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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지방선거

선거 출마 때만 고향에 오는 정치인 !

by 이윤기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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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3. 21 방송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젠 지방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4년 동안 아무 연락이 없던 시의원, 도의원들께서도 자주 문자를 보내고 계시고, 창원시장이나 경남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도 이틀이 멀다하고 이런저런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시네요. 오늘은 태어난 고향과 살아온 고향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분들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전적 의미의 고향은 “태어나 자란 곳, 또는 제 조상이 오래 누려 살던 곳”을 고향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늘 마음으로 그리워하거나 정답게 느끼는 곳”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전자의 뜻대로 라면 고향은 “태어나 자란 곳, 또는 제 조상이 오래 누려 살던 곳”이 분명합니다. 저의 경우 대구에서 태어나 열두 살이 되던 해에 마산으로 이사를 와서 45년을 살고 있고,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젠 창원시민이 되었습니다. 

누가 저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초중고등학교를 다 마산에서 다녔으니 뭐 마산이 고향이라고 할 수 있입니다.”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좀 애매한 대답이지요. ‘마산’이 고향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하기에는 제 스스로가 뭔가 좀 찜찜한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옛 마산과 창원이 눈부신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도시가 성장하였고, 그 시기에 엄청난 인구유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시기에 많은분들이 창원과 마산으로 이주하였고, 이곳에서 정년을 맞을 때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나아기르면서 이젠 창원이나 마산이 고향과 다름없다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태어 난 사람과 마산에서 평생 살아 온 사람

제가 아는 지역대학에서 정년을 맞으신 역사학자 한 분은 원래 중국현대사가 전공이지만, 오랫동안 마산에서 살아오면서 지역역사 연구를 꾸준히 해 오신 분입니다. 시민들을 모아서 지역 역사 유적을 탐방하는 탐방단도 운영하였고, 삼진 지역의 3.1운동사, 마산지역의 목욕탕 역사, 마산야구100년사와 같은 시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역사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최근에는 마산지역의 서민교육기관이었던 고등공민학교 역사를 밝히는 연구성과를 경남교육청을 통해 책으로 출판하였습니다. 

창원, 마산에 사는 누구보다 창원마산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분이고, 야구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누구 못지않은 엔씨다이노스 팬이기도 합니다. 경남대학이나 창원대학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교수님들 중에는 이분과 비슷한 개인사를 가진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누구도 이분들을 창원사람과 외지 사람으로 잘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확실히 그분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창원에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하는 많은 분들은 대부분 고향이 창원입니다. 좀 더 세분해서 보면 옛 창원, 마산, 진해가 고향인 분들이거나 의령, 함안, 진영 같은 주변 농촌에서 태어나 마산, 창원, 진해 같은 도시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바로 창원이 고향이거나 창원 주변 농촌지역을 고향으로 둔 분들입니다. 그만큼 선거에는 혈연, 지연, 학연이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다보니 선거에서 경쟁할 때도 대놓고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지역 유권자들에게 상대후보를 이야기 할 때 “창원 사람도 아닌데”라는 이야기를 흔히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제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이른바 명문대학으로 진학한 후에 한평생 고향에 돌아오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 특히 고위공직자로 한평생을 지냈던 분들이 퇴직을 앞두고 선출직 공직자로 출마를 저울질하게 되면 꼭 고향을 찾아 돌아 온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평생 타향살이...고향이라고 출마?

6월 1일로 예정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많은 예비후보자들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올해 예비 후보자 중에는 유독 이런 이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30~40년 동안 고향을 떠나 살았고, 지역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왔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중앙정부의 고위공직 경력을 앞세워 고향에 돌아와서 지역 시민들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분들을 어떻게 평가십니까?

내가 태어난 고향이기만 하면 시민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고, 이 지역 중학교, 고등학교 출신이기만 하면 한평생 서울이나 타지에서 살다가 잠깐 돌아와서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고, 당선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보면, 참으로 오만하다는 생각도 들고,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정말 무시하는게 엘리트주의가 뼈속까지 가득찬 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분들이 한 평생 고향을 떠나 있다가 이렇게 당당하게 지역에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이런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기 때문이지요. 바로 전 창원시장을 지낸 안상수 시장만 하더라도 한평생 중앙에서 공직자와 정치인으로 살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창원시장에 출마하였지만, 너무 쉽게 당선이 되었었지요. 홍준표 도지사의 경우에도 서울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후에 고향이 경남이라고 돌아와 너무 쉽게 도지사에 당선이 되었지요. 

하지만, 안상수 시장은 임기동안 제대로 된 창원 발전의 청사진을 내놓지도 못했고, 지금 말썽이 되고 있는 SM타운과 같은 황당한 개발사업만 벌이다가 임기를 마쳐버렸습니다.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고,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만 벌이다가 임기를 마치고 다시 경남을 떠나버렸습니다. 그 이후에는 학창시절을 보낸 대구에 가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아마 자신에겐 대구가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하고 출마하였을 것입니다. 

저는 고향을 지키며 살아 온 창원시민들이 다시는 이런 분들을 시장이나 도지사로 뽑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 역사가 30년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역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던 분들 중에서 시민의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향 사정 아무것도 모르면서...시장, 군수 하겠다고?

 여야 정당을 막론하고 이번 지방선거에는 한평생 고향을 떠나 꽃길만 걸으며 살았던 분들, 지난 30년, 40년 동안 서울시민으로 혹은 수도권 어느 지역 시민으로 살아오면서 창원에서 세금 한 푼 낸 일이 없는 분들을 지방선거 후보자로 공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그리고 지역균형 발전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고, 이런 일들은 오랫 동안 지역을 자기 삶의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사고하고 경험해 온 사람들이 리더가 되어야 제대로 해낼 수 있습니다. 서울을 중앙이라고 여기고 창원에서 서울로 갈 때는 서울에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서울에서 창원으로 올 때는 창원으로 내러간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새겨진 사람들은 창원시장이나 경남도지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한평생 타지에서 정치와 공직에 몸담았던 분들은 최소한 출마를 결심하기 3년쯤 전에는 창원에 내려와서 시민들과 호흡하고 부대끼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속담에 보면 뭔가를 3년은 해야 풍월이라도 읆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고향을 떠나 사는 동안 지역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왔는지 공부도 하고 그런 공부를 바탕으로 제대로된 지역 발전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때 공직에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당의 공천에서부터 느닷없이 고향에 돌아온 분들은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시민들도 또다시 이런 분들을 시장이나 도지사로 뽑아놓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