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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기초선거구 결정 도의회에 맡겨선 안된다

by 이윤기 2018.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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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일색인 경남도의회가 '경상남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을 무시하고, 4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를 쪼개 2인 선거구 중심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2인 선거구 38개, 3인 선거구 32개, 4인 선거구 14개로 경남도내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하였으나 도의회가 인인 선거구 64개, 3인 선거구 28개, 4인 선거구 4개로 바꿔 버린 것입니다. 심지어 선거구인 2인 선거구 62개, 3인 선거구 31개, 4인 선거구 2개인 현행 선거구 보다도 후퇴하였습니다.


얼핏 보기엔 4인 선거구가 2개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도저히 쪼갤 수 없는 다른 조건들 때문에 4인 선거구가 늘어난 것 뿐이며 대신 3인 선거구를 3개나 줄여 버린 것입니다. 


모든 선거가 다 마찬가지입니다만, 선거 운동을 잘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입니다. 선거법을 비롯한 여러가지 공정한 룰이 있습니다만, 특히 지방선거는 선거구 획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일반 시민들은 선거구 획정까지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기초의원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4명을 뽑느냐, 3명을 뽑느냐, 2명을 뽑느냐는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유한국당이 압도적 다수인 경상남도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를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작년 1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경상남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활동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결정입니다. 


작년 11월  16일 출범한 경남도의회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7차례 회의를 거치고, 시민단체 간담회, 49개 기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4인 선거구를 대폭 늘이는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런데 도의회는 단 하룻만에 상임위와 본회의를 열어 이런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살리고 표의 등가성을 반영하면서 지역 특성을 감안하는 획정안"을 도의회에 보냈는데, 도의회가 거대 정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2인 선거구제 중심으로 몽땅 바꿔 버린 것입니다. 


이런 일은 경상남도의회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상남도 의회의 경우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습니다만, 더불어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똑같은 일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꼼수를 두고 녹색당은 평창 올림픽을 패러디 하여 "6.13지방 선거 앞두고 여야 단일팀 구성!"이라고 논평을 냈더군요. 경상남도의 경우 더불어 민주당 경남 도당도 4인 선거구제 확대를 함께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더불어 민주당이 다수당인 다른 지역에서는 더불어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위'안을 무시하고 2인 선거구제로 돌려놓고 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경남의 경우 중선거구제가 도입 된 이후 매번 선거구 획정안이 도의회에서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대부분 잘 아시겠지만, 한 선거구에서 2명만 뽑으면 제 1당과 제 2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당선될 가능성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3명이나 4명을 뽑게 되면 녹색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바른 미래당 같은 소수 정당의 후보들도 3등이나 4등으로 당선되어 의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됩니다. 


경남의 경우 과거에는 기초의원 2명을 뽑는 선거구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이었던 정당이 2명 모두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2인 선거구까지 자유한국당이 독식하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사이좋게 나란히 1명씩 당선되는 지역이 많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는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더불어 자유한국당'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꼴입니다. 


대신 그외 여러 정당들이나 무소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아예 원초적으로 봉쇄되는 셈입니다. 아무리 공명선거를 부르짖어봐야 이번 6.13 선거는 애초부터 불공정한 경쟁 구도에서 선거를 치루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시합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경상남도의 경우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의 재의 요구로 경남도의회가 재의결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만, 선거구 획정위 안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없어보입니다. 지난 선거에서는 버스안 날치기도 감행하였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크게 기대할 것이 없어보입니다. 


결국 제도를 개선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경남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마련한 획정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던지, 아니면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서 선거구를 획정하다록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도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라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뻔합니다. 개헌도 중요하고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선거법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시민들이 원하는 시민의 대표를 제대로 뽑아 의회에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