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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꼴보기 싫었던 3.1절 태극기 물결...

by 이윤기 201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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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 없는 태극기 달기 운동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원래 국가기념일에 태극기 다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일부러 태극기를 사다가 국가기념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태극기를 게양하였지요.


국가주의를 거부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처럼 국기에 대한 경례나 애국가 부르는 것을 거부하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거리 곳곳에 태극기로 도배해놓은 것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도 반갑지도 않았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처럼 저 역시 어린 시절에는 길을 가다 멈춰서서 국기하강식을 지켜 본 기억이 수두룩합니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 시위를 할 때도 태극기를 들고 교문앞으로 나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최루탄이 쏟아지는 교문에서 태극기를 놓치지 않고 천천히 후퇴하면서 시위 대열을 지켰던 그런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3.1절을 전후한 태극기 달기 캠페인은 거북하였습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관제 동원하는 행사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해보니 전국 방방 곳곳에서 시도지사나 기관 단체장들이 참가하는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전개되었더군요.


이유는 간단하지요. 대통령이 '애국'을 강조하였기 때문이지요. 대통령이 앞장서서 유신시대와 같은 애국을 강조하는 바람에 유신시절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모두 태극기를 들고 몰려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사진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페친이자 오랜 YMCA 선배가 부산 국제시장에 같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페북에 올렸던 사진인데...현수막 한장을 온통 태극기로 도배해놓은 사진입니다. 


태극기를 저렇게 많이 달아놓으면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것일까요? 오히려 태극기가 싫어지는 것은 유독 저만 그런건가요? 



맨 아래 사진 역시 YMCA 활동을 함께 하는 선배가 페북에 올린 사진입니다. 산복도로 마여중 입구에 있는 육교위에 태극기로 도배를 해 놓은 사진입니다. 저도 3.1절날 무학산 둘레길을 걸으러 갔다가 산 위에서 태극기로 도배된 육교를 보면서 한심한 광경을 멀리서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같은 장소에서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페북에 올렸더군요. 







이런 걸로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소위 국가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참 한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같은 큰 사고가 났을 때 국민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하는 나라를 태극기만 많이 달아놓는다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차별없이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고집불통 도지사 한 명 때문에 다음달부터 급식비를 꼬박꼬박 내게 생겼는데, 태극기로 도배질 한다고해서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을까요?


길거리에 도배된 태극기를 보면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막무가내로 나라를 사랑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자들을 보는 것 같아 정말 역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