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민간단체 소비자운동과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특성
앞서 Ⅱ. 소비자단체의 형성과 현황 및 활동 제2절에서 우리나라 소비자단체의 주요활동을 살펴보았고, Ⅳ. 연구결과에서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지난 30여 년 활동을 살펴보았다. 이 절에서는 우리나라 민간단체 소비자운동, 그리고 지역 민간단체 소비자운동과 비교하여 마산YMCA 시민중계실 운동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민간소비자단체의 연합체이자 대표격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는 11개 중앙단체와 여기에 소속된 300여개 지방단체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소비자단체협의회에 소속되지 않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원 등의 소비자단체들이 있으나 경실련,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제외하고는 지역, 지부조직이 없거나 혹은 조직이 있어도 신문기사 검색 등을 통해 구체적인 소비자운동 현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경실련의 경우 26개 지역, 지부조직이 있지만 소비자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며,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44개 회원단체와 16개 광역시도에 지역협력단체가 있지만 대부분 회원단체는 소비자운동과 관련이 없는 단체들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민간단체 소비자운동은 제2장 제2절과 제3절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비자교육, 소비자상담, 연구 및 조사활동, 홍보 및 캠페인 활동, 물가와 시장 감시활동, 정책건의 활동 등이 주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서울에 소재하는 11개 중앙단체와 지방에 있는 300여개의 지방단체는 활동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최선경(1993)의 연구에 따르면 대도시 소비자단체는 소비자상담(81.%)뿐만 아니라 상품테스트(36.4%), 조사활동(68.2%), 소비자교육(77.3%), 의견표명(45.5%), 기관지발행(63.6%), 국제활동(22.7%) 등 소비자상담 이외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도시에 소재하는 지역 소비자단체의 경우 소비자상담(94.1%)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신에 소비자교육(64.7%), 조사활동(60.8%), 의견표명(19.6%), 기관지발행(21.6%), 상품테스트(11.8%), 국제활동(2.0%)로 나타났다. 즉 지역 민간소비자단체의 경우 소비자상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소비자교육과 조사활동이 각 6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앞서 Ⅱ. 소비자단체의 형성과 현황 및 활동 제2절과 제3절에서 살펴보았듯이 소비자상담을 제외한 소비자교육과 조사활동은 대부분 11개 중앙조직의 연합조직인 소비자단체협의회를 통해 계획이 세워지고, 사업이 배정되며 지역단체로 예산이 지원되는 활동이 대부분이다. 또한 의견표명 활동, 기관지발행, 국제활동 비중이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도 지역 민간단체의 독자적인 활동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김보금(2006)의 연구에서도 지역 소비자단체의 시장감시, 조사연구활동은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참여한다는 응답이 48.0%였으며, 자체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77.5%)고 하였다. 또한, 지역조사의 경우에도 조사리스트나 방법, 조사비용은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원을 바란다고 하였다. 상품테스트의 경우에도 지역에는 상품테스트를 실시할 만한 기관이 없다는 응답이 97.1%나 되었다. 이것은 지역 민간소비자단체는 대부분 설립에서부터 중앙조직의 지원과 유도에 의해서 조직되었기 때문이며, 지역에는 소비자운동에 필요한 자원도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선경(1993)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역 민간소비자단체의 절반에 가까운 48.3%는 중앙단체가 지역 단체설립을 주도하였고, 중앙단체의 지원에 의존하여 운영되고 있다. 반대로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하여 설립된 지역 민간 소비자단체는 33.3%이었는데, 대부분 지역YMCA 시민중계실이 이 경우에 해당되었다(최선경, 1993). 우리나라 소비자 정책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는 국무총리산하 소비자정책위원회만 하더라도 제2장 제2절에서 살펴본 것처럼 4명의 민간위원 중에서 지역 민간소비자단체를 대표하는 위원은 1명도 없다. 결국, 우리나라 민간단체 소비자운동은 소비자단체협의회와 서울에 소재하는 11개 중앙단체가 주도하고 있고, 지역에 소재하는 300여개 지역 소비자단체는 독립적인 소비자운동을 하기 어려운 조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런 조건 때문에 여정성 외(2017)의 연구에서 지적하고 있는 소비자단체의 현황 분석과 소비자운동을 위한 제안도 지역 민간소비자 단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요한 문제로 지적한 과도한 용역과제 수행이나 1세대 지도자들의 리더십 의존문제는 지역 소비자단체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으며, 정부에 소비자 권익기금 조성을 촉구하면서도 중앙의 연합단체와 지역 단체 간의 기금 분배에 관해서는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중앙 연합단체 중심 소비자운동의 일반적인 특성과 대비되는 지역 민간단체로서 마산YMCA 시민중계실 소비자운동의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산YMCA 소비자운동은 1986년부터 시작하여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시민중계실 개소를 위한 지역YMCA의 주체적인 노력으로 시작되었다. 이사회와 실무자, 회원들이 참여하는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상담원을 모집하고 외부 연수에 참여하여 상담 역량을 높이는 등 오랜 준비를 통해 1989년 7월 21일에 정식으로 개소하였다. 다른 지역 민간소비자단체와 달리 중앙조직인 한국YMCA전국연맹의 직접적인 재정지원도 없었고, 시민중계실을 통한 전국적인 소비자운동도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수직적 위계구조가 아니라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체계로 이루어졌다.
둘째, 마산YMCA 시민중계실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제2장 제1절에서 살펴본 NGO로서 소비자운동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특히 제3장 제1절과 제2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시민사회의 확장과 민주화운동으로부터 분화되어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시민운동의 전국적인 확산과 맥을 같이 하여 형성되었다.
셋째, 마산YMCA 시민중계실 소비자운동은 일반적인 소비자문제 뿐만 아니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활동이나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을 위한 캠페인 활동, 그리고 전국 최초의 세입자보호조례제정운동과 같은 세입자 주거문제와 관련된 활동이 많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소비자상담 활동에도 주택임대차와 관련한 상담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넷째, 마산YMCA 시민중계실 소비자운동은 서울에 소재하는 소비자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중앙조직 활동과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소비자운동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거나 지역에서 전국적인 소비자운동 과제를 발굴하여 전국 이슈로 확장시키는 성과를 축적하였다. 전국 최초로 제정된 세입자보호조례제정운동과 마라톤 참가비 환불 규정 마련 운동, OO생명 암보험 피해구제 활동, 헤나 염모제 피해구제 활동, 대형병원 주차요금 인하운동, 초등학교 소비자교육 교재 발간 및 소비자보호와 친구하기, 고속도로 휴게소 물가조사, 대형건물 냉난방 온도조사 등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전국으로 확산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다섯째, 마산YMCA 시민중계실 운영은 자원상담원회의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회원운동으로 지속되었다. 대부분 지역 민간소비자단체들이 실무자와 자원봉사 인력 부족(최선경, 1993; 송인숙, 1998; 김보금, 2006)을 호소하고 있는데, 마산YMCA 시민중계실의 경우 30여 년간 총 437명, 연평균 12.9명의 자원상담원이 활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