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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친환경 물티슈? 그냥 마켓팅 불과

by 이윤기 202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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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6. 17 방송분)

 

지난 방송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기업들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저절로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이상 60도의 고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렸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대만에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시켰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오늘은 최근 광고를 많이 하고 있는 친환경 물티슈에 대하여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3월 유튜브에 올라와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유아용 물티슈 광고가 있었습니다. 이 광고의 제목은 물티슈로 고래를 구하는 방법이었는데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물티슈의 주요 소재는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이지만 자신들이 만든 제품은 종이 펄프등으로 만든 자연원단이라고 주장합니다. 광고에서는 수압과 미생물로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변기에 흘려보내도 문제가 없고,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녹아버려 해양생물이 미세플라스틱으로 고통받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최근 업계에서는 앞다투어 친환경 물티슈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물티슈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마산YMCA에서도 생활공동체 운동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매년 연초에 1년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생활 약속을 하는데요. 많은 회원들이 손수건 사용하기, 물티슈 안쓰기, 새옷 사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같은 생활실천을 약속인데요. 저는 이런 노력들이 물티슈 생산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기존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보통 물티슈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스터가 주용 성분이기 때문에 쉽게 찢어지지도 않고 자연에서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이 걸리며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1회용 플라스틱 제품입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인당 연간 3000장 이상의 물티슈를 사용하고 있고, 무게를 기준으로 보면 일회용 컵, 종이냅킨, 행주, 젓가락, 숟가락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이 소비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 소비자 단체의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행주 대신, 걸레 대신, 손수건 대신 그리고 개인 위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티슈 500년 지나야 분해된다

 

전 세계 정부와 환경단체들이 <물티슈> 소비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변기에 버려지면 하수관을 막고, 일반 쓰레기로 매립지에 묻으면 500년 이상 썩지 않으며, 소각장에서 불태우면 이산화탄소와 발암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물고기의 뱃속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다른 일회용품들도 문제이지만, 재활용조차 불가능한 가장 골칫거리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로 물티슈입니다.

 

요즘 새로 등장한 친환경 물티슈 광고를 보면, ‘제로 플라스틱 물티슈’, ‘생분해 물티슈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고 있고, 제품 설명에는 천연원단과 나무에서 나온 레이온으로 만들어 변기에 버려면 녹고, 땅에 묻히면 저절로 썩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친환경 물티슈를 구입해서 사용해 본 소비자들의 후기도 있는데요. ”물기가 빨리 마르고 크기가 좀 작다“, ”얇아서 잘 찢어진다하는 평가들이 있었습니다. 일반 제품보다 좀 불편하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환경을 위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 ”미래 세대에 덜 미안한 선택이다하는 후기들도 있었습니다.

 

기존 물티슈가 생태계를 교란하고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쉽게 분해되는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무엇보다 쉽게 분해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국제 물풀림 기준을 충족했고, 국가공인시험기관에서 실시한 미세플라스틱 검출 시험을 통과했다거나 천연펄프 검증서를 제시하거나 자체 실험을 통해 생분해 인증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런 광고와 인증 결과를 보면 많은 소비자들은 혼란을 격을 수밖에 없고, 또 물티슈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업계에서 주장하는 친환경 제품에 손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친환경 물티슈...검증기관 없어...그냥 마케팅 불과

 

하지만, 환경운동가들 그리고 자원순환과 재활용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물티슈 업계에서 주장하는 시중 판매 제품이 받은 인증은 광고 내용과 같은 친환경성을 보증할 수 있는 인증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컨대 변기로 물티슈가 버려졌을 때, 아무런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는 내용을 직접 인증할 수 있는 기관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즉 재활용이나 재사용을 하지 않는 모든 쓰레기는 환경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데, ”변기에 그냥 버려도 되는 물티슈라는 광고 때문에 1회용 물티슈 사용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고, 소비자들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게 되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주 말씀드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오늘 말씀드린 친환경 물티슈 모두 기존제품과 달리 저절로 분해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친환경을 내세우는 제품들인데요. 제품을 만든 사람들 주장처럼 자연에서 분해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우리나라의 자원순환정책과 맞지 않기 때문에 더 문제라고 합니다.

 

시민들은 잘모르고 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2025년 이후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가 시작됩니다. 즉 우리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내놓은 생활 쓰레기는 소각장에서 불 태운 후에 매립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나와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물티슈는 모두 소각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주장이 무색해진다는 것입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 구입이나 친환경(을 주장) 물티슈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에 부담을 주는 윤리적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겠지만, 사실과 다른 친환경적이라는 잘못된 인식때문에 안심하고 일회용품을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무늬만 친환경인 제품, 광고로만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제품으로는 문제가 해결 될 수 없기 때문에 유럽의회에서는 재사용 용기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개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내년부터 자국내 모든 페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일회용 용기 사용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독일과 대만에서도 페스트푸드점과 식당 등에서 일회용기 사용을 금지시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을 같은 곳에서 자발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다회용기 사용과 물티슈 사용금지가 좀 더 빠르게 민간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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