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5. 6 방송분) |
최근 창원시는 재해대책의 일환으로 범람 우려가 있는 하천에 대한 준설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22일 지역 14개 시민단체가 모인 ‘창원물생명연대’에서 이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오늘은 창원천 준설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최근 창원시가 국가산단 50주년 미래 비전 발표를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하천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입니다. 홍남표 시장은 "산단 내 폐공장 등을 활용해 복합 문화 공간과 쇼핑센터를 조성하고, 공동 직장 어린이집 등 복지시설도 확충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산단으로 변모를 시도한다"는 비전을 발표였구요. 이 자리에 함께 한 창원국가산단 발전협의회장은 “창원천과 남천을 준설한 뒤 바닷물을 끌어들여 시민과 근로자들이 마산만에서 배를 타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비전을 덧붙였습니다.
기계공업이 중심인 창원 산업단지 한복 판에 쇼핑센터와 어린이집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하천을 준설하여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최근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대형쇼핑센터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터넷 쇼핑몰에 고객들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뿐만 아니라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모두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에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는데, 공단 한복판에 쇼핑몰을 세우는 것이 국가산단의 미래 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공단 한복판에 쇼핑몰 성공할 수 있을까?
아울러 50주년을 맞이하는 창원산단과 마산의 수출자유지역 그리고 한일합섬이 지역 경제성장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산만을 죽음의 바다로 만든 주범이었던 것 역시 명백한 사실입니다. 창원천, 남천, 산호천, 삼호천 등에서 쏟아져 나온 폐수로 인하여 한때 마산만은 시화호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바다가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마산가포와 월포에 해수욕장이 있었던 마산만은 1979년부터 어패류 채취와 수영을 할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기업과 정부의 잘못이 명백했던 일이지만,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기술도 부족하였고,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도 턱없이 낮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전가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희망적인 신호도 있습니다. 한때 죽음의 바다였던 마산만이 지난 3~4년 동안 잘피가 돌아온 바다, 연어가 돌아오는 바다 그리고 다시 수영할 수 있는 바다로 되살아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2년에는 315해양누리공원이 개장되어 1930년대 일본에 의해 마산만 매립이 시작된 후 90년 만에 비로소 시민이 바다와 해안선을 되찾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고, 지금도 이곳은 많은 시민들이 찾는 마산지역의 대표 공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산만을 살리는 일은 지난하고 더디며 마산만 수질은 여전히 아슬아슬합니다. 1년 내내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질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작년, 재작년에는 여전히 원인을 제도로 밝히지 못한 정어리 떼가 떼죽음을 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마산말 살리기 30년...이제 겨우 살아나는데...
마산만을 이 정도 살리기 위해 무려 3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마산만을 되살리기 위한 환경운동을 시작하였고, 1990년대부터 마산시와 창원시, 진해시가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수관거 정비 사업을 시작하고, 1994년에는 하수종말처리장을 지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노력에 더해 마침내 지난 2007년부터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연안오염총량관리제라고하는 국가 차원의 해양생태계 회복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습니다. 1차 사업이 진행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투입된 예산만 40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지금까지 마산만 연안오염총량관리에 투입된 예산은 물가인상 등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계산해도 1조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노력만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습니다. 시민들이 마산만과 마산만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을 살려내기 위해 악취를 뿜어내는 하천과 갯벌을 직접 조사하고, 공장에서 무단으로 방류되는 폐수를 감시하는 일을 30여년간 지속해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20여년 전부터 제가 활동하는 YMCA 회원들과 마산과 창원 지역 모든 하천을 상류부터 바다까지 걸어서 답사했던 기억이 있고, 지금은 사라진 옛 마산오동동 아캐이트 아래를 직접 걸어서 조사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마산만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앞서 말씀드린 창원물생명시면연대 회원들은 지금도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차례씩 창원 지역의 모든 하천의 오염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마산만이 이 만큼이라도 살아난 것은 하천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오염원을 차단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천이 깨끗해진 것은 하수관거가 정비된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여전히 하수관을 통해 흘러나오는 오염수를 하천에 쌓인 토사들과 하천에 사는 식물들이 걸러주기 때문입니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퇴적과 침식을 반복하며 생태계를 복원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봉암 갯벌이지요. 봉암 갯벌은 국내 습지보호지역 가운데 가장 면적이 작은 곳이지만, 갯벌에는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하고, 갯벌로 이어지는 하천에는 수달과 기수갈고둥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산단 50주년 비전을 발표하면서 하천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하천에서부터 마산만까지 배을 띄우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발표하고, 급기야 창원천과 남천 강바닥의 흙, 모래, 돌, 수생식물을 모두 걷어내고 다시 죽음의 하천을 만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이 회원들은 멸종위기종인 기수갈고둥을 비롯한 생태모니터링을 하면서 더이상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공사 현장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하천 강바닥의 흙과 모래를 퍼내는 것이 홍수대책이 아니기 때문에 도심에서 빗물이 땅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창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근시안적인 홍수대책을 중단시키고, 보다 근본적인 홍수대책이 세워질수 있도록 시민들께서도 꼭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