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즐겨 탔던 아버지

[필부의 인생 기록④] 아버지가 남긴 유산 '낡은 자전거 3대'

'부전자전'이란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블로그 포스팅 때 꼼꼼한 기록 습관을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와 자전거' 이야기를 쓸려고 생각해보니 자전거를 좋아하는 것도 아버지를 닮았거나 혹은 아버지의 습관을 물려 받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 앨범에서 찾아 낸 자전거 사진은 60여년 전에 찍은 이 사진이 유일하였습니다. 평생 자전거를 즐겨 타셨지만 스포츠나 레저용이 아니라 생활 자전거를 타셨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말년에 탔던 자전거 3대가 지금도 집 앞 골목 길에 서 있기는 합니다. 

흑백 사진에 나와 있는 자전거는 친척 어른이 타시던 자전거라고 하더군요. 그 때는 정말 자전거가 비싸고 귀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십대 중반에 자전거를 배워 60년 넘게 자전거를 교통수단의 일부로 애용하였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 된 기억 속 아버지 직업은 마부였습니다. 벽돌 공장에서 일하면서 말 구르마에 벽돌과 블럭을 실어 배달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저희가 살 던 집에는 말을 돌보는 마굿깐이 있었지요. 검은색 윤기가 흐르는 커다란 말이었습니다. 호주산 말이었다고 하는데, 워낙 힘이 좋아 당시 많이 보급되었던 삼륜 화물차보다 훨씬 많은 짐을 싣고 다녔다고 하더군요.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 할 무렵 슈퍼마켓을 시작하였으니 대략 4~5년 정도 그 일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아껴 타던 신사용 자전거는 아직도 종이가 붙어 있다. 

아버지의 짐 자전거로 처음 자전거를 배우다

슈퍼마켓을 시작할 때부터 자전거는 아버지의 교통수단이 되었습니다. 슈퍼마켓을 열기 위해 말은 팔아버렸고, 삼륜 용달차는 엄두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물건을 떼오고 배달하기 위해 커다란 짐자전거를 구입하였습니다. 그 때는 자전거를 자전차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짐 자전거는 '짐차'라고 불렀지요.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고 자전거 삼각 프레임 사이로 다리를 넣어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도 바로 그 짐자전거였습니다. 삼각 프레임 사이로 다리를 넣고 자전거를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내릴 때는 발이 땅에 닿지 않아 자주 넘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슈퍼 사장님으로 2~3년쯤 지냈던 아버지는 동네 구멍가게들에 물건을 배달할 때면 짐자전거를 타고 나갔습니다. 일반 자전거보다 프레임도 튼튼하고 짐받이가 컸기 때문에 큰 상자들을 사람키보다 더 높게 싣고 다녔습니다. 위태로울 만큼 많은 짐을 싣고 다녔지만, 짐을 실을 때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으면 위험하지 않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만, 여전히 집에는 아버지가 타시던 자전거가 3대나 남아 있습니다. 그 중 한 대는 흑백 사진 속에 있는 것과 꼭 닮은 신사용 자전거입니다. 이 자전거는 프레임에는 여전히 종이 커버가 붙어 있을 정도로 아버지가 아껴 타던 자전거 입니다. 

또 한 대는 제 작년에 자전거 타고 장에 나가셨다가 택시와 부딪쳤을 때 현물로 사고 보상을 받은 장바구니 달린 자전거 입니다. 나머지 한 대는 비가 와도 골목에 그냥 세워두고 편하게 타던 자전거 입니다. 

마흔 살 무렵에 건축 일을 시작한 아버지는 예순 다섯 무렵까지 건축노동자로 정말 바쁘고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주로 가끔 함안, 의령, 김해 같은 곳으로 일을 갈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산과 창원 현장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창원에서 일을 할 때는 시내버스 첫 차를 타고 다니셨지만 마산 현장에서 일을 할 때는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습니다.

2012년 가을 날, 손자를 태우고 바닷가로 나간 아버지

"마산 시내는 차보다 자전거가 더 빠르다"

창원에 있는 현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않았던 것은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 길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고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져서 자전거를 타고 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세월이 흐르면서 먼 곳으로 일하러 갈 때는 일행들과 승합차를 타고 다니거나 육십이 다되어 딴 운전면허로 승용차를 타고 다녔지요. 

