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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시장, 군수 후보들...고향사랑 기부금 아세요?

by 이윤기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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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12. 20 방송분)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에 따른 인구 감소는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오늘은 지역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는 ‘고향사랑 기부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고향사랑 기부제도가 생기게 된 배경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이 방송에서도 몇 차례 말씀드렸습니다만, 경남에 사는 사람들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올해는 정부가 처음으로 89곳의 시, 군, 구를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사실 통계 자료를 보면 심각성이 더 확연하게 드러나는데요. 2020년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입니다. 그리고 2021년은 1차 베이비무머 세대라고 하는 1955년 ~ 1964년 생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청년들은 여전히 지역을 떠나 서울로 향하고 있고, 수도권으로 몰려간 청년들의 삶도 녹록치는 않은 상황입니다. 

 

서울로 몰려가는 청년들 왜 돌아오지 않을까?

우리보다 먼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를 경험한 일본 사례를 관심있게 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일본의 경우도 우리보다 10년쯤 앞선 1990년대부터 육아지원에 방점을 둔 저출산 대책을 쏟아냈고, 2018년에는 농촌과 지방 소도시로부터 동경, 오사카를 비롯한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지방창생 종합전략’이라는 것을 만들어 발표하였습니다. 

이런 정책들은 모두 지역에 정주인구를 늘이기 위한 노력들이었습니다만, 농촌인구가 늘어나지 않았고, 결국 지자체간의 제로섬 게임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지방자치 단체들이 내놓은 정책들도 우리보다 앞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일본에서는 ‘관계인구’라는 개념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본의 저널리스트인 다나카 데루미씨는 관계인구란? 실제로 살지 않아도 지역에 다양하게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예컨대 주민등록상 거주자 혹은 실제 거주자가 아니라하더라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 지역 특산물을 구매하는 사람, 지역과 관계를 맺고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 지역을 응원하는 마음을 품은 사람들을 말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어디에 살고 있느냐만 가지고 판단하였는데, 지역에 몸과 마음을 두고 살고 있는 정주 인구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 다양한 관계 인구층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세금으로 못살리는 고향...기부금으로 살릴 수 있을까?

그러니 노력해도 성과가 없는 정주 인구 늘이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지 않지만,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 지역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인재들을 찾고 지금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지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발상을 제도화 시킨 것이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하여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입니다. 바로 관계 인구를 통한 지역살리기로 전환하는 첫 번째 제도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기부금품법은 국나나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향사랑기부금법이 시행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복리 증진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개인별로 연간 500만원 한도에서 기부금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기부자는 세법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지자체로부터 답례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아마 2022년은 우리나라의 많은 지자체들...특히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사랑기부금 모금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벌써 전라남도에서는 특산품 제공을 통해 연간 45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한 일본에서 거둔 성과를 보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2008년부터 납세자가 지자체에 낸 기부금에 대해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공제받는 고향납세제도를 운용 중입니다. 공향에 기부금을 내면 소득세와 주민세를 공제받기 때문에 사실상 고향에 세금을 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기는 것이지요. 

 

2023년 시행, 고향사랑 기부금제도...시장, 군수 후보들 알고나 있을까?

과연 누가 고향을 위해서 기부금을 낼까하는 분들도 계실테고, 인구가 소멸하는 농촌을 고향으로 둔 인구도 금새 줄어들텐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분들도 계실텐에요. 일본에서는 이 제도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고향납세제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세액공제와 함께 받게 되는 답례품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중앙정부는 답례픔을 기부의 30% 이하인 지역생산물품으로 한정하도록 하였는데, 지방자치단체들간의 경쟁이 과열되나보니 실제로는 기부금의 50~70%를 초과하거나 아마존 상품권과 같은 뜬금없는 답례품까지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쇠락해가는 지방에 대한 개인의 응원이라는 의도와 달리, 고향납세제도 도입되자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기부금에 대한 답례품을 제공하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성공적인 사례도 있는데요. 홋카이도의 작은 지역인 아쓰마초에서는 기부금을 활용하여 무상보육, 노인복지, 주거복지, 에너지 자립마을을 추진하고,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답례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의 도입을 두고, 일본의 고향납세제도에 빚대어 ‘재정적 효과’는 없고, 지방을 중시하는 정책을 입안 시행하고 있다는 착시효과를 주는 ‘정치적 효과’만 거두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소멸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하여 뭐라도 해보려는 노력으로 이해하고 잘 정착시켜 나가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사례와 같이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면, 지자체는 기획 단계부터 기부자들은 ‘지역을 따뜻하게 응원하는 관계 인구’라는 인식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세금혜택이나 답례품을 쫓아가는 이벤트성 기부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충분한 의미 부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고향사랑 기부금, 찾아가면 힐링이 되는 고향사랑 기부금, 은퇴 한 뒤에 돌아가고 싶은 고향을 만드는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해야 합니다. 

관계인구를 모으는 고향사랑기부금이 지역에 인구를 늘여주지는 못하겠지만, 지역을 아끼고 지역 소멸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