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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몸으로 배운다는 것의 의미 깨닫게 해준 수영 퀵턴

by 이윤기 201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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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나이들어 수영을 배우면서 몸으로 배운다는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있습니다. 재작년 가을부터 강습에 등록하여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1년 반(18개월) 쯤 지났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조금씩 수영을 익혀두었기 때문에 장거리는 못가도 자유형은 어느 정도 익혀두었습니다만, 막상 수영을 새로 배우면서는 초급반에서 발차기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자유형을 배울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호흡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영을 배우다보니 꾸준한 연습이 많은 것을 해결해주더군요. 처음엔 몹시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호흡을 할 수 있고 쉬지 않고 3킬로미터 쯤 헤엄을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잘 안 되는 동작도 많이 있습니다. 


자유형을 하면서 오른쪽으로 호흡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왼쪽 호흡은 여전히 부자연스럽습니다. 왼쪽 호흡을 하면 발차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팔동작도 여유가 없이 서두르게 됩니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왼쪽 호흡으로는 장거리 수영을 할 수 없습니다. 


몸으로 배우는 경험...배영, 접영 평생 못 할줄 알았는데...


평형 동작은 팔동작고 발차기 둘다 여전히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강사가 가르쳐주는 동작을 비슷하게 흉내는 내고 있지만 팔을 모아 힘차게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앞으로 나가는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고, 발을 뻗었다가 오므리는 동작을 해도 물을 제대로 밀어내지 못해 속도가 붙지 않습니다. 


평형을 잘 하는 사람들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한 동작에 3~4미터씩 쭉쭉 앞으로 나가는데, 저는 나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한 동작에 1~2미터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배영은 자유형 다음으로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합니다. 처음엔 발이 자꾸 가라앉고 엉덩이가 아래로 쳐져서 애를 먹었습니다만, 이젠 물속으로 가라 앉는 일은 없습니다. 팔동작을 하다보면 코 속으로 물이 들어가는 일도 많았는데, 요즘은 웬만해서는 코로 물이 들어오는 일도 없습니다. 적당히 고개를 들었다 눕히면서 다음 사람과의 거리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접영은 단거리에서는 제법 자세가 나오는 편입니다. 접영은 오랫동안 배워도 50미터 이상 장거리를 하지는 못합니다. 그만큼 아직 동작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겠지요. 접영만 하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도 금새 지치고 숨이 찹니다. 접영이 운동량이 가장 많고 에너지 소모가 가장 큰 영법이더군요.  


초보였을 때는 양팔을 하늘을 향해 벌리고 푸득푸득 거렸지만, 지금은 양팔을 옆으로 쫙 폈다 앞으로 숙이면서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자세가 잡혔습니다. 장거리가 아니면 제법 폼나게 접영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수영을 배우면서 깨닫게 된 것은 몸으로 배우는 것은 후퇴가 없다는 것이 었습니다. 




머리로 배운 것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립니다. 특히 나이들어서 배운 것은 더 빨리 까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몸으로 배운 것은 까먹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몸으로 익혀 둔 것은 필요한 때가 되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아웃풋이 되더군요. 


수영을 배우면서 최근에 또 하나의 난관을 넘었습니다. 초보였을 때는 수영장 벽을 잡고 턴 동작을 하였는데, 얼마 전부터 이른바 퀵턴이라고 하는 동작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수영 선수들이 시합을 할 때 턴하는 동작인데 앞구르기 할 때처럼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한 바퀴 돌아 발로 벽을 차며 턴을 하는 동작입니다. 


강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두 사람씩 짝을 지워 서로 손을 잡아주며 물 위에서 앞구르기 동작을 연습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혼자서 앞으로 회전하는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물 속에서 몸을 머리를 숙이면서 몸을 한 바퀴 돌려야 하는데, 반듯하게 돌지 않고 자구 물속에서 몸이 비틀어지더군요. 


퀵턴 익히면서 몸의 '불가역성'을 깨닫다


오랫 동안 연습을 했지만 물속에서 몸이 틀어지는 동작이 잘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연습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강사 선생님이 새로 요령을 설명해 주시더군요. 머리를 숙이면서 몸을 회전시키기 전에 두 손을 허벅지 쪽으로 모아서 차렷 자세를 만든 후에 가볍게 돌아보라고 하였습니다. 


설명을 들을 때는 금방 설명을 들었던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몸을 설명들은 대로 움직이려고 하니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저 보다 훨씬 수영을 오랫 동안 배운 동료 수강생이 한 번만 성공하면 그 느낌을 몸이 기억하기 때문에 금방 익힐 수 있는데....하며 안타까워 하더군요. 


앞서 혼자 연습하던 동작을 버리고 선생님께 들었던 설명을 되뇌이면서 두 번, 세 번 연습하다보니 50번 혹은 100번 쯤 되었을 때 몸이 한 번 자연스럽게 돌아갔습니다. 정말 펄쩍 뛸 것 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더 시도했을 때는 다시 몸이 비틀리면서 실패였습니다. 약간 실망스럽더군요.


그렇지만 몸은 한 번 성공했던 그 느낌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연습을 연거푸 성공하면서 몸이 제대로 된 동작을 완전히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도 빠른 속도로 회전하려고 욕심을 부리다보면 몸이 비틀어져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회전하는 성공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걸 몸의 불가역성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몸이(으로) 배운 것은 후퇴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번 제대로 된 동작을 익혀두면 필요할 때마다 그 동작을 자연스럽게 반복해 낼 수 있겠더군요.  그러고 보면 머리보다 몸이 기억력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몸으로 익히는 것은 문신을 새기듯이 몸에 새겨지고 그 기억은 웬만해서는 지워지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공부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배움 즐겁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퀵턴 동작을 익히고 보니 내 몸을 내가 마음 먹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기분좋은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