가 없어서 좀 쉬려고 그런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쉬는건 물에서 쉬면 되는데 왜 거기까지 갔냐"고 하면서 웃으시더군요. 슈트를 입으면 부력이 있기 땜분에 물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면서 물속으로 들어와서 그냥 한 번 서 있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순간 또 긴장이 몰려왔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머리만 내밀고 발을 앞뒤로 저었더니 정말 서 있을 수가 있더군요. 


앞만 보고 쭉 가는 것이 이리 어려울 줄 몰랐다


내색은 안했지만(어쩌면 다 알아챘을 수도 있습니다만)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 물속에 서서 숨을 골랐습니다. 1분 정도 호흡을 안정시킨 후에 다시 출발하여 방파제가 끝나는 지점까지 쉬지 않고 헤엄을 쳐서 갔습니다. 최대한 팔동작을 최대한 천천히 하였지만 슈트 때문에 수영장에서처럼 자연스런 동작이 나오지는 않더군요.


방파제가 끝나는 반환점에서 물 속에 서서 잠깐 쉬었다가 되돌아 나왔습니다. 나올 때는 500여 미터를 한 번도 쉬지 않고 헤엄쳐서 나왔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해파리 떼를 만났습니다. 방파제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져서 되돌아 나왔는데 물속에 해파리들이 둥둥 떠 다니더군요. 


해파리에 쏘이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팔을 허우적 거리면서 해파리를 피해 헤엄을 쳤습니다. 문제는 해파리를 피하느라고 방향을 놓쳐버렸다는 겁니다. 자주 자주 고개를 들어 앞에 가시는 분을 보면서 헤엄을 쳐야 했는데, 해파리에 신경을 쓰느라 물속만 보고 수영을 하였던 겁니다. 


한 참을 해파리를 피해다니다가 고개를 들고 앞을 보니 아무도 없는 겁니다. 깜짝 놀라서 다음 호흡을 하면서 좌우를 둘러 봤더니 앞장을 섰던 분이 왼쪽으로 10여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헤엄을 쳐서 바닷가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뒤 따라 오시던 선배님은 깜짝 놀라서 "어디로 가냐?"고 말 부르고 계시더군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열심이 발과 다리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한 참 후에 또 고개를 들어보니 이번에는 왼쪽으로 너무 많이 갔더군요. 두 분도 제 오른쪽에서 천천히 헤엄을 쳐서 바닷가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습니다.


반환점을 돌아 나올 때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바닷가까지 잘 나왔지만 지그재그로 헤엄을 쳤습니다. 수영장 처럼 레인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방향을 잡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더군요. 앞만 보고 쭉 가면 된가고 하는데, 앞만 보고 쭉 앞으로 헤엄치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바닷가로 나왔더니 두 분 모두 "처음 한 것 치고는 잘 했다"고 격려를 해주셨습니다만, 워낙 헤매다녔던 터라 저는 좀 민망하더군요. 앞장 서서 물길을 잡아 주셨던 철인께서는 "우리는 1km 갔다 왔지만, 초보께서는 지그재그로 갔다왔기 때문에 1.5km 연습한 거나 다름 없습니다" 하시며 웃으시더군요.


바다 수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똑바로 앞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수영장에서는 레인이 있고 바닥에도 선이 그으져 있기 때문에 선을 보고 가면 되는데(수영장에서도 가끔 레인에 부딪치는 일이 있지만), 바다에서는 방향을 잡고 직선으로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는 슈트에 적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가슴을 압박하는 느낌이 너무나 답답했는데, 나중에 쉬면서 슈트속에 물을 좀 넣었더니 답답한 느낌은 좀 덜하더군요. 실제로 숨이 차는 것도 있었지만 슈트가 가슴을 압박하니 더욱 숨이 차는 것 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틈나는대로 철인들이 연습하는데 꼽사리껴서 바다 수영 연습을 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바다 수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슈트를 입으면 그냥 물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바다 수영 배우기...앞으로도 쭉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