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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지방선거

지방선거는 지역정당끼리 겨뤄야

by 이윤기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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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가 36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아직도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아 선거 출마자들에게 큰 혼선을 주고 있고,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같은 후보자들의 끼리도 희비가 엇갈리는 일도 있으며, 함께 선거 준비를 하던 인근 지역 같은 정당 내 후보자들 간에 경선이 벌어지는 황당한 일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방선거 조차도 중앙 정당에 철저하게 끌려다니는 지역 정치와 우리와 달리 중앙 정치에 예속되지 않은 외국의 지방선거와 지역 정당 사례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당제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즉, 정치에 대해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각자 자신들의 뜻에 맞는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는 모두 몇 개의 정당이 활동하고 있을까요? 아마 숫자를 알고나면 깜짝 놀라실테데요. 오늘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정당은 모두 46개입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당은 국회의원 의석을 가진 정당들이라서 대부분 청취자들은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정도를 기억하실테고 그외에도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5개 정당이 국회의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진 국민이 아니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양대 정당만 떠올릴 것이고, 정치에 관심이 좀 있는 분들이라야 정의당까지 기억하실겁니다. 기본소득당이나 시대전환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른바 정치고관여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 왜 국민들은 양대정당만 기억하는 걸까요? 그건 국민의 삶과 밀정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일들, 국가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데 이 두 정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석 300석 중에 두 정당이 가진 의석이 282석이나 되기 때문이지요. 

 



그럼 이 두 정당이 실제로도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여러 객관적 자료를 통해 밝혀져 있고, 자신이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이 두 정당에 투표를 한 경험을 가진 국민들도 많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건 바로 선거제도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선거제도 때문에 이 두 정당이 자신들의 실제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겁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만큼 국회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였습니다만, 이마저도 거대양당이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라고 하는 이른바 위성정당을 만들어 다 차지함으로써 그야말로 정치를 희화화시켜버린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이렇게 중앙집권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지방선거 마저 중앙정치권이 모든 걸 결정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큰 정당들은 시의원, 도의원, 시장 후보는 경남도당에서 정하지만, 경남도지사 후보는 중앙당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도민의 지지보다 중앙당 정치권의 정세 판단에 따라 후보 공천기준이 바뀌는 것이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당내 경선제도가 많이 도입되었지만, 시, 도의원 공천의 경우 여전히 지역구 국회의원을 낙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46개나 되는 우리나라 정당들 서울 혹은 중앙이 아니라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고 정치에 뜻이 맞는 지역 사람들이 만든 정당은 몇 개나 있을까요? 놀랍게도 단 1개도 없습니다. 국회의원 의석이 없는 정당 중에 지역 명칭을 사용하는 <충청의 미래당>이라는 정당이 있는데, 이 당의 당사도 서울 여의도에 있습니다. <충청의 미래당>이라면 청주나 충주 혹은 천안 같은 도시에 당사무실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뜬금없이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건 우리나라 정당법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정당법은 수도에 중앙당이 있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려고 했는데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론을 내세워 무산시킨 일이 있는데, 정당법도 이와 비슷하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정당법은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도 지방사람들끼리 모여 지방에서는  정당을 설립할 수 없고 서울로 가거나 혹은 서울에 있는 사람들하고 뜻이 맞아야만 정당을 설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1991년 지방자치가 시작되고 나서 이런 정당법이 헌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위헌 소송을 냈지만 2004년에 헌법재판소는 문제가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영등포에 거주하는 A씨가 18년만에 다시 한번 위헌 소송을 내고 새로운 판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 정당법의 어떤 조항들이 문제일까요? 정치학자들은 중앙당을 서울에만 둘 수 있게 한 것, 5개 이상 시도에 시도당을 두게 한 것, 시도당 법정 당원 수를 1000명 이상으로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중 가장 문제는 서울에만 중앙당을 두도록 한 것이구요. 

시민사회는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지 않아야 하고, 영호남에서 지역맹주 정당체제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고, 중앙집중적인 정치, 행정체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역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하고, 지역 정당이 지방선거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본, 독일,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우리나라로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소속 시의원보다 지역정당이 배출한 시의원, 도의원 숫자가 절반이 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동경이나 베를린, 워싱턴에 있는 정당이 아니라 창원에 사는 사람들이 창원에서 만든 정당 이를 테면 마산발전당, 진해시민당, 창원네트워크 같은 정당들이 있고, 이 정당에서 공천한 후보들이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뽑힌 지역정당 시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 휘둘지리 않습니다. 지금은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선거가 있으면 국회의원이나 태통령 후보 본인보다 그 당에 소속된 시, 도의원들이 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지역정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그럴 까닭이 없어지는 겁니다. 결국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역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의원, 도의원을 뽑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지역정당들은 중앙정치와 일정하게 거리를 두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양당 대립이 지방의회까지 확산되는 일도 사라지게 됩니다. 독일이나 일본에는 우리로 치면 국회의원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고, 시, 도지사와 시장군수 그리고 시, 도의원 후보만 출만시키는 지역정당들이 많이 있고, 독일에서는 1990년 이후 이런 지역정당이 전국정당을 제치고 과반의석을 획득하는 사례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탈이념 생활정치를 표방하는 지역정당들이 1990년 이후 지방선거에서 30%이상 득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 2035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1000개 이상 지역에 중앙정당과 상관없는 지역정당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가나가와네트워크, 도쿄생활자네트워크, 도민퍼스트회 같은 지역정당들이 다수의 시원원을 당선시키고 있고, 지방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사례들도 있었으며 전국정당과 정책협약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일이나 일본 모두 우리나라처럼 정당법처럼 지역정당 설립을 막는 법들이 없고, 일본은 정당이 아닌 단체도 지방선거에는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역정당이 활성화되면 지금처럼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낙선한 정치인들이 시장이나 도지사를 넘보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서울에서 고위관료로 정년을 마친 분들이 느닷없이 고향이라고 돌아와 출마하는 것도 어려울 것입니다. 지방선거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루속히 정당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