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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내가 좋아하는 맛집

남도여행의 별미 장뚱어탕

by 이윤기 2009.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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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보고 느낄 거리와 맛있는 먹을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순천만 구경을 하고 나면 갯벌에서 나오는 특별한 먹을 거리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20~30분이면 벌교로가서 '꼬막'으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순천만 갈대밭 근처에서 '장뚱어 매운탕'을 먹을 수도 있답니다.



저희 일행은 다음날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을 구경하고 '꼬막정식'을 먹기로 하고, 첫 날 저녁식사 메뉴로 장뚱어 매운탕을 선택하였습니다. 순천만 갈대밭(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로 나오는 길을 따라 5분 정도 가면, 길 왼쪽 편으로 '강변장어구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저희 일행을 안내해준 분이 순천시청 관광과에 전화를 해서 '장뚱어탕' 잘하는 집으로 추천받은 식당이라고 하더군요. 일행 중 대부분은 장뚱어탕을 처음 먹어본다고 하였습니다.

장뚱어는 작은 눈이 머리꼭대기 옆에 있으며 눈 사이가 좁고 멀게 생겼습니다. 주둥이는 짧고 끝은 둥글게 생겨습니다.  몸은 가늘고 길게 생겼는데, 머리 부분이 크고 뒤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한 모양입니다. 장뚱어, 짱뚱어 등으로 불리린다고 합니다.


갯벌에 사는데, 간조 때에는 뻘을 살금살금 기어다니면서 먹이를 먹고 만조 때에는 굴을 파고 숨어 지내며, 공기호흡으로 육지와 바다를 왔다갔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는 순천만 갈대숲 갯벌을 기어다니는 짱뚱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짱뚱어는 한 번도 직접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는 생선인데도 제게는 아주 친숙한 느낌으로 기억되어 있었습니다. 짱뚱어라는 물고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영식' 선생님이 그린 만화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시리즈 때문입니다. 신영식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고, 오진희 선생님이 글을 쓴 이 만화책은 지금 중년이 된 세대들의 어릴적 고향살이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 오진희 선생님의 어릴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옮겨놓은 이 만화책의 주인공이 바로 '짱뚱이'입니다. 올록 볼록한 볼살이 짱뚱이를 많이 닮았지요. 사내아이처럼 씩씩한 짱뚱이지만 마음 따뜻하고 착한 아이였습니다. 이런 기억 때문이었는지, 웬지 짱뚱어라는 물고기도 착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떠 오르더군요.

만화책으로 본 짱뚱이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짱뚱어 모양을 본 따 만든 오카리나를 보니 과연 책에서 본 짱뚱이를 닮았더군요.  위 사진은 도자기로 만든 짱뚱어 모양 오카리나입니다.
 '장뚱어탕'을 잘 한다고 소문난 이 당 사장님이 오카리나를 보여주면서 장뚱어의 특징을 잘 살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장뚱어 모습도 사진과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대부분 장뚱어탕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장뚱어탕이 참 맛있다고 하더군요. 4인분씩 한 상으로 나오는데, 뚝배기에 국물도 한 방을 남기지 않고 깨끗히 먹어치웠습니다. 아울러 남도식당 답게 적지 않게 쫙깔려 나오는 정갈한 밑반찬고 깨끗히 먹어치웠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강변장어구이집' 장뚱어탕이 특별히 맛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하루 종일 순천시내를 다니느라 모두 '시장'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데 아무튼 모두들 "참 맛있다"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저희 일행은 오후 3시 30분에 순천YMCA에 도착하여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운동' 사례를 소개받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도시 디자인 사례를 둘러보았습니다. 곧바로 일몰 시간에 맞춰 순천만으로 달려가 짙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해지는 순천만 석양을 구경하였습니다. 다들 잔뜩 시장기를 느낄 때, 식당으로 같기 때문에 뭘 먹어도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커다란 뚝배기에 추어탕처럼 짱뚱어를 갈아 넣고 여러가지 나물과 야채를 넣어 끓였는데, 국물이 걸쭉하면서도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바다 생선인데도 특이하게 비린 맛이 없었으며, 국물 맛이 걸쭉한데도 시원한 맛이 나서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겠다는데 일행 모두가 동의하였습니다. 안주가 좋아 소주 한 잔 안 할 수 없다며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소주 몇병을 비우더군요.

짱뚱어탕을 처음 먹어본 터라 다른 식당과 맛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배고 픈 시간에 아주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 때문에 다음에 순천만을 가면 틀림없이 이 식당을 다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1인분에 7천원이었지만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잘 차려진 밑반찬과 '걸쭉 시원한' 장뚱어탕에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장뚱어탕은 순천만 뿐만 아니라 갯벌이 살아있는 벌교, 강진 등 남도 곳곳에서 맛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