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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마산엔 보고 먹고 즐길거리 없다고?

by 이윤기 2014.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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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사는 친구나 친척들이 마산을 찾아오면 가장 큰 고민 거리가 보여 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전라도 보다 더 낫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마산에도 나름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습니다. 어시장을 주변으로 해산물을 주재료로 하는 맛집들이 있기 때문에 먹는 음식 만큼은 만족스럽게 대접할 수 있습니다. 


생선회는 기본이고, 통술집, 아구찜, 생선국, 복국 등을 맛있게 하는 집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손님들을 모시고 가면 매우 만족스러워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통술집을 좋아하지요. 횟집이나 통술집에서 저녁 식사에 가름하는 1차를 마치고 나면 오래 된 도시의 정취가 남아있는 창동, 오동동의 작은 선술집들도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좋아하는 곳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볼거리와 놀거리가 부족한 것은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봄에 마산을 찾아오는 지인들에게는 그나마 진해 군항제나 벚꽃 구경을 하라고 권해주지만, 다른 계절에 마산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마땅히 보여줄 것이 없습니다.



마산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진주나 김해 같은 박물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꼭 들렀다 가고 싶을 만한 문화유적이 남아 있는 곳도 없습니다. 다른 위락 시설이나 놀이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고 하지만 바다를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이른바 친수 공간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마산에 바다가 어디 있냐고 물어오곤 합니다. 약 한 달쯤 전에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제가 일하는 단체의 다른 지역 실무자 마산을 찾아 온 일이 있습니다. 회의와 힐링 여행을 겸하여 1박 2일로 마산을 다녀갔는데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마산에 힐링 할 만한 곳이 있는 할까요? 고민고민하다가 전국에서 모이는 동역자들에게 마산에서 멋진 1박 2일을 보낼 수 있도록 생각해 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날 오후 시간 예정되었던 회의를 마치고부터 다음날까지 힐링 프로그램만 정리해보겠습니다. 



마산에서 재미있게 1박 2일 보내기


▲ 마산 앞바다가 보이는 콘도형 호텔 숙소에 체크인 하기

▲ 자동차로 귀산까지 가서 요트 타고 마산항 야경 구경하면서 '생선회'를 안주로 술 한잔 하기(귀산에서 출발한 요트는 마산항에서 하선)

▲ 마산항 주변을 구경하면서 숙소까지 걸어서 이동(주변이 온통 모텔이라 **하였음)

▲ 숙소에서 생선회 부산물로 매운탕 끓여서 저녁 식사

▲ 숙소에서 장어구이를 안주로 소주 한 잔 하기

▲ 매운탕 남은 국물에 라면 끓여서 야식으로 먹기

▲ 아침에 일어나 어시장 복국거리에서 해장하기

▲ 배 타고 돝섬으로 가서 '조각 비엔날레' 관람하기

▲ 점심으로 오동동 아구찜 골목에서 '아구찜' 먹기

▲ 가포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먹는 일정이 많기는 하지만 1박 2일을 마산에서 보낸 제 동역자들은 볼거리와 즐길거리에도 충분히 만족하였습니다.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이벤트는 귀산에서 마창대교를 거쳐서 마산항으로 야간 요트 투어를 하였던 것입니다. 


대부분 요트를 처음 타보았는데 귀산을 출발하여 마산만으로 들어오면서는 생선회를 안주 삼아 간단한 선상파티를 하였습니다. 호화 요트는 아니었지만 바다위에서 싱싱한 활어회(어시장에서 구입)를 펼쳐놓고 소주 한 잔 나누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였습니다. 




마산 먹거리 어느 지역에 내놔도 뒤쳐지지 않아...


마침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어 간단한 선상 파티를 마친 후에는 엔진을 끄로 세일을 활짝 펼치고 바람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세일링도 경험하였습니다. 우리가 또 언제 요트를 타 보겠냐며 갑판위를 다니며 사진도 열심히 찍고 요트가 속도를 늦추었을 때는 바닷물에 발도 담궈보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료들은 한결 같이 마산항의 야경이 기대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요트를 타고 마산만을 둘러보고 나서야 마산이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도시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마산에 여러번 왔지만 눈으로 바다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실 마산에 사는 사람들도 바다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요트 투어를 마치면서 선장(블로거 선비)님께 부탁해서 마산항 유람선터미널 근처에서 하선을 하였습니다. 귀산으로 갈 때 요트에서 '선상파티'를 위해 차를 가져가지 않고, 승합차 1대로 이동한 후에 마산항에 내려서 걸어서 숙소까지 갈 수 있도록 동선을 짰기 때문입니다. 


