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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버스가 승용차 보다 빨리 갈 수 없는 이유

by 이윤기 200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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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 정책, 늘 실패하는 이유 따로 있었다

"車값 깍아주는 거야, 마는 거야"
지난 몇 일 사이에 신문, 방송을 비롯한 주요언론들이 자동차 취, 등록세 인하 문제를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앞서, 언론들은 지난 26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논의된 정부 방안이라며, 2000년 1월 1일 이전에 등록된 노후 차량을 신차로 교체할 때 취득ㆍ등록세와 개별소비세를 70%씩 깎아준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그런데, 다음날 청와대와 지식경제부가 나서서 "관계부처간 추가 논의와 국회 절차가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된 사항이 아닌 만큼 보도에 유의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른바, 자동차 내수 진작 방안을 내놓은 비상경제대책회의 결과를 지켜보며,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교통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버스 중심 대중교통 시스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기회 있을 때마다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교통정책을 요구하여 왔다.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위기 그리고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배출문제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가용 수요를 억제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승용차 억제 정책은 물론이고 버스가 승용차보다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은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잠깐식 차량 7부제나 5부제 같은 제도가 시행되기는 하지만, 폼만 잡다가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최근, 비상경제대책회의 후에 나온 언론보도를 보면 왜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이 불가능한 일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큰 산업이다. 2007년 기준으로 자동차 산업은 고용 측면에서는 약 160만 3000명, 국내 총산업의 10.4%에 달하며 세수에서도 총 세수 199조원 중 15.5%를 차지했다." (한국일보)

한마디로,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질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자동차 산업은 얼마나 힘 들어졌는가? 

"자동차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줘야 할 내수시장은 올해 들어서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올들어 지난 2월까지 내수 판매 규모는 16만 1692대로 전년 대비 14.7%나 줄었다."(한국일보)

요약해보면, 자동차 내수 판매가 15%정도 줄어들자 세금을 줄여서라도 자동차 내수 판매를 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통계와 정책을 보면 정말 분명해진다. 경제구조 전체의  자동차산업 의존도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FTA를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던 '자동차화 휴대전화 팔아서 먹고 살자'는 논리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가용 승용차를 판매하지 않으면 경제의 흐름이 막히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버스, 전차, 지하철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교통 우선 정책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기자가 사는 지방도시에서 대중교통 관련 정책논의가 있을 때마다, 버스 중앙전용차로제 도입, 자가용 억제 정책 수립과 같은 제안을 거듭하였지만, 여전히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하는데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한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자동차 한 대를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사용하는데 드는 에너지 보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고 한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나 환경문제, 에너지 위기를 걱정한다면, 자동차를 오래타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늘 거꾸로만 간다.

자동차 판매, 특히 승용차 판매가 경제를 지탱하는 지금 같은 구조하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교통 우선 교통정책'은 그야말로 구호에 불과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