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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마산은 항구지만 바다가 없다?

by 이윤기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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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시사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3. 28 방송분)

지난 가을부터 창원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315해양누리공원인데요. 작년 추석을 앞두고 처음 임시개방할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산서항지구수변공원’이라고 불리던 곳입니다. 아직 완공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이곳을 찾았던 많은 분들이 “여수 밤바다가 부럽지 않다”. “한강공원보다 좋다”, “어디 외국에 온 것 같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마산 315해양누리공원이 이른바 핫 플레이스가 된 이유에 관해서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마산 315해양누리공원은 해운항만청이 관리하던 마산항 서항지구 22만㎡와 마산구항 방재언덕 5만 8000㎡를 합친 27만 8000㎡의 넓은 면적에 들어선 수변공원을 말합니다. 이렇게 숫자로만 말씀드려서는 실감이 잘 안날텐데요. 흔히 많이 비교하는 축구장 크기로 말씀드리면 축구장 39개 크기이구요. 창원의 대표적인 공원인 용지호수공원이 32만 5000㎡이니 용지호수공원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공원입니다. 

이곳이 최근 창원의 핫플레이스 특히 마산합포구의 핫플레이스가 된 것은 그동안 마산지역에 변변한 친수공간, 녹지공간 그리고 제대로 된 공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방송을 통해서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가지 기준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규정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걷기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는데요. 이곳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첫째로 바로 걷기 좋은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315해양누리공원, 걷는 시민들 많은 핫플레이스

315해양누리공원의 양쪽 끝지점을 보면 정부경남지합동청사 앞에 있는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에서부터 마린애시앙아파트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앞 바닷가까지 약 2.3km 구간의 수변 산책로입니다. 이곳은 옛 마산지역에서 산길을 제외하고 나면 시민들이 자동차를 피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최초의 산책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마산지역에는 ‘임항선 그린웨이’가 있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길이가 4.6km인 임항선 그린웨이가 두 배쯤 길지만, 315해양누리공원처럼 ‘멍 때리며 걸어도 되는’, ‘딴 생각을 하면서 걸어도 되는’ 그런 안전한 길은 아닙니다. 군데군데 차가 다니는 도로와 교차하는 길이고, 옛 철길을 산책로로 만들어 워낙 폭이 좁은 길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북마산 지역에서 해안가까지는 내리막길이지만 반대로 걸을 때는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좀 과장해서 말씀드리자면 마산항 개항 이후 근대 120년 역사에 처음 생긴 제대로 된 공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315해양누리공원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두 번째 이유는 마산항이 개발된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진 해변 산책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산에서 40년을 넘게 살고 있는데요. 바다가 있는 도시 마산에 살면서 바다를 경험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마산에 살면서 바다를 보려면 차를 타고 20~30분쯤 이동하여 귀산 바닷가로 가거나 아니면 도농통합으로 진동, 수정, 광암까지 가야 했습니다. 특히 외지에서 마산에 오는 친구나 친척들에게 바다를 보여주려면 제대로된 수변공원이 있는 고성 당항포까지 갔다오거나 아니면 아니면 입장료와 배삯을 내고 돝섬을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아주 가끔 많은 손님을 맞을 때는 제법 비싼 돈을 들여서 유람선을 빌려타야 멀리서 온 분들에게 바다를 구경시켜 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개항 이후 120년간 마산의 해안선은 모두 수출자유지역과 같은 공업지역이거나 마산어시장 주변과 같은 어항이거나 항만청에서 관리하는 부두 시설이거나 신포동 장어골목과 같이 개인들이 장사를 하는 상업시설로 막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바다를 누릴 수 있는 분들은 수변공원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시하고 지은 비싼 아파트인 ‘아이파크 고층 입주민’들 뿐이었습니다. 

