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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경남 도시가스 공급 비용 가장 많이 올랐다

by 이윤기 202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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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부터 경상남도 도시가스 공급 비용이 최고 8.7%까지 인상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에 쫓기다보니 블로그 포스팅 타이밍을 놓쳤습니다만, 1년 후에 또 다시 공급 비용을 심사하기 때문에 기록 창원에서 개인 블로그에 정리해 둡니다. 

경상남도 도시가스 공급 비용은 매년 6월 말까지 향후 1년 간의 공급 비용을 결정하고, 7월 1일부터 다음해 6월 30일까지 적용됩니다. 많은 분들이 도시가스 요금과 도시가스 공급 비용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데,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도시가스 요금의 구성은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요금 구성은 매년 조금씩 달라집니다.)

도시가스 요금(100%) = 가스공사 원료비(86.3%) + 공급비용(13.7%)

올해는 전국 대부분의 시도가 도시가스 공급비용을 동결하거나 인하하였습니다. 예컨대 대구시와 광주시 강원도는 모두 도시가스 공급 비용을 동결하였습니다.  경남과 마찬가지로 인건비와 검침수수료 상승, 공급량 감소, 신규배관투자비 등  공급비용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코로나19극복과 에너지 복지 그리고 물가안정과 서민 소상공인의 부담 경감을 이유로 도시가스 공급비용을 동결한 것입니다. 경상남도에서 심의하는 공급비용 심의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도시가스 요금 총액의 13.7%를 차지하는 공급 비용에 대한 심의입니다. 도시가스 공급비용 심의는 조례에 따라 경상남도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이루어집니다. 경상남도소비자정책위원회는 도청 관계 공무원, 도의원, 중앙행정기관 지역 기관 대표(한국은행, 통계청 등), 소비자단체 추천 등으로 구성되며, 도시가스 공급비용, 택시요금, 버스요금 등 소비자의 생활과 관련이 높은 3개 요금 심의를 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5.4% 인상되었지만, 서울시의 경우 고객센터 노동자 인건비 상승을 모두 고려하여 5.4% 인상에 그쳤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2020년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경상남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인상된 셈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양산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지에스이는 양산시 뿐만 아니라 울산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올해 도시가스 공급 비용은 양산시만 인상되고 울산시는 동결됨으로써, 같은 회사에서 도시가스를 공급 받는데도 양산시민들만 인상된 요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故 노회찬의원 생전엔 도시가스 요금 인하 혹은 동결 되었는데...

사실 매년 경남의 도시가스 공급 비용이 많이 인상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동안 경상남도의 도시가스 공급 비용은 인하되거나 동결 혹은 소폭 인상되는데 그쳤습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故 노회찬의원었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경남지역 도시가스 공급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된 사실을 밝히고 감사원 감사를 이끌어낸 이후 2017년, 2018년 도시가스 공급비용이 연속으로 인하되었고, 2019년에는 소폭인상 및 동결 되었는데, 2020년에는 지난 3년간 공급비용 인하를 모두 만회라도 시켜주겠다는 듯 무려 8.7%나 인상된 것입니다. 

사실 올해 도시가스 공급 비용 인상은 몇 가지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합니다.  첫째 코로나19의 여파로 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중소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모두 어려움을 격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가스는 일반 가정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요식업을 비롯한 많은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이 산업용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가 도시가스 공급 비용을 최고 8.7%나 인상하면서, 도시가스 공급 회사를 제외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2019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역대 최저인 0.4%를 기록하였고, 올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3%를 기록하였다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여러 가지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경상남도 도시가스 공급비용도 동결되거나 인하되어야 마땅한 상황인데, 경상남도만 전국 최고 수준으로 공급 비용이 최대 8.7%나 인상된 것입니다. 

경상남도 관계자들은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원료비가 많이 인하되었기 때문에 경남에서 공급비용을 인상하여도 실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도시가스요금은 여전히 인하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도시가스요금 인상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2년간 1000억원 가까운 주주 배당이 이루어졌는데... 공급 비용을 또 올려야 하나?

하지만, 공급 비용 인상이 부적절한 두 번째 이유를 보면 경상남도의 입장은 궁색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도내에서 가장 큰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경남에너지의 경우 2017~2018년 사이에만 1000억원 가까운 주주배당을 하였습니다. 도시가스 공급 비용은 대부분 도민이 부담하는 돈입니다. 따라서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경남도민들이 낸 돈으로 도시가스 공급회사 주주들에게 2년 동안 1000억 원을 배당한 것입니다. 

도시가스 공급 업체들은 독점적으로 공급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급 비용을 결정하는 경상남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도시가스 공급 업체들의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8년 도시가스 공급 비용 중에서 '미공급 지역의 투자를 위한 조건부 재원으로 보수율의 3%내에서 적용하던 투자보수 가산'을 미적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재 독점 공급 사업자에 대한 중복지원 때문입니다. 투자보수 가산을 적요하면 2018년 기준으로 법인세 비용 추가 인정액이 62억원 발생하고, 2018년 기준으로 경남에너지는 7.35%, 지에스이는 7.99% 공급 비용 인상요인이 발생하며, 결과적으로 도민(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고 도시가스 사업자 이중 수익 보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도시가스 공급비용 심의 자료를 보면 '투자보수 가산'을 다시 적용한는 인상안이 경상남도로부터 제시되었습니다. 다행히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제안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경상남도가 도시가스 공급 업체에 휘둘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경남도, 도시가스 사업자에게 휘둘리는건 아닌가?

이미 결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도시가스 공급 비용을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만, 매년 도시가스 공급 비용 심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 경상남도가 제출하는 도시가스 공급비용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도시가스 공급 비용 심의는 매년 5월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마감(6월 30일) 10일도 남기지 않고 공급 비용을 심의하게 되면 시간에 쫓겨 졸속(?) 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소비자정책위원으로 참여 해 본 경험이 있는데, 실제로 담당 부서에서는 6월 말까지 공급 비용이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위원들을 압박하고 부서 제안 그대로 위원회에서 통과 시키려고 밀어 과도하게 노력합니다. 민관 협의체인 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위원회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위원회가 도민을 대표하여 판단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와 자료가 제공되어야 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향후 도시가스 공급비용 산정에 공공성을 더욱 강화 해야 합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도시가스는 일반 가계 소비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중소자영업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공공재이며, 요금인상에 따른 부담도 그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도시가스 산업은 독점적인 공급시장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공급비용을 결정하고 있는데, 이번 도시가스 요금 결정은 물가나 경제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도시가스 업계의 이익을 과도하게 보장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경상남도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독점적인 공급 시장에서 도시가스 투자 수익(적정이윤)을 과도하게 보장하고 있는 요금 산정 방식도 개선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