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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야쿠시마 조몬스기

차로 가는 세계 자연유산...야쿠시마 서부 임도

by 이윤기 201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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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노인' 조몬스기가 살고 있는 야쿠시마 여행기⑧


야쿠시마 여행기 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 3박 4일로 짧게 다녀 온 야쿠시마와 가고시마 여행기 중에서 야쿠시마 편의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여행기는 가고시마에서 보낸 1박 2일의 짧은 일정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연재하였던 야쿠시마 여행기는 시간 순서대로 포스팅되지 않았습니다.  조몬스기를 보러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행기도 조몬스기를 보러 갔다가 시라타니운수 계곡으로 내려 온 산행기를 중심으로 기록하였지요. 


여행기는 다시 첫 날로 되돌아 갑니다. 첫 날 야쿠시마 공항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맨 먼저 조몬스기를 비롯한 야쿠시마 삼나무에 대한 자료를 모아 둔 야쿠스기 자연관을 둘러 본 후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관광버스를 타고 시계 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실제로 야쿠시마에서 저희 일행이 타고 다녔던 관광버스에도 운전석 윗쪽 가운데 자리에 아래 사진과 같이 시계 방향에 따라 숫자가 표시된 지도가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가이드 정선생인 설명을 해 줄 때도 지도를 보면서 12시 방향엔 뭐가 있고, 3시 방향에는 뭐가 있다는 방식으로 설명을 해주더군요. 


야쿠시마는 1993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여행사에서 제공해 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를 타고 둘러 볼 수 있는 유일한 세계 자연유산이라고 합니다. 특히 지도상의 8시에서 10시 사이에 해당되는 서부임도 구간은 원시 상태의 숲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니는 좁은 옛 길을 넓히지 않고 그냥 두었는데, 이 길에는 사람도 자동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슴과 원숭이들이 숲의 주인 노릇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야쿠시마에는 "사슴2만, 원숭이2만, 사람2만"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지금은 모두 개체 수가 줄었습니다만,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슴과 원숭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야쿠시마입니다. 


야쿠시마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투어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도의 2시와 3시 사이에 있는 야쿠시마 공항을 출발하여 4시 근처에 있는 야쿠스키 자연관을 관람하고 다시 차를 타고 시계 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8시에서 10시 사이에 있는 서부 임도에서 길을 지키고 서 있는 원숭이 무리와 사슴 무리를 만나고 11시 방향에 있는 나카다 이나카 해변에서 짧은 산책을 한 후에 다시 섬을 반 바퀴쯤 돌아서 3시와 4시 방향 중간 쯤인 안보에 있는 숙소까지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오후 6시 20분에 안보에 있는 숙소(민숙)에 도착하였으니 대략 4시간쯤 걸린 셈입니다. 


야쿠시마 둘레는 132km미터입니다. 고속도로라면 1시간 30분쯤이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만, 세계 자연유산인 서부 임도의 경우는 원시림 상태인 숲속을 천천히 지나가야 하는 길이었고, 다른 길들도 속도를 내서 씽씽 달릴 수 있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길을 막고 선 사슴과 원숭이를 구경한 시간,  늦은 봄부터 바다 거북이 해변으로 올라와 산란을 한다는 나가타 이나카 해변을 산책 한 시간까지 합쳐도 1시간 남짓이었으니, 3시간쯤은 차를 나고 섬을 돌았습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야쿠시마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버스를 탔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약간의 멀미 기운과 함께 잠이 쏟아지더군요. 서부 임도에서 사슴과 원숭이가 나타나자 일행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잠이 깼습니다만, 바다거북 산란장 나가타 이나카 해변을 산책하고 나서 숙소까지 돌아오는 동안 버스에서 또 다시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여행 기간이 짧이 않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야쿠시마 남쪽의 히라우치 해중온천을 가볼 수 있으면 좋겠더군요. 바다물이 나갔을 때만 이용할 수 있는 온천이라는데  다큐프로그램에서 보니 제법 운치가 있더군요. 이번 여행에서는 놓쳤습니다만, 여름이라면 야쿠시마 여러 곳에 있는 (하루타, 쿠리오 등)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야쿠시마 여행이었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소흘하여 놓친 것이 많았습니다. 기왕에 차를 타고  차를 타고 야쿠시마를 한 바퀴 돌면서 둘러 볼 수 있는 명소들이 여러 곳 있었는데 시간에 쫓겨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물론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번 여행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야쿠시마 시인 '야마오 산세이' 선생의 생가를 가보지 못한 것입니다. 