하지만 아버지의 가장 절친했던 교통수단은 역시 자전거였습니다. 오동동 집에서 신마산까지 20분, 오동동 집에서 합성동까지도 20분이면 갈 수 있다고 늘 강조하셨지요. "버스 타고 다니는 것 보다 훨씬 빠르다"고 강조하곤 하였습니다. 건축 일을 그만두고도 10년이 넘게 매일 자산동 약수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말통으로 물을 길어 오셨지요. 

아시다시피 자산동 약수터는 산복도로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기어가 달린 MTB나 로드 자전거라면 그리 대단한 오르막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아버지가 타시던 자전거는 기어가 없는 일반 자전거였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다리에 근육이 붙어 별로 힘들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1980년, 마흔 무렵에 건축 노동자가 된 아버지는 예순 다섯 무렵부터 집내서 지내는 날이 조금씩 많아졌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하나 둘 건설 현장을 떠났고, 젊은 날 아버지께 일을 맡기던 하도급 사장들도 아버지를 찾이 않게 되었지요. 건축 일을 그만 둔 아버지에게 약 15년 동안 자전거는 본격적인 교통수단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가장 즐겨타던 생활 자전거

할아버지의 자전거 타기는 손자들까지 이어져

마산시내를 다닐 때는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10년 넘게 매일 팔용산으로 등산을 다녔는데 늘 자전거를 타고 가서 산 아래에 세워두고 정상까지 다녀왔습니다. 자산동 약수터도 하루 한 번씩 자전거 타고 물을 뜨러 다녔구요. 그 외에도 병원을 가거나 조카가 다녔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때도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제 조카는 제수씨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첫 돌 무렵 마산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할 때까지 아버지가 손자를 키웠습니다. 두 돌 무렵부터 어린이집엘 갔고, 다섯 살부터는 유치원을 다녔습니다. 아버지는 조카를 데리고 병원, 약국, 보건소, 마트에 갈 때 늘 자전거에 태우고 다녔습니다. 조카는 유치원 입학 무렵에 이미 자전거 타고 자주 다니던 마산시내 지리에 훤했습니다.

가끔 제 차를 타고 함께 어딜 갈 때면, "여긴 할아버지와 자전거 타고 갔던 길"이라고 아는 채를 하더군요. 일곱 살 무렵에는 할아버지를 따라 어시장이나 근처 초등학교까지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한 조카는 5학년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 마산에 내려와서 할아버지가 타던 자전거를 곧 잘 타고 다녔습니다. 

사람은 몸으로 익힌 것은 쉽게 까먹지 않는다고 하더니, 할아버지에게 배운 자전거 타는 법은 조카 몸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막내 손자 뿐만 아니라 제 두 아들도 모두 자전거를 잘 탑니다. 두 아들 모두 임진각까지 가는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녀왔고 저 역시 자전거 타기를 좋아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저 까지 셋이서 삼대가 함께 가는 '자전거 국토순례'를 꿈꿔 보기도 했었는데 이젠 이루지 못하는 꿈이 되었습니다. 







Trackback 0 Comment 0
[웹툰] 中二病⑦, 친구 신발을 빼앗은 까닭?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10/04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⑦, 그날 이후...친구를 괴롭히게 된 까닭 2019/09/30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⑥, 왜 하필 친구 집 파출부 ..

맥주가 없었어도...종교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면서 유럽 역사와 맥주 강연을 들었습니다. 물론 실화입니다. 지난여름 끝자락 어느 날 아침 9시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체코 맥주를 마시며 목사님의 아침 설교를 들었습니다. 이른바 맥덕 목사로 불린다는 고상균..

[웹툰] 中二病⑦, 그날 이후...친구를 괴롭히게 된 까닭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09/30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⑥, 왜 하필 친구 집 파출부 일을...엄마가 [웹툰] 中二病⑥, 왜 하필 친구 집 파출부 일을...엄마가 ▶[웹툰] 中二病 연재..

[웹툰] 中二病⑥, 왜 하필 친구 집 파출부 일을...엄마가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09/24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⑤,효인이 한테 미안해서... 2019/08/12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④, 효인이 떠난 빈 자리 2019/08/08..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즐겨 탔던 아버지

[필부의 인생 기록④] 아버지가 남긴 유산 '낡은 자전거 3대' '부전자전'이란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블로그 포스팅 때 꼼꼼한 기록 습관을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와 자전거' ..

[웹툰] 中二病⑤,효인이 한테 미안해서...

