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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힘든데...국토순례 다섯 번 완주, 건모

by 이윤기 2015.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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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호리호리하게 마른 체격에 키 만 멀대 같이 큰 사춘기 소년 건모. 지난 8월 2일 제 11회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단 320여 명 중 맨 선두로 유일하게 혼자만 ‘그랜드 슬램’이라고 새겨진 흰색 저지를 입고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전체 참가자와 진행자들이 모두 노란색과 오렌지색 저지를 입고 있었는데, 혼자서만 ‘그랜드 슬램’이라고 새겨진 흰색 저지를 입고 있는 것이 어색했는지,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지만, 부산 – 서울을 완주한 기쁜 표정은 역력하였습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인 건모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연속 5년 동안 한국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하여, 5년 연속 총 2843km 완주에 성공하였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11회 만에 최초로 5회 연속 완주에 성공한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제 1회부터 제 11회까지 3000여 명이 넘는 참가자 중에서 최초로 5회 연속 완주에 성공하여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것입니다. 




초5->중3까지 국토순례 5번, 2843km 완주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 그랜드슬램의 첫 번째 주인공인 김건모군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2011년에는 전남 광주를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620km 완주에 처음 도전하였습니다. 


이어 6학년이었던 2012년에는 창원을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524km, 중학교 1학년 때인 2013년에는 여수를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582km, 중학교 2학년 때였던 2014년에는 전남 목포를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557km를 완주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완주에 도전하는 2015년 올해, 부산을 출발하여 울산 – 구룡포 – 영덕 – 안동 – 괴산 – 이천을 거쳐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560km를 완주한 성공한 것입니다. 아울러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난 8월 15일에는 한국YMCA 백두산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자 중 1명으로 남파산문에서 백두산 천지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새로운 도전도 거뜬히 성공하였습니다. 


백두산 자전거 순례 함께 다녀오면서 건모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건모에게는 인터뷰라고 밝히지 않고 단동 페리호 다인실에 누워 무료하고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사진 촬영조차 거부하는 사춘기 소년의 속마음을 들어보았습니다. 


질문 : 자전거 국토순례는 어떻게 5번이나 참가하게 되었나?


"사실 국토순례에 다섯 번이나 참가할 생각은 없었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가보라고 해서 갔는데, 진짜 힘들어 죽을 뻔 했어요. 그래서 다시는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힘든 기억은 없어지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더 많이 남더라구요. 그래서 또 가고 또 가고 하다보니 다섯 번이나 되었어요. 작년까지만 하고 안 할라고 했는데 올해는 그랜드슬램을 하고 싶어서 또 참가하게 되었어요." 




질문 : 다섯 번 중에서 제일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제일 어릴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모르고 참가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좋은 자전거가 뭔지도 모르고 철TB(철을 소재로 만든 값싸고 무거운 유사 MTB 자전거)를 타고 임진각까지 갔어요. 그 뒤에도 세 번이나 철TB를 타고 국토순례를 했어요."


"키가 커서 더 이상 철TB를 탈 수 없게 될 때까지 철TB 타고 국토순례에 참가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고물 자전거를 타고 어떻게 완주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해요. 
아 그리고 올해가 정말 힘들었요. 너무 덥고...너무 지루하고..."


자전거를 타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자전거는 10 ~ 20만원하는 유사 MTB인 철TB부터 수백만 원, 수천만 원까지 부품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물론 가격에 따라 자동차의 성능이 다른 것처럼 자전거도 가격에 따라 성능차이가 제법 많이 납니다. 


예컨대 비슷한 체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비싼 자전거를 탄 사람이 더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더 쉽게 오르막을 오를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배기량이 높고 비싼 차가 연료소모는 많아도 빠른 속도로 더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는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아무튼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이 꼬마(당시 전국 최연소 참가자)는 철TB를 타고 처음으로 광주에서 임진각까지 620km완주에 성공한 후에, 완주에 성공할 때마다 내년에는 절대 참가하지 않는다고 다짐해놓고 네 번이나 더 참가하여 5회 연속 완주 ‘그랜드슬램’에 성공한 것입니다. 


질문 : 내년에도 참가할 것인가?


"싫어요. 그랜드슬램 달성했는데...뭐 하러 또 와요. 올해 정말 너무 덥고 진짜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지난 다섯 번 중에 올해가 제일 힘들었단 말이에요. 내년엔 고등학생이 되니까 공부해야죠."


이것이 올해 광화문 광장에 도착 한 우 건모에게 내년도 참가를 물었을 때 들었던 첫 번째 대답이었습니다. 하지만 백두산 천지에 다녀오면서 다시 물었을 때는 대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질문 : 건모야 내년부터 진짜 국토순례 참가 안 할거냐?


"아 사실 고민이에요. 올해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을 했는데...내년에는 그랜드슬램 달성하는 친구들이 2~3명 더 생길거잖아요.(올해 4회 완주에 성공한 참가자가 5명 있었다) 내년에도 참가해서 6회 최다 완주 기록을 갖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아요. 올해 정말 힘들었던 것 생각하면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은데, 최다 완주 기록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몰래한 인터뷰에 정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내년에도 여섯 번째 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할 가능성이 이미 절반은 훨씬 넘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완주’의 기억이 더 또렷하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백두산 천지까지 업힐 구간을 올라가면서 “국토순례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고 “진짜 괜히 왔다”고 해놓고서는 나중에 천지까지 완주를 마치고 내려와 소감을 이야기 할 때는 “국토순례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훨씬 뿌듯하고 기뻤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매년 여름 방학기간에 진행되는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자 모집은 인터넷 선착순 접수로 이루어지는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모집 시작 후 10 ~20분이면 250명이 넘는 참가자 모집이 끝납니다. 




해마다 참가자의 절반 이상은 2회 이상 참가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이지요. 죽을 만큼 힘들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오전 내내 달려도 내리막 한 번 없는 오르막길을 달릴 때는 다시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다짐하지만, 1년 후에는 또 다시 참가신청을 하는 아이들이 절반이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1주일 동안 비가 오나 바람이부나 심지어 태풍이 몰려와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페달을 밟아 500~600km를 달려 목적지까지 가야하는 국토순례에 참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떤 힘이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요? 


그것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힘든 오르막 구간을 달려서 온전히 내 힘으로 목적지까지 도착한 아이들이 경험하는 ‘자랑스러움’ ‘뿌듯함’, ‘만족감’ 이런 것들이 다시 도전하게 하는 힘인 것이지요. 


내년 8월이면 여섯 번째 YMCA 국토순례 완주에 성공한 ‘건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앞으로 매년 더 많은 아이들이 건모처럼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그랜드슬램’(5회 완주)에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