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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국토순례 자원봉사하러...라오스에서 휴가내고 귀국?

by 이윤기 2019.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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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임진각까지 완주에 성공한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자들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기⑩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7박 8일 간의 한국YMCA 청소년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연재를 마무리 하면서 전국에서 참가한 150명 중 특별한 참가자들을 소개합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한국YMCA 청소년 통일 자전거 국토순례는 매년 40~70여명의 실무자와 자원지도자들의 참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5회의 국토순례 중에 9년 이상 지원팀으로 참가한 실무자들이 있고, 참가자를 거쳐서 자원지도자로 8번째 참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국토순례에 중독된 참가자들이지요. 올해만 해도 모두 17명의 청소년들이 국토순례 다섯 번 완주를 기념하는 그랜드슬램 기념패와 기념 저지를 받았습니다. 실무자와 지도자들 중에도 다섯 번 이상 국토순례에 참가하여 그랜드슬램 기념패와 기념저지를 6명이 받았습니다. 올해만 해도 23명이 다섯 번 이상 국토순례 완주에 참가한 것입니다. 

 

매년 국토순례 참가자 중에는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두 번, 세 번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다섯 번 완주하여 그랜드슬램을 하고 싶어합니다. 처음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1년 후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한 그룹은 한 번 완주하고 나서 "두 번 다시 이런 고생은 안 한다"는 그룹입니다. 다른 한 그룹은 "내년에도 꼭 참가한다"는 그룹입니다. 이쪽 그룹은 대체로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여러 번 참가하게 됩니다. 

 

다섯 번 참가, 다섯 번 완주에 성공한 그랜드슬램 참가자들

내년에도 꼭 참가한다는 중독(?)자들은 왜?

 

그랜드슬램 참가자들은 국토순례 마지막 날에 '그랜드슬램'이 선명하게 새겨진 하얀색 기념 저지를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라이딩을 하게 됩니다. 응원하는 사람들도 감동이지만, 역시 당사자가 느끼는 감동이 제일 클 것입니다. 15회를 맞이하는 올해는 참가자로 그랜드슬램을 마치고 자원지도자로 참가한 친구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로드가이드로 참가자들과 같이 자전거를 탄 친구들도 있고, 진행팀, 홍보팀, 프로그램팀, 총무팀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던 자원지도자들도 여럿 있었답니다. 

 

뭐니뭐니해도 7박 8일 일정 동안에 가장 눈에 띈 참가자는 부자가 함께 참가한 경우였습니다. 원칙적으로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는 청소년들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어른들이 참가자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예외는 아들이나 딸과 함께 참가하는 어른에게만 허용됩니다. 올해도 아빠와 아들이 함께 참여한 두 가족이 있었습니다. 

 

서정욱, 서현준 부자

아들과 함께 참가한 멋진 아빠들...겨울엔 제주도로 내년엔 삼부자가 같이 달릴 것

 

한 가족은 마산에서 참가한 서정욱(47), 서현준(11) 부자입니다. 서정욱씨는 몇 년 전부터 YMCA국토순례에 아들과 함께 참여하려고 벼르고 있다가 올해 드디어 아들과 함께 참가하였다고 합니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 부자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나중에 아이와 같이가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마침 아이도 자라면서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 여름 휴가를 국토순례로 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내에게 아들과 자전거 국토순례에 가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설마설마 하더니 참가신청을 했다고 하니 한의원에 보약을 지으러 가자고 하더라구요.  덕분에 국토순례 오기 전에 보약 한 재 먹고 아들과 함께 연습도 많이 하고 참가했습니다."(서정욱)

 

"엄마가 저는 걱정안한다고 했어요. 아빠가 걱정이라고 하면서 아빠 잘 챙겨주라고 했어요"(서현준)

 

실제로 몸이 가벼운 현준이는 한 번도 버스 찬스를 쓰지 않고 국토순례 전 구간을 완주하였습니다. 아빠 서정욱씨는 딱 한 번 '버스 탑승 찬스'를 쓰고 국토순례 전 구간을 완주하였습니다. 통풍을 앓고 있는 그는 발가락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있어 한 구간을 쉬었다고 하더군요. "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바쁘지만 아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기쁘고 의미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겨울엔 작은 아들과 함께 제주도 일주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하였습니다. 내년에는 두 아들과 함께 삼부자가 16회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오상진, 오도헌 부자

제가 몰랐던 요즘 청소년들 세계를 제대로 체험합니다

 

다른 한 가족은 의정부 YMCA를 통해 참가한 오성진(50세), 오도헌(14세) 부자입니다. 중학생 아들과 함게 참가한 오성진씨는 "아내의 추천으로 아들과 함께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매일 매일 자전거 타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원래 자전거를 탔었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건 많이 힘들지 않은데... 숙소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힘든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 말이 참 거칠어요. 라이딩을 마치고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거친 말을 계속 듣는 것이 힘드네요. 제가 몰랐던 요즘 청소들 세계를 정말 제대로 체험하는 것 같습니다."

