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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야쿠시마 조몬스기

야쿠시마 원시림,,,숲의 시원은 이끼

by 이윤기 2016.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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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 여행기① 화강암 섬, 원령공주의 숲은 이끼로 뒤덮혔다


작년 4월에 이어  지난 5월 13 - 1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삼나무로 추정되는 조몬스기가 있는 야쿠시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의 70주년을 기념하면서 회원들과 야쿠시마까지 조몬스기를 보러 갔다 온 일을 두고 마치 친일 행위라고 한 것처럼 '견강부회'하는 사람이 있어 거슬리기는 합니다만, 여행기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일본 여행도 쉬운 일이 아닌데, 후쿠오카 최남단 가고시마에서 배를 타고 3시간이나 가야하는 야쿠시마를 다시 다녀왔습니다. 가고시마에서 배를 타고 간 것은 아니고 후쿠오카 공항에서 하루 1번 있는 일본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야쿠시마까지 곧장 갔습니다. 시간을 아낄 수 있었던 대신 비용은 많이들었지요. 


올해는 제가 일하는 YMCA 창립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회원들과 야쿠시마로 여행을 겸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물론 야쿠시마라는 작은 섬을 세계에 알린 조몬스기를 보러 갔습니다. 이 나무에 일본 군국주의의 혼이 담겨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고 추정 수령 7200년을 자랑하는 조몬스기가 아니었다면, 굳이 그 먼 남쪽 작은섬을 찾아가지는 않았겠지요. 




야쿠시마까지 가는 교통편은 작년보다 더 불편해졌습니다. 작년에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낮 12시에 출발하는 비행편이 있어서 아침에 한국을 출발하여 야쿠시마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오후 2시 20분으로 시간이 바뀌었더군요. 그나마 비행기 연착으로 30분쯤 늦게 출발하였습니다. 


야쿠시마 항공편 운행 시간...작년보다 더 불편해져


야쿠시마까지 가는데 꼬박 하루가 다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다녀오는 사람들에게 여간 불편하고 아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후 5시만 되면 상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하는 작은 섬이라 오후 4시쯤 도착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야쿠스기 자연관으로 달려 갔습니다만, 오후 5시 폐관시간에 쫓겨 고작 30분만에 관람을 마치고 숙소로 가야 했답니다. 작년처럼 오전에 후쿠오카에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면 훨씬 여유로운 일정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작년에는 야쿠시마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셋째 날 아침일찍 가고시마로 나와서 1박 2일 보냈습니다만, 이번엔 3박 4일 일정을 모두 야쿠시마에서만 보냈습니다. 덕분에 작년에 못가봤던 기겐스기와 야쿠스기랜드 그리고 센비로 폭포를 비롯한 야쿠시마의 여러 폭포들과 바다 거북 산란광경까지 보고 돌아왔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역시 긴고 긴 역사의 시간을 품고 살아가는 야쿠시마 삼나무들이 살고 있는 그 숲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야쿠시마는 1년 365일 중에 366일 비가 내린다고 할 만큼 비가 많이 내리는 섬입니다. 이 섬의 산속 강우량은 연간 8000 ~ 10000㎜입니다. 10000㎜가 바다로 흘러가지 않고 그대로 고인다면 무려 10미터 높이가 되는 것이지요. 


1년에 10미터씩 비가 오는 섬, 야쿠시마


하지만 작년 4월 2박 3일 동안 야쿠시마에 머무는 동안 단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구름도 없는 맑은 날이 사흘이나 이어졌던 것이지요. 그 때문에 야쿠스기 숲에서 경험하는 신비감은 다큐멘터리나 사진을 볼 때보다 덜 하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흘동안 비가 내렸습니다. 그때문인지 작년에 비해 숲은 신비감이 훨씬 더 하였고 특히 이끼들이 뿜어내는 생명력이 가득 넘쳐 났습니다. 


비 때문에 조몬스기까지 가는 길도 훨씬 멀고 힘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비해 왕복 2시간은 더 걸렸습니다. 작년엔 각종 안내 자료에 나온 시간보다 훨씬 빨리 조몬스기까지 다녀왔는데, 올해는 안내 자료에 나오는 평균 시간보다 1시간쯤 더 걸렸습니다. 아침 7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작년에는 4시 20분에 산을 내려가는 막차를 탔는데, 올해는 5월부터 버스 시간이 늘어 난 덕분에 6시에 운행을 마치는 막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작년에 산행을 잘 한면도 있지만 비가 오지 않아 시간이 훨씬 단축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어군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조몬스기까지 가는 숲길을 걸으며 들었던 또 다른 생각은 이 숲의 진짜 주인은 조몬스기나 수령 1000년 이상의 야쿠스기들이 아니라 바로 '이끼'더라는 겁니다. 하루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려 여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만, 대신 숲을 가득 메운 이끼들은 빗물을 잔뜩 머금고 생기가 넘쳐나더군요. 


숲 가득한 이끼들을 바라보며 11시간을 걷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바로 주인이 그들이라는 것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야쿠시마는 바닷 속에 있는 화강암 바위들이 융기하면서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이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강암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3000년이 더 지난 야쿠스기들이 살고 있는 것도 다른 곳에 비해 토양이 척박하여 빨리 자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그야말로 흙 한줌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섬이었을런지도 모릅니다. 



그 단단한 화강암 바위에 처음 자라난 생명체는 거대한 삼나무가 아니라 어쩌면 작고 약한 '이끼'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이끼들이 마치 흙을 대신하여 다른 생명체의 씨앗을 받아들이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 하였을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수경재배가 이루어진 셈인데, 그때 씨앗을 품고 생명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 바로 이끼였을 거라는 겁니다. 그러니 야쿠시마 삼나무를 비롯한 생명의 기원은 이끼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수만 년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끼'들은 생명의 근원을 이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