 

항구대신 바다를 되찾은 시민들

 

지금 이 아파트에 살고있는 분들을 탓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새해 첫날 많은 시민들이 일출을 보러 무학산에 올라갈 때, 이 아파트 고층에 사시는 분들은 거실에서 일출을 보고, 저층에 사시는 분들은 옥상에 올라가서 일출을 본다고 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지난 120년 동안 마산의 해안선과 바다는 해안 주변 땅을 소유한 극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하거나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315수변공원이 생기면서 비록 2.3km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지역 시민들이 처음으로 바다를 보면서 해안선 따라 걷고, 뛰고, 달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역시 120년이 넘는 개항 이후 근대 역사 이후에 처음 생긴 도심공원이기 때문입니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기 이전에 마산 사람들이 창원을 가장 부러워 했던 것이 바로 공원입니다. 지금은 마산, 창원, 진해의 중심이 옛창원시가 되었고 옛 마산이 자랑하던 이른바 명문고등학교의 순위도 모두 바뀌어 버렸습니다만, 2000년 무렵까지만 하더라도 시내버스 노선도 마산이 편리하였고, 시외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마산이 편리하였으며 일자리도 마산이 많았지만, 유일하게 마산 사람들이 창원을 부러워 했던 것은 수많은 도심공원이 있었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릴 무렵 마산의 시민단체들이 축구장 1개 크기도 안되는 오동동 옛 한국은행터에 도심공원에 도심 공원을 만들자는 시민운동을 벌인 것도 마산지역에는 제대로된 도심공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마산시민들이 도심공원을 갖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공공용지도 아니고 건설회사가 가진 이 땅에 공원을 만들자는 시민운동을 벌였을까요? 그리고 당시 마산시 인구가 40만 밖에 안되었는데, 무려 10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공원을 만드자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의회에 청원까지 하였을까요?

오랫동안 마산에서 시민운동을 해온 저는 옛 한국은행 터에 무조건 공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던 10만여명 시민들의 마음이 모여 20년 후에 315해양누리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현대산업개발이 매립한 신포동 아이파크 자리에 아파트를 짓지 말고 수변공원을 만들자고 주장했던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이 담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아직 허허벌판처럼 남아 있는 마산해양신도시를 원래 36만평을 매립하려고 했었는데,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20년이 넘는 반대운동 끝에 지금처럼 19만평이 되었고, 뉴욕 한복판에 있는 샌트럴파크나 영국 런던 한 복판에 있는 하이드파크와 같이 시민 누구나 도심에서 자연과 바다를 누릴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오랜 ‘시민운동’에 마음을 모아 준 시민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15해양누리공원은 시민의식 변화의 결과물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315해양누리공원이 만들어지기 까지 허성무 창원시장이나 창원시 공무원들의 공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여년 동안 조금씩 바뀌어 온 ‘살기좋은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바뀐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일하는 마산YMCA는 이렇게 의미 깊은 315해양누리공원을 더 많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위하여 오는 4월 9일부터 315해양누리공원 걷기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민 누구나 ‘워크온’이라고 하는 스마트폰 앱을 설치한 후에 앱을 켜고 315해양누리공원 2.3km를 걸으면 경품 응모권이 주어지는 걷기대회인데,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진행하는 비대면 걷기대회입니다. 

 

수백명, 수천명이 한꺼번에 몰려서 걷는 대신에 4월 9일부터 5월 14일까지 약 5주동안 가족이나 친구나 지인들 연인들끼리 스마트폰 앱을 켜고 315해양누리공원 산책길을 걸으면 안마의자, 스타일러, 아이패드, 스마트워치 등이 걸린 경품 응모권이 주어지는 행사입니다. 당연히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이구요. 

마침 4월 말쯤이면 작년 가을 국화축제가 열렸던 해양신도시 11만㎡에 유채꽃밭 8만㎡, 청보리밭 3만㎡도 문을 연다고 합니다. 넓은 유채꽃과 푸른 청보리 밭은 또 다른 시민휴식처이자 포토존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또 총상금 100만원을 걸고 315해양누리공원과 해양신도시를 연결하는 보도교 이름 공모도 4월 25일부터 5월 24일 사이에 진행합니다. 

마산YMCA가 주최하는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비대면 걷기대회에도 참여하시고, 11만㎡나 되는 유채꽃밭과 청보리밭도 구경하시면서 보도교 이름 공모에도 참여하시면 멋진 봄나들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