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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교복, 아직도 몸을 옷에 맞추어야 되는가?

by 이윤기 200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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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당연히 몸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정상이지만 세상을 살아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내 경우에는 군복과 교복을 입을 때가 바로 그랬다.

이젠 세상이 바뀌어 군대에서도 몸에 맞는 옷을 입는 줄 알고 있는데, 교복은 여전히 몸을 옷에 맞추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 올 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녀석 교복을 찾으러 함게 갔다. 학교에서 받아 온 통지문을 보니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공동구매를 한다고 되어있었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다른 학교 공동구매 가격보다는 10만원 정도 비싼 가격이었다. 

앞서, 토요일에 원래 업체에서 약속한 날짜에 아이 혼자 교복을 찾으러 갔는데, "아직 제품이 준비되지 않았다면서 내일 다시 찾으러 오라"고 하였단다.

아이 혼자 교복을 찾으러 갔기 때문인지, 약속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서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일요일 날은 가족이 모두 나들이 삼아 걸어서 학교에서 지정해 준 공동구매 교복 매장을 다시 찾아갔다. 많은 신입생들이 교복을 찾으러 몰려 들어 매장에는 사람이 많고 번잡하였다. 교복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쇼핑백에 담긴 교복을 내주면서 한 번 입어보라는 이야기도 않았다.

옷이 몸에 맞는지 입어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학생 사이즈를 다 재서 교복을 맞추었으니 괜찮을 거라고 대답하였다. 그래도 한 번 입어보고 잘 맞는지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탈의실 문을 열어주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럼 한 번 입어 보세요"하고 대답하였다.

교복 바지, 허리는 크고 길이는 짧고...

막상 아이가 입어보니 사이즈를 다 재서 만들었다고 하는 교복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허리는 주먹 몇 개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고 길이는 짧고, 이건 도대체 치수를 쟀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허리 사이즈는 작고, 길이는 더 긴 바지로 교환해달라고 했더니 입학식 전날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협박(?)을 하였다.

적어도 내 귀에는 협박처럼 들렸다. 현재는 교환해 줄 옷이 없고, 다른 학생들 한테서 교환이 들어오면 바꿔주고 아니면 입학 전날까지 기다려보고 다른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하니 협박처럼 들릴 수 밖에 없었다.

매장에서 권해주는 다른 칫수 옷을 입어보고 있는데, 이번엔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서는 어차피 교복은 몸에 딱 맞는 제품을 입을 수가 없다면서 허리가 크면 벨트하면 된다고 딴 소리를 늘어놓았다. 듣고 있던 아내가 허리도 커지만, 짧아서 못 입는다고 화를내자 그제서야 교환해주겠다고 한다.

조끼도 입혀보니 헐렁하여 한 사이즈 작은 제품으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마찬가지로 지금은 바꿔 줄 수가 없다면서 다른 학생에게서 교환들어오는 제품이 있으면 바꿔주겠단다. 이건 완정히 배짱 장사였다.

공동구매라고 하니 다른 매장에 가서 구입할 수도 없고... 가격은 이전보다 조금 저렴해졌는지 모르지만 서비스는 정말 엉망이었다. 바지도 안 맞고 상의도 잘 맞지 않으니 셔츠도 입어봐야겠다고 했는데 선뜻 그렇게 하라는 대답을 안 해주었다.


그리고, 교복을 수 백벌씩 제작해서 팔면서 매장에는 치수 별로 입어 볼 수 있는 셔츠도 없었다. 그러면서, 포장을 풀어서 입어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해도 제대로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 포장을 뜯어서 아이에게 입히면서 안 맞으면 바꿔달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역시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고 얼버무렸다.

다행히 셔츠는 잘 맞아서 더 이상 서로 불쾌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교복 찾으러 두 번이나 가서 결국 셔츠와 윗도리만 받아 돌아와야 했고, 다른 학생에게서 사이즈가 맞는 옷이 들어오면 연락해주겠다는 대답만 듣고 와야 했다. 

만약 백화점에 가서 30만원짜리 양복을 샀다면 결코 이 따위 푸대접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단체복이기 때문에, 교복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동구매를 해서 매장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 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 따위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셔츠 1벌, 현금 3만 2천원, 신용카드는 4만 원

우리가 매장에 있는 동안 교복을 찾으러 온 학생 하나가 신용카드를 주면서 3만 2천원 하는 셔츠 하나를 추가로 구매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교복매장 측에서는 공동구매 제품은 신용카드로 결재할 수 없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굳이 신용카드로 구입하려면 4만원을 결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국세청에 고발해야 할 대목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신용카드와 현금구매를 차별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신용카드에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없고 똑같은 제품의 가격을 다르게 받을 수도 없다. 그런데, 교복매장 측에서는 공동구매 제품이기 때문에 카드구매는 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대답하였다.

이건, 듣기에 따라서 공동구매 제품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매출을 잡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다시 말하자면 세금신고에서 누락시키겠다는 이야기로 듣기에 충분하다. 신용카드도 안 받아주고, 현금영수증도 발급해주지 않으면 매출이 누락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교복세트와 추가 구입 품목을 합치면 30만원이 넘는 제품을 구입하는데, 신용카드 결재도 안 되고, 현금영수증 발급도 해주지 않은 기막힌 일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군대에서도 요즘은 몸에 맞는 군복을 입힌다고 하는데, 교복만은 여전히 옷에 몸을 맞추라는 소리 없는 강요가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