내년 다시 야쿠시마에 가게 된다면 야마오 산세이가 살았던 집을 꼭 가 볼 생각입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가 보지 못한 장소까지 언급하는 까닭은 야쿠시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여행기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면, 저 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여행 일정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좀 주제 넘어 보이기는 하지만 저의 실패를 통해 배우라는 것이지요. 


서부 임도는 좁고 고불고불한 길이 25km쯤 이어졌습니다. 차가 진행하는 방향 왼쪽으로 바다가 보이고 오른쪽은 야쿠시마 삼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짙고 푸른 숲이 이어졌습니다. 군데군데 벼랑과 절벽이 나타나기도 하고, 산사태를 복구하는 공사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사슴과 원숭이를 만난 일입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동차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들이 길을 막아서거나 혹은 꼼짝도 하지 않고 길가에 서서 차에 탄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더군요.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사슴과 원숭이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이 녀석들은 멀리 달아나지도 않았습니다. 사람과 적당한 거리만 유지할 뿐 시야를 벗어날 만큼 더 멀리까지 달아나지 않더군요. 



어느 시인이 노래 했듯이 사슴은 눈망울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사슴은 눈망울이 선하고 깊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면서도 조몬스기까지 10시간 산행을 마치고 온 둘째 날 저녁에는 기어이 야쿠시마 사슴 고기맛을 보았답니다. 사슴 숫자가 늘어나면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슴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나가타 이나카 해변은 그냥 보기엔 평범한 바다였습니다만, 야쿠시마에 가지 건 다큐 프로그램에서 바다 거북이 해변으로 올라와 어렵고 힘들게 알을 낳고 돌아가는 장면과 이 바다 거북알이 잘 부화되도록 돕는 야쿠시마 환경운동가들의 활동을 보았기 때문에 그 느낌이 전해왔습니다. 


이른 봄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모래사장을 걸으면서도 다큐에서 보았던 갓 알을 깨고 나온 작은 거북이 해변을 기어가는 장면이 연상되더군요. 바다 거북의 산란 장면을 보려면 환경단체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에 활동가들의 안내를 받아야만 합니다. 


그것도 바다 거북이 알을 낳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5월 이후에 가야만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바다 거북의 산란 시기를 맞추기 못한 것은 두 번째 아쉬움 이었습니다. 


워낙 아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일행 중 한 분이 "뭔가 못(덜) 보고 가는 것이 있어야 다시 올 수 있다"고 위로를 해주시더군요. 그 분 말씀처럼 야마오 산세이가 살았던 집과 바다 거북 산란을 보기 위해 야쿠시마에 다시 가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5월이 될 것이구요. 


야쿠시마 여행 첫 날은  마산에서 부산공항 - 후쿠오카 공항을 거쳐 야쿠시마 공항까지 도착하는데,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야쿠시마에 공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야쿠스키 자연관을 둘러보고 차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동안 남은 반나절이 지나갔구요. 




전체 여행 일정으로보면 야쿠시마 여행에서 놓친 것이 많아 아쉬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당일 일정으로만 보면 시간을 알차게 쪼개 썼던 것은 분명합니다. 오후 6시 30분 숙소로 정해놓은 안보에 있는 아담하고 조용한 민숙에 들어와서 저녁을 먹고  다음 날 10시간 산행 준비를 하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각자 배낭을 챙긴 후에 근처에 있는 슈퍼에 가서 다음날 먹을 산행 간식을 구입하였습니다. 여러 종류의 고칼로리 산행식을 사람 숫자 만큼 종류별로 비닐 봉투에 담아 나눠가졌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 2개씩을 챙겨 담으면 산행준비는 끝이지요. 


왕복 10시간 산행이라는 긴장감 때문에 가볍게 맥주와 소주 한 두 잔씩 나눠 마시고 일찍 잠을 청하였습니다만, 낯선 숙소라 그런지 쉬이 잠이들지는 않았습니다만,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길 떠날 채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