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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안산까지 갔지만 교실엔 못 들어갔습니다

by 이윤기 201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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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YMCA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 회원들과 안산을 다녀온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안산 합동분향소와 단원고등학교 교실을 직접 가 보고나니 또 다시 청소년들이 스스로 준비하는 행사에도 참여해서 마음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로 듣는 것 지역을 방문하는 유가족들의 증언을 듣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안산 분향소와 희생자들의 추모 공간이 되어 있는 단원고등학교 교실을 둘러보고나니 공감과 연대의 정말로 마음이 깊어지더군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함께 안산을 방문했던 회원들의 공통된 증언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1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마산과 부산의 청소년들이 관광버스 1대를 임대하여 안산으로 갔습니다. 부산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가 마산에 들러 8시에 안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5시간쯤 걸려 안산화랑유원지 앞 합동분향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YMCA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전에 함께 간 청소년들과 합동분향소에 들러 참배를 하였습니다. 3월 말에 YMCA 회원들과 함께 방문했을 때에 비하면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가 시작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부 합동분향소 바로 앞에서는 '해수부가 만든 시행령 폐기'를 주장하는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분향소 참배를 위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팬플룻 연주'가 진행되고 있었고, 분향소로 입장할 때는 시민합창단 20명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공연이 준비되는 동안 사회자는 해수부가 만든 '시행령'은 사실상 진상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법률이라면서 조목조목 내용을 비판하였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해수비 시행령 폐기를 외치면서 삭발 투쟁에 이어서 광화문 광장에서 또 다시 농성을 이어가고 있던 중이라고 하더군요.



청소년YMCA가 주최하는 이번 추모행사도 광화문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이미 준비가 모두 이루어졌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화랑유원지 공연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청소년 YMCA 회원들이 추모 노래공연, 추모 편지 낭송, 추모 기도를 하면서 1주기 추모 예배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세월호 전체 희생자 중에서 6명이 안산 단원고등학교 YMCA 회원이었기 때문에 단원고등학교 YMCA 'TOP' 회원들이 추모 예배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더군요. 


대학에 간 선배들 이야기, 3학년이 된 선배들 이야기, 새로 들어 온 신입생 후배들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는데, 시간이 1년 4월 16일에 딱 멈춰있지만은 않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는 시간이 치유의 시간이 되었기를 기대해봅니다.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YMCA 회원들이 각자 적어 온 편지를 배에 담아 하늘로 띄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편지를 적어 왔고 그 편지를 하늘에 있다고 믿는 친구들에게 전하였습니다. 풍선에 매달린 배가 하늘로 날아오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 마음은 다 전해졌으리라고 믿습니다. 



추모예배를 마치고는 안산 단원고등학교까지 추모 행진을 하였습니다. 한 20여 분 걸었을까요? 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등학교는 생각보다 가까웠습니다. 지난 번 차로 이동할 때는 네비의 길 안내만 따라갔기 때문에 거리에 대한 감각이 없었는데, 걸어서 가 보니 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원래 행사 계획에는 단원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추모행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되어 있었는데, 행사 준비 과정에서 당초 계획이 변경되어 단원고등학교 정문 건너편에 있는 공원에서 마무리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 회원들은 3시간 동안의 추모 예배와 추모 행진을 마무리하고 헤어졌습니다. 멀리서 안산까지 왔던 청소년Y 회원들은 아쉬운 발걸음으로 지역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추모 행사가 마무리 되는 동안 단원고등학교 정문으로 가서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 아저씨에게 학교 출입을 할 수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유가족이나 유가족의 안내를 받고 오는 사람들만 교실을 둘러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정을 해 보았습니다.


"마산에서 왔습니다. 청소년 20여명이 버스로 5시간이나 걸려서 왔는데, 교실을 좀 둘러보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되돌아 온 답은 "학교 방침이기 때문에 그래도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산에서 안산까지 함께 간 청소년들에게 단원고 교실을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교문 앞에서 막혀버린 것입니다. 유가족 대부분은 광화문 농성장에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고, 마산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차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더 이상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학생들이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는 학교측의 설명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교육청이나 학교가 좀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추모객들을 맞이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큰소리를 떠들지 않고 교실을 둘러보고 나가라고 주의만 준다면 수업이나 학습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추모 방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숙연한 공간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곳에서 큰소리를 떠들거나 산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