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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WHO건강도시선정...WHO가 안 한다?

by 이윤기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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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12. 13. 방송분)

 

OO친화도시 선정의...허와 실

 

최근 언론을 통해 어느 시가 무슨 무슨 도시 인증을 받았다 하는 이런 보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오늘은 지방 정부들이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는 OO 도시 인증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최근에 언론에 가장 크게 보도된 곳은 김해시입니다. 2018년 국제슬로시티, 2019년 WHO 건강도시, 2020년 국제안전도시, 2021년 아동친화도시와 창의도시(공예와 민속예술) 등 5개의 국제기구 도시인증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평생학습도시, 2017년에는 여성친화도시 1단계, 법정문화도시 등 3개의 국내 도시인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내년에는 대성동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화포천습지 람사르 습지 등록, WHO 고령친화도시 인증에도 도전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김해시 자체로 내세우는 도시브랜드로 책읽는 도시, 박물관 도시, 스포츠 도시 등 다양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 규모가 김해시보다 큰 창원시, 진주시도 비슷비슷한 국제기구 도시인증과 국내 도시인증을 받고 있고, 시민들에게 널리 홍보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국제기구 인증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첫째 2019년 김해시가 인증받은 WHO 건강도시는 WHO가 직접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AFHC(서태평양 건강도시연맹)이 주관하는 도시 인증이고, 일본 동경 의과치과대학의 WHO건강도시 연구협력센터에서 사무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즉 WHO가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WHO가 권장하는 건강도시의 기준을 충족하였다는 의미이고, 서태평양 건강도시연맹은 서태평양 지역의 회원 도시에서 추진하는 건강도시사업을 지원하고 상호협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적인 도시연합입니다. 

 

 

WHO건강도시선정은...WHO가 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WHO가 김해시와 창원시를 건강도시로 선정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WHO건강 도시를 선정하는 곳은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라는 지방정부간 협의기구입니다. 서울, 부산, 대구를 비롯한 광역시들이 다 포함되어 있고, 경남에서는 남해, 진주, 창원, 양산, 하동, 통영, 거창, 김해가 건강 도시로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시민들이 잘 모르는 조금 더 놀라운 사실을 말씀드리면, 이 기구의 초대, 2대 의장은 박완수 창원시장이었고, 3대, 4대 의장은 원창묵 원주시장, 5대, 6대 의장은 이해식 전 강동구청장과 이정훈 강동구청장이었으며, 현재 의장은 서울종로구청장이 맡고 있습니다. 단체 가입 조건으로 시민 삶의 질 향상과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증진 및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하여 지방정부간 공공정책과 정보를 공유하며, 평화로운 도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광역자치단체는 300만원, 기초자치단체는 200만원의 연회비를 내고 가입하는 곳입니다. 

다음으로 2018년 김해시가 인증받은 국제슬로시티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슬로시티는 슬로푸드(Slow food)운동에서 시작되었는데,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날드가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 매장을 열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지역 고유의 전통 음식을 지키려는 모임이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슬로푸드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탈리아의 몇몇 도시 시장들이 모여 음식에만 한정하지 말고, 도시의 삶 전체에 느림을 도입하자는 뜻을 모은 것이  '슬로시티(Slowcity)'운동입니다. 슬로시티는 정체성 없는 획일적인 대도시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지역이 원래 갖고 있는 고유한 자원(자연환경 · 전통산업 · 문화 · 음식 등)을 지키면서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문화와 지역경제 살리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단순히 '느리다'는 의미보다는, 개인과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여유와 균형 그리고 조화를 찾아보자는 의미입니다. 특히 슬로시티는 속도 경쟁, 양적 성장,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좋은 도시라는 인식 등 기존 도시발전 모델과 다른 대안을 제시한 것이며, 인간 사회의 진정한 발전과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조화롭게 실현하자는 운동입니다. 

 

전주, 김해, 목포, 춘천이 왜 슬로시티일까?

한국에서는 신안, 완도, 담양, 하동, 예산, 상주, 청송, 영월, 제천, 태안, 영양, 서천 같은 도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 슬로시티에 어울리는 작은 규모의 도시와 군지역들입니다. 그 외에도 전주, 김해, 목포, 춘천과 같은 큰 도시들이 가입되어 있는데, 앞서 말씀 드린 국제수준의 슬로시티 기준에 잘 부합하는 지에 대해서 저는 의문이 많이 남습니다. 

세 번째로 살펴볼 국제안전도시는 1989년 스웨덴의 스톡홀롬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보건대학원 사회의학교실이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세계보건기구 지역사회안전증진협력센터로 지정되면서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주관하여 왔으며, 2015년 1월부터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를 설립하여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우

 

리나라는 협성대학교 교수 한 분이 이 단체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3개 도시가 국제안전도시로 공인을 받았고 경남에서는 창원시, 김해시가 공인을 받았고, 거창군, 양산시가 준비 중인데, 국제안전도시 공인 7대 기준을 살펴보면 매우 추상적인 개념들 뿐입니다. 

 

1. 지역공동체에서 안전증진에 책임있는 각계각층으로부터 상호 협력하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2. 모든 연령, 모든 환경, 모든 상황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뭐 이런 식입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공인 받은 도시가 공인 받지 못한 도시들 보다 더 안전한 도시라고 할 만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라는 곳도 이름만 보면 거창하지만, 그냥 외국에 있는 국제적인 민간단체 중 하나일 뿐입니다. 

 

국제안전도시...스웨덴 민간단체가 인증

국제적으로 무슨무슨 도시라고 인증 받는 노력을 모두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외국의 민간NGO로부터 받은 인증을 마치 UN같은 정부기구에서 인증받은 것처럼 과장해서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습니다. 그 밖에 무슨무슨 친화도시라고 이름 붙어 있는 것들도 국제적인 민간단체의 한국지부에서 인증을 받게 되는 것인데, 이런 인증을 받기 위하여 지방 정부들은 적지 않은 용역비용을 지출하고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장님들께서 무슨무슨 도시로 선정되는 것을 좋아하시기 때문이겠지요. 

긍정적으로 보면, 무슨무슨 도시 인증을 받기 위하여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맞춰 도시를 새롭게 리뉴얼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만, 비판적으로 보면 아동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 안전도시, 슬로시티, 건강도시와 같은 인증을 받는 것은 모두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할 뿐이라는 겁니다. 

 

운전면허를 딴 사람은 도로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지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것이고, 여성친화도시는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라 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것일 뿐이며, 시장님과 공무원들은 무슨무슨 도시 인증을 받는 것으로 임무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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