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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에 빗대는 영감놈들

by 이윤기 201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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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른으로 존경받고 있는 채현국 선생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 친구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노인세대를 어떻게 봐달라고..."하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고 합니다.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노인들이 하는 걸 잘 봐두라고 하였습니다. 적어도 당신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는 저런 꼴이 되지 않도록, 노인들의 저꼴을 봐주게 되면 결국 당신들도 노인이 되었을 때 저 꼴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침 운동을 하러 갔다가 그냥 봐줄 수 없는 노인 놈들(나이든 사람들이 사람 노릇 제데로 못하는 젊은 사람을 이렇게 부르니)을 만났습니다. 매일 아침 모여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욕하는 노인 놈들인데 오늘 아침엔 진동에서 일어난 폭우로 인한 교통사고에 빗대어 지랄들을 하더군요.




어제 마산을 비롯한 경남 지방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진동에서는 버스기사가 폭우로 버스 노선이 막히자 농로로 우회하다가 불어난 물에 휩쓸리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1명이 사망하였고 버스기사를 비롯한 승객들이 실종되었지만, 아직 정확히 몇 명이 탑승하였다가 실종하였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모여서 세월호 유족들과 유민 아빠를 욕하는 영감놈들이 오늘 아침에는 진동 교통사고를 세월호 사고에 빗대어 비난을 늘어놓더군요. 그 노인 놈들 중에 매일 아침 분위기를 주도하는 노인 놈이 있습니다. 


"어제 진동에서 버스가 물에 떠내려 갔잖아. 운전기사 그 새끼도 미친놈이지 비가 그렇게 퍼붓는데 농로로 왜 가서 사람들을 다 죽이고." "세월호 단식하는 놈들 주장대로면 진동에서 죽은 사람들도 특별법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안 그래요(불 특정 다수의 노인 놈들에게 동조를 구하면서)"


그러자 다른 노인 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 말에 동조하더군요. 


"그래 부산에서도 폭우로 사람이 죽었다던데, 그 사람들도 다 특별법 만들어서 보상해줘야지. <세월호)그놈들 말대로라면 앞으로 사고 날 때마다 다 특별법 만들어야지. 세월호 단식한다고 누워있는 그 놈이 '민주노총' 소속이라고 하더구만. 내 그럴줄 알았다니까"


이번에는 먼저 이야기를 꺼낸 노인 놈이 다시 그 말을 받았습니다. 


"그래 민주노총이라 카대. 그러니까 그렇게 목숨 걸고 투쟁하는거지. 그놈들은 맨날 그렇게 싸우던 놈들이잖아"


이들에게 동조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 놈들이 한 두 더 있었지만, 주변에 있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노인놈들의 대화를 외면하였습니다. 더 이상 호응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탓인지 이들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멍청한 노인 놈들은 진동에서 폭우로 일어 난 교통사고와 세월호 사고를 똑같은 사고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사실 노인 놈들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어제 페이스북에서 만난 젊은 놈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놈이 있더군요. 


어제 진동에서 일어 난 사고는 원인이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대부분 원인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사고 원인과 탑승자 숫자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엄청나게 쏟아진 폭우 때문입니다. 


엄청난 집중 호우로 갑자기 물이 불어나 원래 운행하던 노선으로 버스를 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버스 기사가 우회 노선을 찾아나섰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이 정도 사고 원인은 대부분 동의할 것입니다. 


물론 폭우로 물이 불어나서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회사에 보고를 하였는지, 보고를 받고도 회사가 계속 운행할 것을 지시했는지 하는 것은 더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인재라기 보다는 천재에 가까운 사고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태풍이 와서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푹풍이 몰아쳐서 구조가 힘들었던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상식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화물을 많이 실었을 수도 있고, 낡은 배를 운행 하였을 수도 있고, 항해사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식으로도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그외 다른 의혹이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확인된 것처럼 CCTV가 동시에 꺼졌다던지, 사고 시간이 정확하지 않다던지, 어떤 이유로 탈출을 지시하지 않았는지, 침몰이 시작될 당시 왜 해경은 구조를 안 했는지, 침몰 직후에 왜 잠수부가 투입되지 않았는지, 왜 긴급 구난을 민간업체에 맡겼는지 꼬리를 무는 의혹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심지어 잠수함 충돌설도 나돌고 있고, 보험금을 노린 사기 사건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사고가 당시 대통령부터 공무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하였는지, 왜 구조대원들은 사고 당일 배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는지, 정말 과적과 미숙한 운항이 원인이었는지 제대로 밝혀야 합니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가 나던 바로 날, 많은 국민들이 TV를 통해 침몰하는 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두꺼운 철판 속에서는 300명이 넘는 목숨이 죽어가고 있는 바로 그 현장을 혀를 끌끌차면서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은 119가 달려가던지, 해경이 달려가던지 아니면 해군이 달려가던지 분명히 누군가가 달려가서 그들을 구해내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TV로 생목숨이 죽어가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구조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많은 국민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구조 장면을 지켜본 것이 아니라 300명이 넘는 생명이 몰살되는 장면을 지켜보았던 것입니다. 결국 그날 아침 세월호에서 스스로 빠져 나온 승객을 제외하고는 단 1명도 구조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를 어떻게 진동에서 폭우로 일어 난 교통사고와 비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침마다 모여서 세월호 유족들과 그 가족들을 욕보이는 영감놈들을 보면서 결코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