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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산 길 걷기

30년 된 텐트로 팩패킹 가능할까?

by 이윤기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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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무학산 자락에 있는 YMCA 회관 앞마당 데크에서 백패킹 연습을 시작하였습니다. 6년 전에 새회관에 입주할 때부터 앞마당 데크에서 캠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한 번도 실행을 못하하가 백패킹 연습 장소로 텐트를 쳤습니다. 

 

백패킹에 마음이 꽂힌 건 1년이 넘었는데 막상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잘 적응할지 못할지도 모르면서 장비부터 장만할 만큼 젊은 나이가 아니어서 이것저것 제다보니 시간만 흘러가더군요. 마침 날도 따뜻해지고 있어서 일단 있는 장비부터 테스트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텐트만해도 구입한지 30년이 지난터라 삭아서 부스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제가 가진 침낭으로 산속에서 잘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습니다.

 

걱정만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 일단 한 번 부딪쳐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무학산 서마지기쯤 올라갔다가 그냥 되돌아 내려오는 일은 너무 무모하다 싶어 YMCA 마당을 선택한 것입니다.  

필요한 짐은 배낭 하나에 다 담았습니다, 오른쪽은 30년 넘은 이너텐드 

 

제가 일하는 YMCA 회관이 도심은 아니지만, 그래도 낮에는 오가는 사람이 더러 있는 곳이라서 해가 지고 난 저녁 7시쯤에 도착하였습니다. 외부에도 등이 있었지만, 백패킹 연습이라는 마음으로 전등을 켜지 않고 헤드랜턴을 켜고 지냈습니다. 

 

회관 마당에 배낭을 풀고 우선 텐트부터 설치해보았습니다. 제가 가진 2인용 텐트는 1990년 무렵에 구입한 에코로바 동계용 텐트입니다. 이 텐트 배낭에 넣고 지리산 종주도 다니고 했었는데, 15~6년 전에 아이들이랑 신불산자연휴양림에서 사용하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이 삭아서 바스라지지는 않았습니다만, 플라이는 색깔이 너무 바래서 비가오면 제 역할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기온이 많이 올랐던 날이지만,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는게 느껴져서 낡은 플라이라도 설치를 하였습니다. 백패킹을 주로 데크가 있는 곳에서 할 생각이라서 오징어팩이 필요하겠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나중에 텐트에 누워서 주문했습니다.)  이 날은 바람이 불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 철조망과 앙카볼트가 있는 벽에 대충 묶어 두었지만 밤새 잘 견뎠습니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었는데, 집에서 가져온 전복죽과 계란말이로 가볍게 먹었습니다. 실제 백패킹을 떠나도 집에서 밥과 간단한 도시락 반찬을 챙겨오면 번거롭지 않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겠더군요. 실전에서도 식은 밥 한 공기와 김치 그리고 컵라면이나 어묵탕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리비찜, 어묵탕 그리고 비화식 저녁 식사

 

이 날은 연습하는 날이라 차에 버너와 코펠을 싣고 왔기 때문에 호사를 부렸습니다. 아침에 마트에서 4500원 주고 사온 '가리비'를 물만 붓고 쪘는데, 제철이라 그런지 얼마나 달던지요. 가리비가 달다고 하면 안 믿는 분들도 있겠지만, 코펠에 소반을 넣고 쪘더니 진짜 단맛이 났습니다.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가리비찜을 안주 삼아 사캐 두어 잔을 마셨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길래 냉동실에서 꺼내 온 어묵탕을 끊였습니다. 라면처럼 스프가 들어 있어 물만 있으면 간단하게 끊일 수 있는 어묵탕인데, 백패킹 실전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겠더군요. 이미 저녁을 먹고 가리비까지 먹은터라 어묵탕은 반 밖에 못먹고 다시 집으로 가져가야 했습니다. 혼자 백패킹을 할 때는 어묵탕 1/2봉지 정도면 적당하겠더군요. 

 

혼술을 하면서 가득 충전해온 아이패드로 넷플릭스에서 미리 저장해둔 영화도 한 편 봤습니다. 전도연이 나오는 <길복순>을 봤는데, 사람 참 쉽게 죽이더군요. 11시간 넘어가자 밖에 있으려니 추워서 견디기가 어려워 텐트 속으로 들어가 침낭 속으로 들어가 영화를 마져 봤습니다.

 

백패킹 인증샷 - 텐트 털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플라이를 뒤집어서 설치했네요 ㅠㅠ

 

12시가 넘어서 끝났는데 잠을 자려니 술이 다깨서 말똥말똥하고, 데크 사이 틈새로 냉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가진 사계절 침낭으로는 이른 봄도 쉽지 않겠더군요. 침낭을 새로 사야하나 고민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동계용 침낭을 사지말고 얇은 침낭을 두 개 덮어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일리 있다 싶어서 침낭을 패스하였습니다. 

 

하지만, 데크 틈새로 올라오는 냉기 때문에 밤새 여러번 자다깨다를 반복하였습니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서 얇은 패딩을 껴입었지만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새벽에는 깜박 잠이 들어 6시가 넘어서야 일어났습니다. 멀리 동쪽하늘에 해가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백패킹의 원칙 중 하나는 해뜨기 전에 일어나서 일출도 보고 텐트를 설치했던 흔적을 없애는 것인데, 절반만 성공하였습니다. 텐트를 정리하고 난 바닥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것은 성공했는데, 해뜨기 전에 일어나는 것은 실패했지요. 이것저것 천천히 챙겨도 아침 7시에는 철수할 수 있었습니다. 몸이 찌부둥하여 바로 수영장으로 가려고 마음먹었지만, 마침 휴관하는 일요일이라 그냥 집으로 귀가하였습니다. 

 

첫 번째 연습 백패킹을 해보니 추가로 구입해야 할 품목이 생겼습니다. 

 

1) 가장 급한 것은 플라이입니다. 돔형 텐트에 맞는 플라이만 따로 구입하려고 검색을 해봤는데 플라이만 따로 파는 곳이 없는게 문제였습니다.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텐트 크기에 맞는 타프 구입을 추천하는 분도 있었는데, 한 번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타프를 구해서 텐트위에 설치해볼 생각입니다. 타프 폴대 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부담이었는데, 등산 스틱을 활용해서 설치해보려고 합니다. 

 

3) 오징어팩은 일단 8개만 구입하였습니다. 만약 타프 구입해서 사용한다면 추가로 더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먹는 준비: 아침은 안 먹기 때문에 저녁 한끼만 준비하면 됩니다. 밥 한 공기, 밑반찬 조금, 컵라면 혹은 어묵탕 그리고 약간의 견과류나 과일이면 좋겠더군요. 등산 갈 때 쓰는 휴대용 술병에 사캐를 담아가면 어묵탕과 딱 어울리고 짐도 별로 늘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5월에 떠날 다음 장소는 바람재와 안민고개 중에서 고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