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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보행자 위협하는 드라이브스루 마냥 좋은가?

by 이윤기 2022.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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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1. 12. 27 방송분)

 

이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살기 좋은 도시란 어떤 도시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였는데요. 여러 기준이 있지만 그중 중요한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걷기에 얼마나 편리한 도시인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올해 5월부터 출퇴근을 도보로 하기 시작하면서 하루 1만보 걷기를 습관화 하였습니다. 그런데 도심을 걷다보면 자동차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드라이브스루입니다. 오늘은 보행자를 위협하는 드라이브스루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차를 두고 걸어서 출퇴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흔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보도에도 보행자를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도라고 해서 아무생각없이 걷다보면 자전거나 개인형 이동수단과 부딪힐 뻔한 일이 여러번 있었구요. 큰 건물 주차장을 진출입하는 차량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요즘은 길을 걷는 사람들 중에 어림잡아 절반쯤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데, 자동차 경적소리를 듣지 못하여 아찔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몇 차례나 목격하였습니다. 그런데 보도를 횡단하여 많은 차가 들고 나는 또 다른 위험 요인이 요즘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데 바로 드라이브스루 매장입니다. 

 



드라이브스루는 차를 타고 다니는 분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드라이브스루인데요. 감염 위험이 있는 코로나 진단 검사를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코로나검사 드라이브스루는 세계적으로도 그 효과성을 인정받았다고 하니...드라이브스루 자체는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기는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보행자들에게 적지 않은 위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스타OO 커피전문점인데, 창원시내만 해도 8곳이 넘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커피전문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 중에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이 있고, 햄버거나 패스트푸드 매장 중에도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업체의 드라이브스루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2010년 전국에 60여개에 불과하였던 매장이 2016년 이후 매년 100% 이상씩 증가하여 올해 상반기까지 약 650여개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드라이브스루 전국 650개로 증가... 보행자 안전은?

그런데 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걸어다니는 보도를 횡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점포 주인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창원시의 허가를 득하고 일정한 도로점용료를 매년 납부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들에게는 아주아주 편리한 이 드라이브스루가 보행자에게는 적지 않은 위협 되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이용할 때는 “참 편리하고 좋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제가 뚜벅이가 되어 걸어서 드라이브스루 매장앞을 지나가보니 여간 성가시지가 않았습니다. 

꼬리를 물고 차들이 들어설 때는 한참 동안이나 서서 기다려야 하고 진입구를 겨우 지나치고 나면 다시 차가 나오는 출구를 지나가야 하는데, 큰 교차로를 건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됩니다.  큰 건널목이나 교차로를 건널 때는 신호등만 보고 건너면 되는데, 드라이브스루 매장 앞에는 신호등 같은 장치가 없기 때문에 언제 차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많은 드라이브스루 매장 앞에는 매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게 되면서 다른 차들의 운행까지 방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행자 안전에 대한 고려없이 창원시가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자꾸 허가해줘도 괜찮은가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관련 법규가 굉장히 허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행법상으로는 연면적 1만 5000㎡이상의 대형 매장이 아니면 교통영향평가도 없이 허가가 나도록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드라이브스루 진출입로에 경보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드라이브스루 안전계획’을 마련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교통 증체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서울시는 2020년 7월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울특별시 승차구매점 교통안전관리 조례’를 제정하였다고 합니다. 드라이브스루를 우리말로 승차구매점이라고 부르는 교통안전관리 조례를 만들었더군요. 바로 이 조례에 근거하여 드라이브스루 안전계획을 세웠다고 하는데, 그 내요을 보면, 첫째 보행자 안전을 위한 안전시설 설치기준 마련, 둘째 도로점용 검토 절차 보강, 셋째 안전시설 점검 강화 이 세 가지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필수시설로 경보장치, 볼라드, 진출입로 바닥재료, 경사구간 바닥재료, 점자블록, 대기공간 확보, 정지선 확보 등이 규정되어 있고, 권장 시설로 부가차로 확보, 차단기 확보, 친출입로 도로 반사경 설치 등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도로점용 허가과정에서 이러한 안전기준과 시설기준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신청서류를 낼 때 기존 제출서류 뿐만 아니라  안전시설 설치계획과 차량동선을 포함시키고 교통성와 검토서와 안전요원 운영계획까지 제출하도록 한답니다. 

뿐만 아니라 1년에 두 번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한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허가 당시 설치한 안전시설물이 계속해서 잘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며, 특히 보행자 통행이 많은 장소와 시간대엔 안전요원 배치 여부도 살필 계획이라고 합니다. 

보행자 위험과 드이이브스루 매장으로 인한 도로 혼잡이 문제가 되자 지난 9월 부산시의회도 드라이브스루 매장의 안전대책을 강화하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는데, 안전한 보행환경을 마련하지 않은 경우 이미 내준 도로점용허가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조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에도 속속 드라이브스루 매장들이 들어서고 있는데, 보행자 안전에 대한 고민은 미흡한 것 같습니다. 창원시의 경우 올해 4월 공사장 진출입 차량의 도로점용에 따른 교통혼잡과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긴 하였지만,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한 안전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성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노인친화도시를 비롯한 각종 도시인증을 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드라이브스루 매장 진출입로에 대한 안전기준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창원시가 서울시, 부산시보다 앞서서 이런 안전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좋은 사례를 빠르게 벤치마킹하여 좀 더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