 

아들 도헌이는 아빠 걱정을 먼저했습니다. "나는 자전거 타는 게 힘들지 않고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는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국토순례에 참가하는 청소년들 대부분은 평소에도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입니다. 더군다나 회복력까지 빠르니 함께 온 아빠들이 아이들을 쫓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지요. 

 

2년 째 회사에 휴가내고 국토순례에 참가한 이창성군(사진 왼쪽)

직장 휴가내고 온 자원지도자, 라오스에서 휴가내고 온 자원지도자

 

사연을 들어보면 놀라운 참가자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직장에 휴가를 내고 지도자로 참가한 두 사람만 더 소개하겠습니다. 마산YMCA 소속으로 참가한 이창성(26)군은 직장 생활 3년차입니다. 이창성군은 대학 시절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처음 지도자로 참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국토순례 지도자 활동도 못하게 될거라고 예상하였지만, 직장생활 2년차였던 작년에도 휴가를 내고 국토순례에 지도자로 참가하였습니다. 직장 생활 3년차인 올해도 회사 일 때문에 하루를 빠졌지만 나머지 기간을 모두 지도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그의 여름 휴가는 오롯이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봉사로 채워졌습니다. 

 

이창성군은 올해 다섯 번째 참가와 완주로 그랜드슬램 인증서와 기념 저지를 받았습니다. 그랜드슬램 저지를 입었으니 내년에는 안 오겠네? 하고 물었더니, 내년에도 휴가만 맞으면 참가하겠다고 하더군요. 뭐가 너를 국토순례로 끌어당기냐고 물었더니, "사서 고생하러 오는 아이들이 좋아서"라고 하더군요. "먹는 것 자는 것 아무 신경 안 쓰고 아이들과 자전거만 타면 되는 일주일이 진짜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행복하기도 하다"더군요. 

 

라오스에서 관광 가이드일을 중단하고 국토순례에 자원지도자로 참가한 권병수군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참가한 지도자가 또 한 명 있습니다. 권병수군은 직장이 라오스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관광학을 공부한 권병수군은 작년 가을부터 라오스에서 현지 가이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라오스로 떠나기 전에 3년 동안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했던 지도자였지만, 올해는 참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7월 초순에 연락을 했더니 YMCA 국토순례 시작 며칠 전에 한국으로 휴가를 나온다고 하더군요. 라오스 관광은 겨울이 성수기이기 때문에 여름에 한국으로 휴가를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설마 휴가와서 참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럼 국토순례 이번에도 참가할 수 있겠네?"하고 물었더니 일정을 맞춰보겠다고 하더군요. 

 

7월 중순에 국내로 들어온 권병수(26)군도 이번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지도자로 참가하였습니다. 1년 동안 자전거를 안 타서 걱정이라고 했지만, 막상 국토순례 현장에서는 자전거를 안탔다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참가 청소년들을 지원하였습니다. 

 

이들을 자원지도자라고 부르는 것은 돈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해서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멀쩡한 직장을 가진 청년들이 직장에 휴가를 내고 '돈 내고 사서 고생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매년 여름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지요. 

 

권병수군은 올해 4번째로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하였습니다. 내년에도 와서 그랜드슬램해야지 하고 물었더니, "내년엔 아직 알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랜드슬램은 하고 싶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선이니까 지금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시간만 맞는다면 내년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고 그랜드슬램도 달성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들은 자전거 국토순례에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을까요?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우선 자전거 타는 것이 좋아서 그리고 같이 고생하면서 힘들게 자전거를 타거나 지원팀을 맡아서 고생한 사람들이 좋아서라고 말합니다. 당연히 보람도 있었겠지요.

 

무엇보다도 7박 8일 동안 자전거 국토순례에서 함께 고생하고 나면 '의리' 같은 것이 생기는데, 그 '의리' 때문에 배신하지 못해서 고생할 줄 알면서도 다시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년 여름에도 '의리' 때문에 배신하지 못하는 그들과 다시 함께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