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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저출산? 정리해고, 구조조정, 비정규직이 원인

by 이윤기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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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요? 베이붐 세대가 노인기로 진입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20년이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나이든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지난 11월 말,  지역에서 개최된 한 심포지움에서 <인구감소와 지방의 사회변화>를 주제로,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박사가 발표했던 축소사회로의 대전환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를 예측하는 이야기들은 전에도 많이 들어 왔습니다. 주로 고령화로 인하여 경제성장이 둔화된다거나, 재정 위기, 노동력 부족, 연금 고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왔는데, 이상림 박사는 그보다 더 심각한 위협에 대하여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받은 가장 큰 충격은 ‘곧 피가 모자라서 죽는 환자들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수술받아야 할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인데, 피는 인공으로 만들 수 없으며, 수입과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300만 여명이 헌혈을 해야 혈액을 수입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매년 헌혈량이 줄고 있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헌혈 인구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10대 인구의 헌혈 비율은 16.7%, 약 57만명이었는데, 2040년이 되면 약 24만명으로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놀라웠던 것은 지금의 인구 위기는 20년 전부터 이미 예측가능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들이 말로만 저출산 대책을 외치면서 실효성 있는 준비는 아무것도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전쟁 이후부터 1982년까지는 매년 약 80만~100만 명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구체적 통계로 보면 1971년생이 102만명이 태어났는데, 2001년에는 출생아가 60만이 무너지고, 2002년에는 50만이 무너졌으며, 20년이 지난 2022년에는 25만명이 태어났고, 2023년에는 23만명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산아제한 캠페인이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동안 많은 분들이 1970년대와 8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 하는 산아 제한 캠페인과 저출산 정책을 원인이라고 하였습니다만, 이상림 박사는 다른 원인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는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 원인으로 IMF 경제 위기와 그로 인한 구조조정 그리고 정리해고, 그리고 비정규직의 등장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였습니다. 바로 이 시기부터 청년의 삶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고, 결혼과 출산을 미루기 시작하였으며, 그 효과가 인구 감소 그래프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2002년부터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출산율 감소가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 당국자들이 위기를 체감하게 된 것은 2020년 무렵인데요. 두 가지 큰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첫째는 2020년부터 태어난 아이들 숫자보다 사망하는 숫자가 더 많아져서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 것이구요. 

 

둘째는 대한민국의 모든 지방대학에서 대량으로 미달사태가 발생하였다는 것입니다. 2020년은 2002년도에 태어난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해였는데, 2002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50만명이 안되는데, 당시 대학 입학 정원이 50만명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는데요. 문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것을 인구 통계를 통해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것입니다. 작년에 전국에서 23만명이 태어났는데, 현재 수도권 입학 정원이 대략 26만명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대학 정원이 유지되면 2023년 생이 대학에 갈 때는 대한민국의 모든 지방대학에는 입학생이 한 명도 없을 거라는 것입니다. 

 

 

2023년 생 대학 갈 때, 지방대학 인원 0명

 

혹자는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긍적적인 면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방대학이 사라지면 지방 산업 구조가 함께 붕괴하게 되고, 지방 소멸이 가속화 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때가 되면 노동시장 진입 인력이 갑자기 줄어들게 되고, 기업들은 전에 없던 인력난을 겪어야 하며, 원하는 만큼 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특히 동남권 지방에 있는 대기업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 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설명하면서 이상림 박사는 우리사회 전체가 인구 감소를 염두에 둔 대구조조정과 축소사회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예컨대 당장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에서부터 청년 인구가 끊임없이 유입되는 수도권에서는 이런 위기의식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 결정이 더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지방의 위기가 더 심각한 것은 서울의 저출산을 지방에서 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지방의 인구 위기는 저출산으로 인한 위기라는 측면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으로 인한 위기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상림 박사는 인구 감소로 인한 악순환을 경고하엿습니다. 인구가 줄면 소비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이 떠나고, 기업이 떠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가 자리잡게 되는데, 마산에서 롯데백화점이 문을 닫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인 사례라는 것입니다. 

 

백화점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문을 닫고, 학교와 학원이 문들 닫고, 그렇게 아이 키우는 생활 환경이 나빠지면 신혼부부들이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쇄적으로 모든 것이 나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술집, 식당 문 닫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기저에서는 지방의 산업구조가 가라앉고 있는 것이 진짜 위기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출산율 경쟁, 인구 지키기 경쟁은 해결책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228개 행정구역 체제는 앞으로 20년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며, 축소 사회에 대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육군 보병 위주의 군대를 완전히 개편해야 하고, 지역 행정 구조와 역할도 부산-경남 통합같은 뻔한 통합 수준이 아니라 인구 감소에 맞춰 완전히 혁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처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 간 경쟁을 시키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예산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지역간 경쟁보다 구조를 바꾸는데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권역별 거점 도시를 만들고 영남권, 호남권 권역 안에 인구가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내야한다는 것입니다. 


후 내년을 목표로 경남-부산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공론화위원회가 기계적으로 행정구역을 합치는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인구 감소와 축소사회에 대비하는 사회구조의 대개혁을 한발 앞서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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