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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늦었지만...안산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by 이윤기 201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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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합동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이런 저런 활동에 조금씩 참여해 왔지만 사실 안산까지 다녀 올 생각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안산을 다녀와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지난 겨울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두 분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개최했던 날, 두 분의 어머니께 안산에 한 번 방문해달라는 초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회원들끼리 일정을 조율하다보니 3월 마지막 주말에야 시간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마산에서 출발한 7명과 서울에서 합류한 1명 모두 8명이 분향소를 방문하였네요. 


마산에서 안산까지 가는 길은 예상보다 훨씬 멀었습니다. 출발 할 때 네비를 찍었더니 3시간 50분이라고 나왔지만, 막상 안산 분향소에 도착해보니 예상 시간보다 1시간 이상 늦어지더군요. 자동차가 수도권에 진입하면서부터 주말 정체가 시작되었고, 네비게이션의 예상시간은 점점 더 늦어졌습니다. 





낮 12시 30분에 도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출발하였지만 1시간 훌쩍 넘어서야 화랑유원제 제 2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 옆에 있는 추어탕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로 이동하였습니다. 분향소 앞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세월호 사고 1주기 추모 행사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그리고 세월호 인양에 관한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1주기가 다가오면서 가족들 모두가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는데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대책위 사무실에는 아직 주검을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실종자를 모두 찾아내기 위해서라도 선체를 온전하게 인양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저희가 짧은 간담회를 하는 동안에 뒤편으로는 충북 옥천에서 단체로 분향소를 찾은 청소년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던 약속과 다짐을 잊지 않고 있더군요. 



저희를 안내해주신 재욱엄마와 함께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하였습니다. 하얀색 대형 건물을 향해 걸어가면서 재욱 엄마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라는 글씨를 보면서 '정부'라는 글자를 지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정부가 정부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와 노여움이 담긴 표현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사고 1주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기이다보니 참배하는 방문객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발길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더군요.  


저희 일행이 분향하고 참배하는 동안에도 가족끼리 분향소를 찾으신 분들, 단체나 개인으로 방문하신 분들의 발길이 계속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깊고 깊은 침묵의 공간에서 안타깝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죽음들을 마주하는 일이 참 쉽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참 힘이 들더군요. 겨우 몇 시간 둘러보는 우리 일행이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지난 1년을 버텨온 가족들은 얼마나 힘이들었을까요?



합동 분향소 앞 마당에는 '동행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 있었던 크고 작은 활동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마당 한 가운데에 사진전을 알리는 입체 걸개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육안으로 볼 때도 입체감이 있지만 사진을 찍으니 더욱 입체감이 커지더군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는 인사들이 바로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이곳을 지키고 있는 유가족들이 주고 받는 마음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안산 화랑유원지 주차장에서 마주 보이는 길거리에는 노란 현수막이 가득합니다. 안산시내를 지나오는 동안에도 간간히 노란 현수막을 볼 수 있었습니다만, 분향소 주변에는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와 격려를 담은 현수막이 가득하더군요. 



안산에서 돌아와 뉴스를 보면서 더욱 화가 치밀었습니다. 행양수산부가 만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사실상 위원회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뉴스 때문이었습니다. 


이 분들의 싸움이 얼마나 길어질지 한 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자식들이 왜 죽었는 지 그 진실을 밝히고 싶다는 것이 유일한 바람인 분들...이 처절한 싸움을 이어가는 분들에게 고작 밥값 때문에 홍준표와 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박 대통령, 진실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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