숙소로 들어와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요트에서 소주와 생선회로 요기는 하였지만, 양이 부족한 탓이었는지 횟집에서 받아 온 생선 부산물로 제가 직접 끊인 매운탕이 인기가 좋았습니다. 제 실력보다는 싱싱한 재료를 사용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여성 동료들로부터도 정말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낮 회의 때 미처 논의를 끝내지 못한 안건에 대한 토론을 하느라 11시가 넘었더군요. 숙소 테라스에서 마산 마창대교의 야경과 마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야식으로 준비한 숯불 장어를 숯불에 궈워 먹었습니다. 장어 구이 역시 싱싱한 재료 탓이었는지 아주 인기가 좋았습니다. 맛있는 안주와 소주 한 잔 그리고 좋은 동료들과 초가을 밤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생선회, 복국, 아구찜 그리고 통술집까지...


치열한 토론 때문에 허기가 졌는지 아니면 제가 준비한 음식(생선회, 매운탕과 저녁 밥, 장어구이)가 부족했던 탓인지 장어 머리와 뼈까지 다 구워먹고도 모자라 남은 매운탕 국물에 라면까지 끊여 먹으며 새벽까지 회의보다 훨씬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아침은 해장을 겸해 길 건너 어시장 복국 골목으로 갔습니다. 단골 복국집으로 가서 복국으로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전에 마산 어시장에서 복국을 먹어 보았다는 선배 아침 메뉴로 강력히 복국을 추천하기도 하였고, 간밤의 숙취해소에도 복국이 좋겠다는데 만장일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을 먹고는 돝섬으로 갔습니다. 마침 문신미술관과 부두가 그리고 돝섬에서 '조각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던 시기였는데, 모두들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돝섬을 원하더군요. 식사 후에 돝섬으로 들어가는 배 시간이 딱 맞아서 곧자 배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돝섬은 여객선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배를 타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바다를 건너는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였습니다. 선착장을 빠져나오면서 돝섬에 얽힌 전설도 읽어보고 황금돼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하였습니다. 


조각비엔날레에 자원봉사하러 오신 해설사 분들의 안내를 받으며 돝섬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상업시설도없고, 위락 시설도 없이 깨끗하고 조용하게 가꾸어놓은 돝섬을 사람들은 더 좋아하더군요. 평일 낮시간이라 더욱 조용하고 한산하였기 때문에 여유롭고 한가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돝섬 조각비엔날레에서 만난 첫 작품이 마침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하였던 건축가 승효상 선생과 조각가 임옥상 선생의 작품이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 뒤편의 병풍같은 느낌을 주는 강판을 활용한 '곡장'과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 있어서 살펴보니 묘역 조성에 참여했던 두 분의 작품이었습니다. 




자연과 어울러진 돝섬 조각비엔날레...


두 분의 작품은 워낙 노대통령 묘역의 곡장과 비슷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미술에 문외한인 저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돝섬 곳곳에 지난 몇 년간 조각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미술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점심 약속을 해 둔 탓에 더 여유있게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한 채 돝섬을 빠져 나왔습니다. 


점심식사는 마산 명물 '아구찜'으로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자주 가는 단골식당을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요즘은 마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도 '아구찜'을 하는 식당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마른 아구'로 만든 찜은 처음 먹어 본다고 하더군요. 


약간 맵기도 하고 말린 아구찜에서 나는 특유의 향도 있지만 모두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차를 가져오지 않은 분들은 막걸리 한 잔씩을 반주로 곁들이며 마산의 음식 문화를 깊이 경험하였지요. 대부분은 점심 식사를 끝으로 각자 지역으로 떠났습니다. 



임원 몇 사람만 더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여 가포에 있는 '지중해'라는 까페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요즘은 네비가 있어서 상호나 주소만 있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으니 제가 함께 가지 않았는데도 잘 찾아갔다고 하더군요. 커피맛이야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바다를 내려다보고 세워진 카페와 잘 가꾸어진 정원이 참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요트, 음식, 돝섬, 지중해 모두 바다와 관련있는 것들입니다. 역시 마산은 바다가 최고의 컨텐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가 없는 대륙 도시에 살다 온 사람들에게는 '바다'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같은 것이 유난히 컸던 모양입니다.  마산에 즐길거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입니다. 짧은 강습으로도 배울 수 있는 딩기 요트나 윈드 서핑을(돝섬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체험 가능함) 을 즐기고,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바다를 보며 느릿느릿 걸을 수 있는 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