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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체코 원전...손해 보는 장사라면?

by 이윤기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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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7. 29 방송분)

 

지난 7월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체코 정부 발표를 인용하여,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아랍에미레이트 이후 15년 만에 이루어진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거리에 나가보면 지역 국회의원들도 현수막을 내걸면서 신규 원전 수주를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정부가 체코 원전 수주의 득실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개요를 한 번 살펴보겠는데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체코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 사업은 대형원전 4기를 걸설하는 체코 역사상 체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170km 가량 떨어진 두코바니 원전 5, 6호기 원전 걸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선정되었고, 프라하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테믈린 3, 4호기는 체고 정부와 발주사가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체코 정부는 두코비니 5, 6호기 원전 예상 사업비만 우리나라 돈으로 약 24조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한수원과의 최종 계약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주 계약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이지만, 설계는 한전기술, 주기기 제작과 시공은 두산에너빌리티, 시공은 대우건설, 핵연료 공급은 한전연료가 참여하게 되며, 대형원전(APR1000)의 설계, 구매, 건설, 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 등 원전건설 역무 전체를 일괄 공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체코 신규 원전 1기는 2022년을 기준으로 할 때, 수도 프라하의 연간 전력소비량보다 약 20%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정부가 15년 전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수출에 이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큰 의의를 두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세계 최초의 상업 원전이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여전히 유럽에서 많은 원전이 가동 중이며, 앞으로도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이 1956년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유럽은 전 세계에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40%가 밀집한 지역이며, 향후 전 세계에 건설하려고 하는 102기의 신규 원전의 35%인 37기가 유럽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즉 원전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인 것이죠. 

 

원전 시장 계속 확대 된다는 착각

두 번째는 수입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유럽으로 원전을 수출하게 되었다는데서 의의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2년 한울 원전 1, 2호기를 건설 할 때, 프랑스 프라마톰 노형을 도입하였는데, 42년 만에 원전의 본산인 유럽 시장에 원전 판매를 시작하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공개 입찰에 프랑스의 EDF사 그리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가 함께 입찰서를 내고 경쟁 하였는데, 그 경쟁에서 우리나라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유럽원자력 동맹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EDF와의 양자구도 경쟁에서 승리하였기 때문입니다. 유럽원자력 동맹은 프랑스의 주도로 유럽내 원자력 공급망 구축을 목적으로 14개 유럽 국가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당초 프랑스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가 “원전 산업 회복의 교두보가 마련되었다”, “24조원짜리 잭팟이 터졌다”며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저가 수주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수주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축포를 쏘기엔 너무 이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는 것이 계약 당사자가 되었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특히 공사 금액과 자금동원 주체 및 방식을 높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비판입니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수 당시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최종 수주는 실패한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정부 발표와 달리 잭팟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우려도 많습니다. 우선 한국 측 제안 내용 포함된, 60% 이상 현지 기업 참여와 현지 노동력 우선 고용, 추가 금융지원 등의 조건을 고려하면, 구매자가 갑인 원전 계약의 특성상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제안한 건설 가격은 프랑스가 제안한 건설 단가의 절반이 안되는 가격이며, 우리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보다 낮은 단가를 제안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반 값에 팔아도 수익 가능할까?

 

또한 우리 정부 발표와 달리 체코 정부가 원전 사업비로 책정한 금액은 60억 유로(약 9조원)에 불과하며, 그 외 비용 조달 계획이 불확실하다는 외신 보도를 인용하면서 한수원의 기대와 다른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옵니다. 우리정부 발표와 달리 체코 현지 언론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거의 덤핑 가격으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걸림돌이 되 지적재산권 문제도 여전히 복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원전의 원천 기술은 초기 체코 원전 수주 경쟁에 함께 뛰어들었던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웨스팅하우스는 이미 “한국수력원자력은 웨스팅하우스의 동의 없이 원자로 기술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15년전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의 경우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자문료와 로열티를 지급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사업은 여전히 득실을 따지기 우려운 상황입니다. 전체 원전 수주액 186억 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0억 달러 가량을 우리 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28년 만기로 초장기 대출까지 해주었습니다. 훨씬 후에 밝혀졌지만, 원전 수주를 위해 부대 파병을 해주는 이면 계약도 있었고,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레이트로부터 ‘자이드 환경상’을 받았는데, 상금으로 50만 달러를 받아 댓가성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환경운동가들은 체코 원전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고 있고, 체코 정부도 재생에너지비중을 13%에서 20% 중반까지 높이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원전사업 중단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또한 체코 전체의 전력 사용량이 우리나라 경기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전력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폴란드나 영국처럼 원전 추진이 중단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계약을 하지 않은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부의 체코원전 수주가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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