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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독립운동의 메카 밀양 그리고 약산 김원봉

by 이윤기 201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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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영화 <암살> 흥행에 따른 시민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하여 <영화 암살과 약산 김원봉>을 주제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67회 아침논단을 개최하였습니다. YMCA 아침논단은 지역 사회의 현안이나 시민사회의 관심을 반영하는 주제로 매년 5회씩, 매 회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되는 소규모 강연회이면서 학습 모임입니다. 


이번 아침논단에는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사무국장인 최필숙 선생님이 <영화 암살과 약산 김원봉>을 주제로 발표를 맡아주셨습니다.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최필숙 선생님은 밀양지역 독립운동역사와 약산 김원봉 선생, 석정 윤세주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탁월한 재능까지 갖추셨더군요. 강약과 높낮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강연 곳곳에 재미있는 이야기들,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곁들였습니다. 약산이 박차정 여사에게 청혼하면서 인용했다는 헝가리 시인 페퇴피 산도르의 시를 들려줄 때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여 

그대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마저 바치리.

그러나 사랑이여

조국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내 그대마저 바치리.


이른 아침 강의실에 모인 여러 사람들이  이 싯구절에 감동하였습니다. 특히 여자분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오더군요.  하지만 이날 아침논단에서는 기대했던 만큼 약산 김원봉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는 충분히 듣지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약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관순을 필두로 김구, 안중근, 김좌진, 홍범도 등의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였고, 이승만과 같은 엉터리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약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조선독립운동 역사를 훓어보는 바람에 시간에 쫓겨 정작 영화 암살과 약산 김원봉이라는 주제를 충분히 다룰 시간이 부족하였던 것입니다. 아침논단에 참여했던 여러 사람들이 적어도 3시간 이상은 들어야 하는 강의라는데 공감하였습니다. 



약산 선생과 밀양의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얼마나 많은 강의를 하였는지, 슬라이드나 자료를 보지 않고도 여러 사건의 연도와 통계를 막힘없이 인용하더군요. 독립운동가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내, 그들의 며느리 등 남편이나 가족을 독립운동가로 둔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려고 특별히 애를 썼습니다. 


특히 약산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와서 친일경찰들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안타까움을 넘어 치가떨리더군요. 평생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일본 경찰에 체포된 일이 없는 조선 최고의 독립운동가가 친일 경찰에게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와서 사흘 밤낮을 통곡하였다니 치가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알살의 위험과 가족과 동지들에 대한 경찰의 탄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북한으로 갔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거나 혹은 미루어 짐작하시겠지만, 친일파가 판치는 남한에 적응하지 못한 약산 선생은 김일성이 집권한 북한에서도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숙청당하였다고 합니다. 



의열단과 조선의용대, 조선정치군사혁명간부학교, 조선민족혁명당 건설을 통해 좌우 분열을 막는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조선최고의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은 남한과 북한 어느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해방과 동시에 분단된 조국에서는 어느 쪽에서도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영화 <암살>이 흥행에 성공한 후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중국에서 활약할 당시 약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범 김구보다 더 많은 현상금이 걸렸었다고 합니다. 임시정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 의열단의 활약이 수 많은 조선의 젊은 청년들을 독립운동으로 이끌었다는 것이지요. 


최필숙 선생의 밀양독립운동사와 약산 김원봉 강의는 강연 1시간, 질의 응답 20분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침논단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회원들의 제안으로 오는 11월에 밀양으로 답사가는 계획이 세워졌다니 심화 강의와 현장 답사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