▶[웹툰] 中二病 연재 1편부터 모두 보기 2019/08/12 - [시사토론] - [웹툰] 中二病④, 효인이 떠난 빈 자리 [웹툰] 中二病, 효인이 떠난 빈 자리 이 웹툰은 "경상남도교육청"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제작한..

아버지가 자신의 노동을 기록으로 남긴 까닭?

기록 습관을 유산으로 물려 준 아버지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정리하다가 1980년 무렵부터 꾸준히 써온 아버지의 작업일지(메모)를 발견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작업 메모를 보면서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했던 당신의 고된 노동의 흔적을..

고장난 일체형PC...그냥 버리지 마세요

구입한 지 3~4년쯤 지난 일체형 컴퓨터가 고장났습니다. A/S를 신청했더니 출장 나온 기사가 "메인보드가 나갔는데, 부품 보유기간이 지나서 메일보드 교체를 해드릴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사용하던 23..

노트북 CD로 외장 CD-ROM 조립하기

YMCA에서 사용하던 일체형 컴퓨터가 고장 났습니다. A/S센터에 가져 갔더니 메인보드가 나갔는데, 부품 보유기간이 지나서 수리가 안된다고 하더군요. 메인보드 빼고는 모두 멀쩡한 컴퓨터를 그냥 폐기처분 하기는 아깝고 아쉬워 재..

애플워치4 액정 커버...품질은 광고와 달랐다

애플워치 액정 보호 커버 고르기 쉽지 않네요 풀박스로 된 새것 같은 중고 애플워치4를 구입하고 나서 액정 보호 필름 부착에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경험하였습니다. 오랫 동안 아이폰(4, 6)을 사용하면서 액정보호 필름은 아무거나 ..

당신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작은 집 한 채

아버지 인생 이야기 첫 번째 기사는" 입원을 거부하고 '집에서 죽고 싶다'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임종을 맡이하는 대신 내가 살던 집에서 아내와 자식들의 배웅을 받으며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다던 마지막 소..

집에서 죽고 싶다던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1940년 6월 8일에 태어나 지난 3월 28일 세상을 떠난 제 아버지의 삶을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아버지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셨고, 세상 사람들이 기억 할 만한 남다른 삶을 살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식이..

중고나라, 카톡으로 유도하면 99%사기꾼

중고나라,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는 사기꾼 감별법? 지난 7월 중순 이후 약 3주 동안 인터넷 중고나라에 자주 들렀습니다. 아이폰과 연동하여 사용하던 다소 허접한 어메이즈빕핏이 뚜껑(?)이 열리는 참사로 액정 전체가 분리되는 바..

메이란(Meilan)M1과 함께 달린 자전거 국토순례

7월 28일부터 창원을 출발하여 8월 3일 임진각까지 608km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공식 기록은 메이란(Meilan) M1 속도계 컴퓨터를 사용하였습니다. 달리 공식 기록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어쨌든 매일매..

국토순례 자원봉사하러...라오스에서 휴가내고 귀국?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기⑩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7박 8일 간의 한국YMCA 청소년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연재를 마무리 하면서 전국에서 참가한 150명 중 특별한 참가자들을 소개합니다. 2005년..

폭염 속 자전거 국토순례...PET병 소비90% 줄였다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기⑨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는 총 7박 8일 동안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608km 자전거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앞서 한 번 소개하였듯이 이번 청소년 통일자전거..

[웹툰] 中二病, 효인이 떠난 빈 자리

이 웹툰은 "경상남도교육청"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제작한 작품입니다. 10회에 걸쳐서 연재할 예정이며, 소정의 광고료를 지원 받을 예정입니다. 따라서...같은 웹툰을 다른 블로그에서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

자전거 국토순례...차 타고 570km 달린 황당 사연 ?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⑧ YMCA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스텝 참가 10년 만에 하루 종일 자전거 대신 차를 타고 500km 넘게 달리는 기막힌 경험을 하였습니다. 재작년까지 모두 8번을 자전거로 완..

웹툰 중이병, 효인이가 떠난 까닭?

이 웹툰은 "경상남도교육청"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제작한 작품입니다. 10회에 걸쳐서 연재할 예정이며, 소정의 광고료를 지원 받을 예정입니다. 따라서...같은 웹툰을 다른 블로그에서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

내년에는 판문점, 개성까지...청소년 국토순례 608.5km 완주

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동행취재기⑦ 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7일차 마지막 날은 동두천 동양대학교를 출발하여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까지 56.1km를 달렸습니다. 아침 8시 30분 동양대학교 북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