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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5군데 갔는데...담배가 없다 !

by 이윤기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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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파는 곳이 없다고 소비자 상담실까지 전화를 하셨다네요. 어제 실제로 일어 난 일입니다. 

담배 가게를 5군데나 갔지만 끝내 담배를 못샀다는 분이 제가 일하는 단체 소비자 상담실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담배 가게 5곳을 갔지만 결국 단 1갑도 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점심 식사 시간에 상담을 직접 받았던 상담원 선생님이 전해주신 이야기인데요. 전화를 하신 분은 하루 1갑 정도 담배를 피우시는 분인데, 담배를 살 수 없어서 정말 힘들다고 호소를 하셨다더군요. 


상담원 선생님께서는 점심을 함께 먹던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으셨습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들이었기 때문에 "이틀 동안 안 피면 되겠네"하는 대답이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하지만 상담원 선생님께서는 "전화하신 소비자분이 매일 1갑을 피우시는 분이기 때문에 이틀 동안 담배를 못사게 되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하더군요. 실제 전화 상담을 할 때도 그런 어려움을 호소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담배 가게 사장님...일부러 안 파는 걸까?


함께 점심을 먹던 동료들은 왜 담배값이 4500원으로 인상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 놓았습니다. 정부가 흡연자는 줄이지 않고 담배세를 가장 많이 걷을 수 있는 금액으로 정했다는 이야기와 정말 금연을 위해서 담배 값을 올린다면 9000원이나 1만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한 참 동안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담배를 못사고 있다는 소비자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그 분 개인으로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담배를 파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낼 모레만 되면 두 배 가까운 가격에 팔 수 있는 담배를 반값에 파는 멍청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런 제약조건이 없다면 누구라도 이틀 동안 안 팔고 묵혀두었다가 두 배 가까이 오른 가격으로 파는 것이 경제적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격 인상을 주도한 정부가 아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함께 일하던 동료는 이런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담배 가게 마다 돌아다니며 담배를 사 모으고 있어요.", "그 분이 정말 담배 한 갑만 사러 간 것인지 아니면 새해 담배 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사모으기를 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요?" 하더군요.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담배를 파는 사람은 새해가 되어 팔면 이익이고, 담배를 사는 사람은 새해가 되기 전에 사면 무조건 더 이익이기 때문이지요. 분명 소비자 중에도 담배를 사 모으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담배 사 모으는 소비자도 있다는데...


어쩌면 여기 저기 담배가게를 돌아다니며 사 모으는 소비자들 때문에 담배 가게에는 정말로 담배가 하나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담배 가게마다 연말까지 판매할 담배의 수량을 정해놓고 그 이상은 팔지 않고 있을 수도 있겠구요. 


아무튼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탓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정부가 담배값 인상을 계획하였을 때부터 담배 포장에 가격표시를 했어야 하는거지요. 


그랬다면 올해 생산되어 유통된 담배는 내년에 판매하더라도 올해 표시된 가격에 판매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생산, 유통된 담배를 다 팔고나면 자연스럽게 내년 담배를 팔게 되겠지요. 


이 경우에도 좀 더 싼 담배를 더 사두려고 하는 소비자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지금 보다는 혼란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마지막 날, 흡연자들 중에는 담배를 구하지 못해 힘든 하루를 보내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흡연자가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듯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담배 값만 올리는 파렴치한 정부입니다. 아마 일반 기업이 이런 짓을 했다면 정부가 그냥 보고 있었을까요? 기업보다 더 나쁜 정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