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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마을 민주주의 시작은 주민자치회로부터

by 이윤기 202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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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11. 29 방송분)

 

최근 창원 시내 곳곳에 주민자치위원 모집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오늘은 창원시와 경남지역의 주민자치회 활동과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부터 30년 전인 1991년에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시의원, 도의원 선출이 시작되었고, 1995년부터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의원과 단체장을 선출하게 되었습니다. 지방자치는 크게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 선거, 의원 선거는 모두 단체 자치에 해당됩니다. 말하자면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단체자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말 그대로 주민이 스스로 통치하는 ‘주민자치’는 단체자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뒤쳐져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민자치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1999년부터 시작된 읍면동 사무소의 기능 전환과 주민자치센터 설치였습니다. 제가 사는 창원시도 2010년에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읍면동 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였습니다. 나이드신 분들은 여전히 ‘동사무소’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읍면동에서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센터로 각각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0년 주민자치센터 설치 이후 3년쯤 지나고부터 주민자치센터 운영만으로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꽃피우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일어나면서 2013년부터 ‘주민자치회 전환’을 준비하는 시범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창원시의 경우 2010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을 대략 10년쯤 하고,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였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 역사 10년......주민자치회로 전환

 

앞서 2013년부터 거창 북상면과 함께 창원 용지동에서 전국을 대표하여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을 해오다가, 2019년부터 창원시내 11개 동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여 시범운영을 하였고, 올해부터 55개 읍면동을 모두 ‘주민자치회’로 모두 전환하였습니다. 경남에서는 18개 시군에 305개의 읍면동이 있는데, 올해 초까지 117개 읍면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였고, 창원시와 거창군이 앞장서서 주민자치회 전면 전환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주민자치회는 제대로 이해하려면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첫째는 권한의 이양입니다. 1991년에 시작된 지방자치제가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단체로 권한을 이양하는 제도적 변화였다고 한다면, 주민자치회 전환 설치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읍면동 주민자치회로 권한을 이양하는 첫 출발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지방자치 30년 만에 권한이양이 시작된 것입니다. 

둘째는 주민이 말 그대로 자치하자는 것입니다. 읍면동과 같은 마을 단위, 동네 단위로 주민들이 직접 대면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스스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문제 해결을 공무원들에게만 맡기지 않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마을의 공공서비스를 주민들이 결정하고 주민들이 참여하여 해내도록 제도로 뒷받침 하는 것이 바로 주민자치회입니다. 

창원시의 경우 올해부터 55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위원회보다 권한이 커진 주민자치회가 설치되었지만,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주민들이 모이는 모든 활동이 금지 또는 축소되다보니 아직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새로 시작된 주민자치회가 이름은 비슷하지만 권한과 역할에는 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우선 주민자치회 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과거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은 읍면동장이 추천하고 위촉하였습니다만, 주민자치회 위원은 6시간 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한 주민들 중에 추첨으로 선발하도록 하여 주민의 대표성이 훨씬 강화되었으며, 위촉권자도 읍면동장에서 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주민자치회......위상과 역할 강화.....주민참여가 관건

과거 주민자치위원회는 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고, 행정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으뜸마을만들기 사업을 비롯한 마을 환경 개선 사업을 주로 하였습니다. 대체로 화단을 조성하거나 쌈지 공원을 만들거나 벽화를 그리는 것과 같은 사업들이 많이 이루어졌고, 하천살리기, 재활용 수거, 어르신 돌봄, 저소득층 돌봄 같은 활동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주민자치회 위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주민자치회 위원이 아니라도 ‘주민자치회 분과위원’으로 마을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민자치회마다 마을의 특성을 살려서 마을 일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분과를 구성하는데... 위원이 아닌 주민들도 분과 활동을 통해서 마을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참여 방식으로는 주민총회가 있습니다. 주민자치회가 앞장서서 마을 살림을 잘 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마을계획 수립’이라고 하는데요. 이 마을계획이 세워지면 주민총회를 열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주민총회는 주민자치위원 숫자의 3배수 이상이 모여야 개최되기 때문에 주민자치 위원들이 수립한 마을계획을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주민총회에 관심을 갖도록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아울러 주민총회를 통해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제안한 사업과 계획의 채택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주민총회에 참여한 분들은 마을계획을 실행하는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주민자치회의 기능도 달라졌는데, 과거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 운영과 읍면동 행정업무에 대한 자문 기능을 하는 곳이었다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읍면동 업무에 대한 협의 기구이며, 행정으로부터 위탁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주민자치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스위스......2억 3천만원 이상 예산을 사용할 때는 주민자치회 동의 거쳐야

스위스처럼 지방자치와 주민자치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우리 읍면동과 규모가 비슷한 게마인데에서 2억 3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지출하는 사업은 모두 ‘주민대표’(우리로 치면 주민자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사실 스위스와 비교하면 아직 우리나라 주민자치는 한 참 뒤쳐져 있습니다만,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스위스와 같이 주민자치를 활성화시키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진 주민들의 참여입니다.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정착시키려면 주민이 대표로 참여하는 주민자치회, 학부모가 대표로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제도적으로 시민참여가 보장된 자치기구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문장을 고쳐서 재해석한 경구중에는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주민자치회와 같은 생활자치와 마을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외면하면, 결국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 나서서 마을을 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아쉬운 측면이 많지만, 내가 사는 마을과 동네를 내가 꿈꾸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이 행정에서 주민자치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지금 마을마다 주민자치회 위원을 새로 뽑고 있습니다. 뜻있는 시민들과 젊은 청년들과 젊은 엄마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을 더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적극 참여하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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