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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교사도, 학부모도 부담없는 스승의 날

by 이윤기 2009.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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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2월로 바꾸면, 교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부담없는 날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마산YMCA에서는 2005년부터 2월 15일에 '스승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기초인 5월 15일 스승의 날이 학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기념일이어서 스승의 날을 2월 15일로 옮긴지 5년째입니다. 올 해 2월 15일은 일요일이어서 이틀을 당겨 13일(금)에 '스승의 날' 행사를 가졌습니다.


촌지와 값비싼 선물 대신에 마음으로 한 해 동안 돌봐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행사를 마련하였습니다. 먼저, 2월이 되면, 선생님들은 반을 바꾸어 교환수업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은 반을 바꾼 선생님들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보살펴준 담임선생님과의 추억도 새기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편지도 쓰고, 작은 선물도 만들고, 세상에 딱 하나 밖에 없는 선생님을 위한 노래도 만듭니다. 임시로 반을 맡은 선생님과 함께 담임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래가사를 바꾸어서 새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곱 살 아이들이 만든 1년 동안 함께 지낸 <허은미 샘>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다반 허은미 샘 노래
('꿈꾸지 않으면' 개사곡)

선생님 좋아요. 선생님 사랑해요.
허은미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일년동안 놀아줘서 정말 즐거웠어요.
이제는 떠나야할 시간되었어요.

선생님 예뻐요. 마음씨가 고와요
옛날 이야기를 잘 들려줬어요.
만다라, 신문지 놀이, 잔디밭, 놀이터
그리울거예요~

선생님~(선생님), 허은미 선생님
선생님~(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선생님), 허은미 선생님
선생님~(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우린 알고 있죠. 우린 알고 있죠
허수아비처럼 변치않는
선생님의 사랑을~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를, 아이들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1년 동안 지내면서 겪었던 추억을 담아 가사를 바꾼 것입니다. 참 예쁜 노랫말이지요. 

반 마다, 선생님을 위하여 아이들이 부르던 동요에 가사를 바꾸어서 노래를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써서 선생님을 위한 선물을 만듭니다. 노래를 부른 아이들은 선생님께 선물을 전하고, 한꺼번에 우루루 달려가 안기며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합니다.

일곱 살, 아이들은 동극을 만들었습니다. <지혜로운 어린 사또>라는 동화를 동극으로 만들었는데, 교환 수업 오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대본도 만들고, 의상과 소품도 멋지게 준비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공연을 하면서 즐겁고 신나는 스승의 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노래와 연극으로 공연을 하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소박한 선물을 전달하는 '기념행사'를 마친후에 교실로 자리를 옮겨 '책걸이 잔치'를 하였습니다.


책걸이 잔치는 아이들이 집에서 쌀 한봉지씩 들고와서 모으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쌀을 모으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모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100여명의 아이들이 집집마다에서 가져 온 쌀을 모아 방앗간에서 떡국을 뽑고, 팥시루떡을 쪄 옵니다.

스승의 날, 책걸이 잔치를 할 때는 떡국을 끓이고, 액운을 없애주는 팥시루떡을 나누어먹고, 집에서 한 가지씩 준비해 온 사과, 배, 밀감, 곶감 같은 과일가 엄마들이 구워준 우리밀 쿠키, 고구마, 삶은 계란 같은 간식으로 잔치상을 차립니다. 아이들이 한 가지씩 가져 온 간식만으로도 풍성한 잔치상이 마련됩니다. 대게 어떤 간식을 가지고 올 것인지는 아이들이 정합니다.

점심을 먹고나면, 선생님외에도 1년 동안 보살펴 준 여러 YMCA 선생님들과 이웃 어른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러 갑니다. 마을 주민들과 이웃어른들에게 집에서 한 봉지씩 가져온 쌀로 빚은 '팥 시루떡'을 돌립니다.

YMCA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내버려두신 마산MBC에도 가고, 근처에 있는 카센타, 주유소, 그리고 골목안 놀이터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도 일일이 찾아가서 인사를 전합니다.

고운 한 복을 입고 마을로 감사 인사를 드리러 나가, 아이들이 "일년 동안 돌봐 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드리면 기특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아이들은 더 신이나서 떡을 들고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를 다닙니다.






위 사진은 아이들이 교환수업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선물입니다. 아이들이 만든 선물 이외에도 일년 동안 아이들을 보살펴 준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보내오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선물 꾸러미 중에도 부모님들이 보내주신 편지를 책으로 묶어놓은 것이 있답니다.

올 해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중에 자신들을 잊어버리지 마라'고 사진을 모아서 사진첩을 만들었습니다. 맨 아래 사진에 보이는 목도리는 여섯 살 아이들이 '상자뜨기'를 이용하여 선생님 목도리를 짰습니다. 반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서 목도리를 뜯다고 합니다. 양끝에 방울은 교환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먹진 목도리를 만들어서 선물하였답니다.

이렇게 보내는 스승의 날은 학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부담스러운 날이 아닙니다. 스승의 날은 다가오고 "우리 아이를 맡고 있는 선생님인데, 그냥 넘어가도 될까?" 하는 고민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비결은 무엇일까요?

답은 의회로 간단합니다. 날짜 2월로 바꾸면 쉽게 해결됩니다. 5월달, 스승의 날이 부담스러운 날이 된 것은, 새 학기 시작하고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지도 않은 아이들과 학부형들에게 '선물'에 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졸업식을 일주일 앞두고 맞이하는 YMCA 스승의 날, 부모님들은 선물 때문에 고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물을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고, 엄마, 아빠는 쌀 한 봉지와 약간의 간식을 준비해주면 그만입니다. 1년 동안 아이를 돌봐주신 선생님에게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분들도 있고, 직접 만든 '천연비누' 정도에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는 동영상은 각 반별로  아이들이 일년 동안 보살편 주신 담임선생님을 위해 만든 스승의 날 노래입니다.



아이들 노랫 소리가 잘 안들리지요. 아래 '더보기'를 클릭하시면 노래가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