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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기

아셨어요, 소가 40년 살 수 있다는 사실 !

by 이윤기 2009.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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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낭소리'를 통해 보는 생명 순환 농사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감독 이충렬,)가 아일랜드 음악영화 '원스'를 뛰어 넘어 지금껏 개봉했던 독립영화들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수립했다고 여러 언론 매체들이 앞 다투어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더군요.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따르면 '워낭소리'는 7일까지 총 누적 관객수 23만 1411명을 기록, '원스'가 세운 22만 관객을 넘어섰다는 것 입니다. 

제 가족들도 지난 주말 이십 삼만 여명 관객 중에 속하는 네 사람으로 '워낭소리'를 보고 왔습니다.


지난 주 초까지는 창원 CGV에서만 상영하더니, 주말에는 CGV 시티세븐으로 상영관이 늘었더군요. 관객이 늘어나는 것에 맞춰 상영관을 늘인 모양입니다. 

관람료 할인이 되는 조조 입장권을 예매하려고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창원 CGV는 좌석이 꽉 찼더군요.
첫 상영이 아침 9시라 상대적으로 관람객이 적은 CGV 시티세븐에 예매를 했는데도, 넓은 상영관에 1/3 이상의 자리를 채웠더군요.

이미, 지난주부터 여러 인터넷 매체에 소개되었고, '원스' 기록을 깰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지요. 뿐만, 아니라 영화에 출연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막무가내로 찾아가 인터뷰하겠다고 괴롭힌(?) 일부 언론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미, 영화를 먼저 본 블로거들이 '워낭소리'를 소개하는 좋은 영화평을 블로그를 통해 많이 소개하였더군요. 저는 '워낭소리'를 통해 '먹을 거리'와 '생명 밥상'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글을 써 봅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는 '워낭소리'를 보기 전에 소가 40년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소가 닭이나 돼지 같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오래 사는 줄은 알았지만, 사람과 일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워낭소리'를 보기 전엔 이렇게 나이 든 소가 실제로 살아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될 때 광우병 위험 논란이 벌어지면서 도살되는 소의 월령 논란이 벌어졌지요.  미국에서 판매되는 20개월령 쇠고기는 안전하지만, 국내에 수입하는 30개월령이 넘은 소는 위험하다는 등의 논쟁이었지요.

아~참 영화 속에도 병원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곳을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대부분 ㅋ~ㅋ~ 하고 웃음을 참지 못하더군요.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자란 많은 사람들이 소는 2~3년만 키워서 잡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도살하지 않고 그냥 두어도 길어야 한 10년 쯤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 입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40년이나 살 수 있는 소를 3년도 안 되서 잡아먹고 있다는 사실 충격적이지 않으셨는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광우병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2년도 안 되어 도살되는 소는, 이미 '생명'이 있는 '소'가 아니라 식품으로서 '쇠고기'일 뿐 입니다. '워낭소리'에 나오는 온전한 '생명'을 누릴 수 있는 소는 이제 세상엔 없는 것이지요.

할머니와 자식들의 성화에 못이겨 늙은 소를 팔러 가는 날, '늙은 소'는 눈물을 흘립니다. 소가 영험한 동물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평생을 함께 살아 온 주인과 헤어지고 우시장과 도살장을 거쳐 사골국물 수육이 되어야 한다는 운명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왜곡된 풍요(?)를 뒷 받침하는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되는 쇠고기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다른 가공식품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아니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식품첨가물 처럼 포함된 '바이오' 가공식품에 불과하 것이더군요. 

수 년 전, 존 로빈스가 쓴 <음식혁명>이란 책을 읽고 난 후 '공장식 축산'이 아마존 밀림을 파괴하고, 식량 위기를 가속화하며 결국엔 지구온난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소, 돼지, 닭고기를 비롯한 발달린 짐승의 시체(?)를 먹지 않고 사는 삶을 10여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워낭소리'를 보며, 멀쩡하게 40년이나 살 수 있는 소를 3~4년 키워 잡아먹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식습관으로 바꾸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은 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생명 순환      


'워낭소리'를 보면, 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생명농업' 현장을 엿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저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책 <오래된 미래>를 여러 번 떠 올렸습니다. 할아버지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나 경운기 대신에 늘 소를 타고 다닙니다. 경운기 대신 늙은 소가 밭을 갈고, 콤바인 대신 낫을 갈아 벼를 베려고 나섭니다.



산골에 사는 늙은 농부와 늙은 소는 최소한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하며, 석유가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잔소리 쟁이 할머니도 결국은 "소 때문에 안돼"하는 할아버지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할아버지는, "농약 칩시다"하고 외치는 할머니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논, 밭에 농약을 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러면 소가 죽어"하는 한 마디에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려대는 곳에서, 소 먹일 꼴을 벨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려댄 논에서 키운 볏집으로는 '쇠죽'을 끊여 먹일 수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그러자, 할머니는 "사료 먹여서 키웁시다"하고 댓거리를 하지만, 할아버지는 "안돼"하는 한 마디로 딱 잘라버립니다.

사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려대면 소만 키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결국엔 논밭에 살아가는 뭇생명들이 모두 죽음으로 내몰리고, 결국 농약과 제초제를 뿌린 사람이 농약과 제초제에 오염된 '밥'을 먹게 되는 죽음의 '순환'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영화 속 화면으로도 생명이 살아있는 논을 보여주더군요. 봄에 모내기를 한 논에는 '우렁이'가 기어다니고, 가을 추수를 하는 논에는 살이 통통하게 찐 '메뚜기'가 붙어있더군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여름 내내, 꼬부라진 허리로 논에 잡초를 뽑고 호미로 밭을 갈아가면서 소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농사를 짓습니다.

저는, 워낭소리를 보면서 수입 사료를 먹이지 않고 소를 키우려면, 결국은 논, 밭에 농약과 제초제를 뿌려대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와 사람과 논에 벼와 밭에 키우는 고추가 다 '생명의 고리'로 엮여 있었더군요.

'워낭소리'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60 ~ 70년 대 농촌의 모습을 보며 추억에 젓어들거나, 소와 늙은 농부의 애틋한 사랑과 소통 뿐만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삶에 대하여 '성찰'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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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흙장난 2009.02.10 11:04

    소가 10년정도밖에 살지 못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거 같은데요. 대체로 큰 동물이 작은 동물들보다는 오래 살더라구요. 애완동물을 오랫동안 키워보지 않거나 동물의 생태에 관심이 없거나 어릴 때 동물과 관련된 책을 안 읽어보거나(나이들면 안 읽으니까), 이런 경우 아닐까요?
    답글

    • 이윤기 2009.02.11 09:42 신고

      네, 제가 잘 몰랐다는 것을 말씀 드린거구요. 보통 15~20년 정도 산다는데, 이런 소를 본 적이 없어서요. 주변 사람들 중에도 저 처럼 잘 모르는 분들이 많더군요.

  • cool 2009.02.19 14:26

    그래도 40년 사는건 아주 희귀한것일겁니다.................

    그리고 윗글을 보니... 소를 사랑하다보니.. 사람이 힘든것있네요... /// 그래서 사람이 편하긴 위해서 자연을 착취하는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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