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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학교서 준 스마트기기...사물함에 쳐박히면?

by 이윤기 2022.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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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11. 8 방송분)

 

전국의 여러 교육청에서 학생에게 펜과 터치가 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등 스마트기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정책의 5대 사업과제인 스마트스쿨 사업에 2025년까지 무려 15조 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그 내용은 학급 내 와이파이 설치 및 교육용 테블릿 PC공급이 주요 사업내용입니다. 오늘은 스마트스쿨 사업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용 태블릿 PC 공급 사업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경남교육청은 내년 8월까지 1500여 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남 모든 초중고 학생들에게 노트북과 태블릿 기능을 모두 가진 스마트기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사업추진을 시작하였으며, 초고속 인터넷 보급사업을 포함하면 모두 2000여 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경남교육청......1500억 스마트 기기 보급사업 성과있나?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러 시도 교육청이 앞다투어 이 사업에 나서고 있는데요. 서울시 서울시 교육청도 내년 봄에 입학하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중학교 교사에게 1인 1스마트기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 사업에 ‘디지털과 벗하기’라는 뜻으로 ‘디벗사업’이라는 명칭을 붙였는데, 내년 신학기에만 모두 60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충북 교육청이 내년 상반기까지 493억원의 예산을 들여 9만 7000여대의 스마트기기를 지급할 예정이고, 부산, 경북 등 다른 교육청에서도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에 디지털 기기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교육청과 학교가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사업입니다. 

한국판 뉴딜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경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정부와 경제관료들이 이런 계획을 세우는 것까지는 그 분들은 원래 ‘경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는데, 아이들의 교육과 교육을 통해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교사와 교육관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참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코로나-19 펜데믹이라고 하는 사상 초유의 경험을 하였고, 아이들의 등교가 중단되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원격수업이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디지털 장비가 없어서 불편을 겪기도 하였을 것이고, 가정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마련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교육청이 장비를 구입하여 빌려주기도 하는 혼란을 격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에 때문에 경험은 매우 특별한 경험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와 교육 당국의 발상에는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막대한 예산 낭비와 디지털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시민사회의 우려를 한 번 공유해 보겠습니다. 

 

 

학교에서 준 스마트기기 사물함에 쳐박히면 어쩌나?

첫째,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아이들이 태블릿 PC를 고장내거나 분실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수리비는 학교가 80%, 학부모와 학생이 20%를 부담하고, 분실하면 학생과 학부모가 100%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는데요, 학생과 학부모가 요구하지도 않은 스마트기기를 정부와 학교가 일방적으로 빌려주고서는 고장과 분실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이 말이되는 일일까요? 제가 학부모라면 소송을 해서라도 면책을 주장할 것이고, 저는 반드시 법률적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기기 도난이나 중고시장 유통을 막기 위해 고유시리얼 번호와 GPS위치추적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하였는데, GPS를 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위치 추적을 끌 수 없게 만들면 사생활 침해에도 해당될 것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지금 판매되는 모든 기기에도 고유시리얼 번호가 있지만 도난과 중고시장 유통을 막는데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많은 학부모들이 스마트기기를 활용하여 학교나 교육당국이 바라는대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기기로 이용되거나 인터넷상의 유해물에 노출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교육 당국에서는 유해매체 차단 장치를 설치하고 반복적인 소양교육으로 오직 학습에만 사용하도록 하겠답니다.

 

과연 그럴까요? 세상에 뚫리지 않는 방패는 없습니다. 이미 10대 해커들이 공공기관을 해킹하고 도박사이트를 공격하고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IT기술자들이 막아놓은 아이폰 ‘탈옥’도 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교육당국이 어떤 보안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반드시 ‘탈옥’러시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43.1% 테블릿 PC사용하고 있는데......1대 더주면 고마울까?

셋째, 학습에 흥미가 있고 스마트 기기를 학습에 많이 활용하는 아이들은 이미 ‘애플’, ‘삼성’에서 만든 성능 좋은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유명 인강 회사와 학습지 회사들은 수강료내면 스마트기기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육청에서 40~50만원대의 ‘가성비’ 높은 제품을 보급한다고 해서 그걸 사용하게 될까요? 제가 보기엔 이미 아이들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교육청에서 품질 좋고 가격도 적당한 운동화를 나눠주고 모든 학생들에게 그 신발만 신고 다니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1만 4536명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43.1%가 태블릿 PC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이미 절반 가까운 초중고생이 테블릿PC를 가지고 있는데, 교육청에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기기보다 ‘간지’가 낮은 기기를 보급한다고 아이들에게 환영 받을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청에서 나눠준 일반 운동화와 자기가 사신은 나임키 운동화가 더 큰 위화감을 조성할 것 같습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디지털 기기 보급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스마트기기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모든 아이들을 한 가지 디지털 기기와 운영체제에만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할까요?

넷째, 교육당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하도록 물리적 기반을 조성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는데요. 왜 모든아이들을 똑같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려는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의 교육을 부러워하는 것은 공부에 흥미가 없고, 공부를 잘 하지 않아도 자신의 관심과 소질을 개발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행복교육’을 부르짓던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이 일에 앞장서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태블릿 사용이 확산되면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보다 잘 가르치는 인강을 시청하는 아이들도 등장하고 있고, 태블릿을 활용하는 수업시간에 수업과 관계없는 자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유행이 2년째 이어지면서 생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디지털 과잉과 아날로그 부족입니다. 대면 수업 축소와 체험활동의 제한, 교우관계 단절, 사제 관계 단절 등으로 아이들이 사람과 멀어지고 자연과 멀어진 것이 핵심인데, 모든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한 대씩 안겨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난 2년간 디지털 환경에 지나치게 노출되었으니 펜데믹 이후에는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려주는데, 정부 예산이 우선 지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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