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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먹거리

불량식품, 대형마트 VS 학교앞 문구점

by 이윤기 200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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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제작협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불량 식품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과자의 유해성을 알리는 실험장면을 찍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조잡한(?) 과자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유해식품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더군요. 방송국 작가분이 선입견을 품었다는 것이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과자들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유독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과자만 색소와 첨가물이 들어간 비위생적인 제품이라는 생각이 편견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세히 따져보면 학교 앞 문구점 불량 식품이나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제과업체 과자나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유명제과업체 과자들이 더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방송국 작가 분은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슬러시'를 예로 들어 아이들에게 과일 주스처럼 판매하지만 사실은 물과 색소, 인공감미료 그리고 얼음밖에 안 들어간 불량 식품이라고 지적하시더군요.

공장과자 안먹기 운동 하는 아이들

물론 이 말은 사실입니다만 화학첨가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유명 제과업체에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나 하드가 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 제과업체에서 만드는 아이스크림과 하드에는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슬러시'에 들어 있는 색소와 인공감미료만 들어있는게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의 주원료는 당류(설탕, 액상과당 등)와 지방과 물입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더 맛있고 먹음직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바로 유화제, 안정제, 인공감미료, 합성착색료, 착향료, 보존료 등이 포함됩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가공식품과 첨가물의 위험을 알리는 책을 저술하고 번역, 감수한 과자 전문가 안병수 선생은 아이스크림을 일컬어 '양의 탈을 쓴 이리'라고 하였습니다. 유제품이 주원료라는 생각 때문에 몸에 좋은 식품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은 양의 탈을 쓴 이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되는 과자와 빙과류는 전체 국내 과자 시장, 빙과류 시장 규모에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더 많은 이윤을 내려고, 지구상에서 가장 값싼 재료를 수입하여 유명 제과업체들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는 엄청난 양의 과자와 빙과류가 진짜 문제이지요.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과자를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자 속에 포함된 식품첨가물의 위험을 고발하는 TV 프로그램들, 그리고 지난해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 등으로 가공식품과 과자의 위험을 비교적 많이 알게 되었지요.

좋은 먹을거리와 나쁜 먹을거리 구분해야

지난 4월 1일부터 전국 40여 개 지역 YMCA가 운영하는 유아 대안학교 아이들은 공장 과자 안 먹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좋은 먹을거리와 나쁜 먹을거리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과자 속에 들어 있는 색소와 첨가물의 위험도 느껴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주일 기간을 정해 아이들은 공장에서 나온 과자를 안 먹고 지내고 부모들은 가공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식사준비를 합니다.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산, 들, 바다 말하자면, 자연에서 나온 먹을거리만으로 1주일을 지내는 체험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척 난감해하지만, 일주일을 지내 본 가족들은 대부분 "1주일에 1~2번 대형마트에 가서 과자와 가공식품을 사오지 않으면 먹을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자연에서 나온 먹을거리와 간식만으로도 잘 지낼 수 있었다"고 스스로 대견해 합니다.

과자와 가공식품 없이 1주일을 지내본 경험은 음식에 대한 습관을 바꿀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올해도 이 운동에 전국에서 4천여 가족이 참가하였습니다. 여러분도 공장 과자와 가공식품을 안 먹고 지내는 새로운 삶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  4월 24일 경남도민일보에 쓴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