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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국제 플라스틱 협약 또 실패

by 이윤기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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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12. 16 방송분)

 

지난달 방송에서 부산 11월 25일부터 일주일 간 부산 백스코에서 국제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협상위원회는 세계 177개국 정부대표단과 이해관계자, NGO 활동가 등 3800여명이 참가하는 엄청난 규모의 국제 협상이었습니다. 12월 1일 종료 예정이었던 회의를 연장하여 2일 새벽 3시까지 진행하였지만, 국가 간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다음날인 12월 3일 계엄사태가 터지고,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워낙 급박한 상황이 열흘 넘게 지속되고, 모든 뉴스가 계엄과 탄핵을 다루다보니, 우리 국민들에게는 실패한 국제플라스틱 협약 정부 간 협상 경과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부산 백스코에서 개최되었던 국제플라스틱 협약 실패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말씀드렸듯이 국제플라스틱협약 체결을 위한 노력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22년 유엔환경총회입니다. 유엔환경총회는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올해 연말까지 협약 안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 2년 동안 모두 4차례 회의를 이어왔지만 이번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에서도 끝내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과없이 마무리 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국제 협약 마련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예견되었고, 국가 간 첨예한 이해관계는 앞선 회의에서도 계속 부딪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산유국들의 격렬한 반대로 진전된 결론으로 나아가지 못하였습니다.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생산 감축 논의 자체를 반대하였으며, 모든 회원국의 견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반대로 콜롬비아, EU, 피지 등 다수 국가는 협상 지연과 느린 진전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며 반발하였지만, 합의 도출에는 결과적으로 실패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그리고 협약 이행 방안 등 일부 분야에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2025년에 추가 협상 회의를 이어가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한국 개최국 역할  제대로 못했다 - 플라스틱 생산 감축 협약 불참

한편, 이번 정부간 협상위원회 개최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고 합니다. 한국은 국제플라스틱 협약 제5차 회의를 앞두고 “플라스틱 생산 감축” 의지를 내세웠지만, 실제 협약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 대표단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였으며,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도 “이번 협약에서 생산, 소비, 폐기물 관리를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과 달리 한국정부는 실제 생산감축을 위한 노력을 전혀하지 않았다는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한국은 올해 4월에 개최된 4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서 합의된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선언’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이 선언의 핵심은 플라스틱 생산 감촉을 촉구하는 것으로 전 세계 44개국이 서명에 참여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에 파나마를 비롯한 91개국이 제안한 플라스틱 감축을 지지하는 제안서에도 한국 정부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체 175개 협상국의 과반이 넘는 100여개 국 이상이 동의하였는데도, 유독 한국만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100여 개국은 생산감축 목표 설정을 제안하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 측은 생산 제한을 하지 말고,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에 주력하자는 반대 논리를 줄기차게 내세웠다고 합니다. 

결국 파나마를 대표로 르완다, 멕시코, 유럽연합, 프랑스, 피지 등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지지하는 제안서에 의견을 모은 100개국 이상이 모여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들은 “플라스틱이 편리하고 값싼 재료가 아니라 독성 물질이 들어 있고, 작고 미세한 조각 하나하나가 우리의 생명, 자연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위협을 주고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2022년 유엔 환경 총회 이후, 8억 톤 플라스틱 새로 생산


실제로 2022년 유엔 환경총회 이후 10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무려 8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새로 생산되었고, 그중 3천만 톤 이상이 바다로 유출되어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오염시키며 인간의 삶도 파괴하였습니다. 여기에는 매립지도 보내지거나 소각된 플라스틱을 제외한 숫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피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한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플라스틱 생산량은 204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하고, 해양으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양도 세 배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제 내년에 열릴 추가 협상 회의에는 시민들도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국가 간 이견을 좁히고 실질적인 협약 체결을 진행해 나가야 하는데요. 그 이유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은 단순히 환경보호를 넘어 지구와 미래 세대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국내 정치 상황이 급박하기는 합니다만, 내년에 열릴 INC-5.2차 협상 회의에서 각국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구속력 있는 근본적인 조치 마련에 힘을 모으고, 금지 제품 및 금지 화학 물질의 목록을 구체화하여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우리가 적당한 타협을 위해 주저하고 있는 사이 최소 2억 30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될 것이고,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해양 생물들이 죽어갈 것” 이라고 주장 합니다.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은 물, 음식, 우리 신체에 계속 침투할 것이고 미래세대 아이들의 혈류에서는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독성 물질이 흐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 합니다. 

정부 간 협상이 미뤄졌다고 해서 결코 우리가 직면한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위험까지 함께 미뤄지지는 않습니다. 내년 추가 정부간 협상 회의에서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위기를 타개할 강력한 국제플라스틱 생산감축 협약이 꼭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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