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교육

학생증 없애고 청소년증 발급 늘어나

by 이윤기 2022. 4. 2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10. 25 방송분)


여러분은 청소년증이 있다는 걸 아시는지요? 지난 2004년도에 처음 도입된 청소년증은 만 9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입니다. 청소년증 발급 20여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청소년증을 기피하는 원인과 청소년증 활성화 방안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청소년증이 도입된 것은 학생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학생과 같은 나이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신분을 공적으로 확인 받을 수 없는 청소년과의 차별을 없애기 위함이었습니다. 2004년 이전에는 시내버스 요금도 일반 요금과 학생 요금으로 나누어서 학생에게는 요금 할인 혜택을 주고 학생이 아닌 청소년들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시내버스 뿐만 아니라 기차, 시외버스 같은 교통 요금도 학생할인이 있었는데, 학생 할인 요금을 적용받으려면, 창구에서 승차권을 구입할 때 학생증을 제시해야 하였습니다. 따라서 같은 또래의 청소년이라도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교통 요금을 할인 받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학생할인은 교통 요금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 입장료, 박물관, 공연장 입장료, 심지어 영화관람 때도 적용이 되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않는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였습니다. 

교통요금 할인이나 문화재관람 뿐만 아니라 각종 어학시험이나 국가공인자격 시험을 치를 때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전에는 학생증을 신분증으로 사용하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이 국가자격시험을 치르려면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학생과 청소년을 신분증으로 구분하는 것은 차별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불이익을 개선하기 위하여 당사자인 학교밖 청소년들과 청소년지도자들이 나서서 수년 동안 청소년증 발급을 위해 노력하였고, 매년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이 5만명 이상 생겨나는 현실을 반영해야한다는 주장들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정부가 2004년부터 읍면동 사무소에서 청소년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청소년증 발급건수와 청소년증 발급율이 굉장히 저조하다고 합니다. 2019년과 2020년 청소년증 발급률은 13.24%, 올해는 8월 말까지 17.11%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경남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봤더니, 2020년 경상남도의 청소년증 발급은 13,621명으로 만 9세 ~ 18세 청소년 35만 2,363명 중에서 겨우 3.9%만 청소년증을 발급 받아 전국 평균 보다도 훨씬 낳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청소년증을 가장 많이 발급 받은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인데요,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청소년증을 발급받은 청소년이 모두 18만 2644명인데, 경기도 청소년이 6만 701명으로 전체의 33.2%나 됩니다. 전국에서 발급된 청소년증의 1/3을 경기도 청소년들이 발급 받은 셈입니다. 

 

 

경남 청소년 3.9%만 청소년증 발급

사실 청소년증을 발급받으면 크고 작은 혜택도 많이 누릴 수 있습니다. 우선 청소년증을 발급 받을 때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청소년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증이 있으면 철도 이용료는 10~30%를 할인 받을 수 있고, 왕궁, 고궁 등 입자료 50% 할인, 자연휴양림 50%, 영화관 2000원 내외 할인, 유원지 및 공영장 30~50% 할인, 놀이공원, 체육시설 할인 등 적지 않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발급 비용은 무료이고, 한 가지 아쉬운 건 주민등록증처럼 정부가 인정하는 신분증이라 발급 기간이 4주 정도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청소년들은 청소년증 발급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낙인효과’ 때문입니다. 학생증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의 신분증이고, 청소년증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의 신분증이라는 낙인효과 때문에 청소년증 발급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 2020년 5월,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학생증과 청소년증으로 구분하는 낙인효과 때문에 청소년증 발급률이 낮다는 것을 지적하며,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나 모두 청소년증으로 통일해서 발급하자”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청소년증 발급을 위해 지출한 행정비용만 해도 23억 9000만원이나 됩니다.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청소년증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결국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 

 

학생증 없애고 청소년증 발급하는 학교 늘어나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용문고등학교는 올해 신입생부터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일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양평군이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증 하나로 올패스’ 프로그램에 따라 이 학교가 가장 먼저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일괄 발급하였는데, 학생과 학생이 아닌 청소년을 구분하지 않고, 차별하지도 않겠다는 ‘인권의식’이 실천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광중 중학교에서도 올해부터 전교생이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이 학교도 같은 또래의 청소년을 학생증과 청소년증으로 구분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청소년증으로 통일하였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창원이나 경남지역에서는 이런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의 사례나 충안 천안시 광중 중학교의 사례처럼 경남에서 학교밖 청소년과 학교안 청소년들이 차별 받지 않도록 ‘청소년증 하나로 올패스’ 제도가 도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인권의식에 경남교육청이 공감하고 학생증 발급을 중단하고 청소년증을 일괄 발급 받아 사용하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경남교육청이 앞장서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한다면, 일선 학교에서부터 학생청소년과 학생 아닌 청소년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제가 일하는 YMCA에서는 차별을 없애고 보편적 인권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창원평화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또 학교밖청소년을 지원하 위하여 마산합성동에 ‘위카페 다온’이라는 청소년 공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원평화인권센터와 위카페 다온이 협력하여 학교밖 청소년들이 스스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당사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원하는 활동도 해나가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