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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대한민국은 지금 '공사중'.....

by 이윤기 2009.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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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60%이상 상반기 조기집행, 낭비는 없을까?

대한민국은 지금 공사중 입니다.
사상 유례없는 예산 조기 집행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공사중'입니다. 온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공사가 아니어도 이미 국토 곳곳에서 온갖 건설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예상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재정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주요 사업비의 60%를 상반기에 집행할 것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예산 조기 집행에 나서자 지방정부와 공기업을 비롯하여 모든 관계부처에서 상반기에 예산 60% 지출을 달성하기 위하여 총력전을 펼치는 형국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천안시같은 경우는 올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집행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고 합니다. 아래 언론보도를 보면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예산 조기집행을 위한 노력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안전부의 경우 지방교부금, 국고보조금, 출연금은 기획재정부의 자금배정 즉시 자치단체에 교부할 수 있도록 자금배정전에 사전절차를 완료하는 등의 ‘예산 조기집행 10대 준수지침’을 시행 중 이라고 합니다.

예산 조기집행 정부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함으로써 실물경제의 위기를 완화시키고 경제 위기속에 고통받는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정부재정의 조기지출은 일자리 창출을 향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은 최대 70%까지 선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정부의 예산조기집행 정책을 전국 자치단체들이 경쟁하듯 실행하면서,  마치 연말이 가까워지면 1년간 쓰고 남은 예산을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것 같은 현상이 3월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도 됩니다.

왜냐하면, 연말 보도블럭교체와 도로정비 공사에 으례 뒤따르던 예산낭비 사례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예산조기집행 정책은 예산을 조기에 쓰면서 경기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도 늘리자는 취지지만, 우후죽순 벌어지는 도로공사가 이런 목표를 달성시켜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실제로 인접 도시에 사는 후배 이야기로는 보도블럭을 바꾸는 공사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여기 저기서 연말도 아닌데, 보도블럭을 바꾸고 있다는군요.

일선 공무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 방침이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라도 예산을 상반기 중에 60%를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행자부 산하에 있는 한 정부기관의 경우에도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을 위하여, 예산 부서에서 사업관련 각 부서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예산 조기집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부서간 경쟁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예산이 없어서 곤란하다던 사업을 올해 들어서 각각 다른 부서에서 앞 다투어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행정안전부 조기집행 평가기준이 예산 총액 대비 집행률로 설정돼 있어 모든 예산이 조기집행 대상사업이 돼 버렸다. 심지어 인건비성 경비인 지방공사·공단의 전출금이 조기에 지출되고, 관리용역비가 선급금으로 지출되도록 해 버렸다.

정부가 70%까지 선급금을 지급하도록 방침을 내리자 일선 공무원은 업체에 사정해 선급금을 받아가도록 하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건실한 회사는 선급금 청구를 위한 부대비용이나, 외상공사를 꺼리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부실한 회사는 선급금을 공정률보다 더 많이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인데도 달라고 한다.

나아가 조기집행 실적에 급급한 지자체는 세수가 없는데도 금고로부터 일시 차입을 하는가 하면, 예금 해약은 물론 직원들의 복리후생비까지 빨리 쓰라는 형편까지 가고 있다.

가관인 것은 예산을 빨리 써야 한다며, 조기집행이 불가능한 대규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서 집행효과가 빠른 사업부터 우선적으로 집행하라고 하는가 하면, '법적절차 등으로 사업계획 조기확정이 어려울 경우 사업계획을 변경하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사업계획을 확정하라'고 다그친다." (윤순석, 민주공무원노조 경기지역 본부장 칼럼 중에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 예산 지출로 어떤 일자리가 어떻게 늘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예산 조기집행으로 지자체 발주 건설 공사만 늘어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요즘 제가 사는 도시에 자동차를 타고 나가보면, 온 시내가 공사중입니다. 정확히 무슨 공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1~2km 간격으로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물경기 경기침체가 상반기에 끝나고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된다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경기침체가 하반기까지도 계속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걱정도 떨칠 수는 없습니다.

예산 마저도 상반기에 몽땅 집행하고 나면, 하반기에 정부는 쓸 수 있는 정책이 하나도 없어지는 건 아닐까요? 마치 전쟁을 벌이는 듯 속도를 높이는 예산조기집행을 지켜보면서, 신용카드 사용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려고 했던 과거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기우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