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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토사구팽 당한 진해 시민들...분리도 못할 것

by 이윤기 2014.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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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새 야구장 위치가 마산종합운동장으로 최종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취임한 안상수 시장이 새 야구장 입지로 진해 육군대학 터가 부적합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 비췄기 때문에 야구장 입지가 변경 될 것이라는 것은 많은 이미 시민들이 짐작하고 있던 일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공식적인 발표가 이루어진 것 뿐이지요. 창원시는 박완수 시장 당시 새 야구장 입지로 선정하였던 진해 육군대학 터를 첨단산업연구단지가 공존하는 '첨단산학연구단지'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하였지만, 진해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2010년 마창진 행정구역통합 이후 지금까지 명칭, 시청사, 새야구장 입지 선정이 이루어진 과정을 보면 결국 마산과 창원의 자존심과 실리를 건 싸움에 진해가  케스팅 보드 역할을 하다가 막판에 '토사구팽'당한 형국이 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통합 당시 약속은 명칭은 창원시, 시청사는 마산과 진해 중 한 곳 그리고 야구장은 명칭과 청사에서 탈락한 곳으로 가는 것이 기정사실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마산이 청사 유치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였기 때문에(지역구 국회의원을 포함하여) 만약 명칭이 창원시가 되면 야구장은 진해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통합과 동시에 명칭은 창원시로 결정되었지만, 시청사 위치는 통합 당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시의회가 마산, 창원, 진해로 나뉘어 수 차례 몸싸움까지 벌인 끝에 이상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논란 끝에 창원과 진해 시의원들이 앞장서서 시청사는 창원으로 결정해 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야구장 입지는 막대한 비용을 들인 용역과정을 거쳐서 진해로 결정되었습니다. 창원이 앞장서고 캐스팅 보드 역할을 맡은 진해시가 시청사 선정에 창원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야구장을 가져가는 실리는 챙기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진해의 케스팅보드 역할? 결국 '독'이었다


마창진 통합 과정에서 마산만 '토사구팽' 당하는 형국이었지요. 그런데 창원과 진해의 야구장 위치 선정에 의외의 변수가 등장하였습니다. 바로 통합 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NC다이노스 구단이었습니다. 새 야구장을 주로 사용하게 될 NC다이노스가 진해에 새야구장을 만들어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야구장 입지 선정에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창원시와 NC다이노스 야구단 그리고 창원시와 NC다이노스 팬들 간에 크고 작은 갈등과정이 많이 있었습니다.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 오가기도 했고, NC다이노스가 연고지를 이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돌았습니다. 2013년 1월 30일 새 야구장 입지 발표 이후 거듭된 혼란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안상수 시장은 새 야구장 입지를 마산으로 변경한 배경으로 "NC야구단의 뜻과 시민 여론을 반영"하였다고 하지만, 이는 모두 명분일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명칭, 청사위치, 새야구장 입지는 모두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왜냐하면 NC야구단의 뜻과 시민여론으로 결정 할 일이었다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용역'과정을 거칠 까닭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마창진 통합 이후에 명칭, 청사 위치, 새 야구장 입지가 선정된 과정을 보면 창원시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고 마산은 겨우 체면을 유지하였으며, 진해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창원으로부터 토사구팽까지 당하였지요.


진해시 의원들이 시청사 위치 선정에서 창원시의 손을 들어주고 야구장을 가져가는 듯이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야구 인구가 많은 마산으로 새 야구장이 결정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통합의 주도권을 가졌던 창원시로의 중심부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 뻔합니다.


앞으로 통합 창원시 발전을 위한 어떤 계획을 세우더라도 4:4:2의 비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와서 뒤 늦게 명칭을 '진해시'하자는 현수막을 부쳐 놓고 통합시 해체를 주장해봐야 실리를 챙기기 어려워 보입니다. 마산과 진해가 힘을 합해 마창진 분리를 추진해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주장인데, 진해 사람들만 분리를 주장해봐야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에 강제로 통합된 마산, 창원, 진해시의 통합은 새야구장 입지 변경으로 비로소 완결 과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앞으로는 진해를 제외하고는 분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진해의 분리 주장은 힘을 얻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 지난 일이지만 마창진 분리를 위한 절호의 기회는 2014년 지방선거였습니다. 2013년 연말에 국회에서 분리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창원, 마산, 진해시과 시의원을 뽑았어야 합니다. 


이제는 진해에서 아무리 발 버둥을 쳐봐야 현실적으로 마창진 분리는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명칭이나 청사 둘 중 하나는 꼭 가져와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던 자존심도 없는 이른바 마산의 지도층들은 새 야구장을 가져오는 것으로 '물리적 통합의 완성'을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해의 '토사구팽' 예상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