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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준비한 생태적 선각자 100인

[서평] 사티시 쿠마르, 프레디 화이트필드가 엮은 <희망의 근거>

일전에 녹색성자 '사티시 쿠마르' 전기 <끝없는 여정>을 읽고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끝없는 여정>은 인도 출신 평화운동가이자, 녹색운동가이며, 교육운동가인 사티시 쿠마르가의 여정을 기록한 회고록입니다.

아홉 살에 스스로의 결심으로 자이나교 승려로 출가하였다가 비노바 바베와 함께 토지헌납운동에 참여하고, 핵무기 폐지를 내걸고 소련과 유럽을 거쳐 미국까지 걸으며 평화운동가로 살았습니다.

반핵평화행진과 이후 영국에 정착하면서 농촌공동체운동과 작은 학교 세우기 운동을 하고 있으며, 동지이자 스승인 슈마허의 영향을 받은 세계적인 녹색사상 연구기관인 '슈마허 대학'을 설립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운동과 더불어 <리스전스>라는 잡지의 편집을 맡아 수많은 생태적이고 영적이며 교육적인 경험을 소개하는 일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로 소개하는 <희망의 근거>는 바로 지난 수년 동안 <리스전스>에 소개되었던 생태적 선각자들 중에서 100명을 엄선하여 소개하고 있는 일종의 인명사전과 같은 책 입니다.

<리서전스>는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상호성과 호혜주의 그리고 연대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그리고 지속 가능성과 영성과 검소함의 세계가 소비주의와 물질주의와 군사주의의 세계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옹호하는 잡지입니다. 

생태주의와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이 잡지는 위대한 생태적 선각자들, 사상가들, 활동가들이 명료하게 표현한 비전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희망의 근거>에 수록된 선각자들은 <리스전스>에 정신적 영향을 미치고, <리스전스> 지면에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리스전스>에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의 목록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사회적 선각자, 생태학적 선각자, 영적 선각자 100인을 소개한 <희망의 근거>는 각 100인의 필자들이 쓴 글을 사티시 쿠마르와 프레디 화이트필드가 모아 엮은 책 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세밀하게 소개하였다기 보다도 각각의 선각자들을 가까이서 지켜 본 사람들이 그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씌어진 인명사전과 같습니다.

저는 책을 시작하면서, 우선 제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안 다는 것은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전기 혹은 그들이 쓴 책을 읽어 본 사람들만 세어 보았더니, 모두 20명 입니다.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슈마허, 아웅산 수지, 밥 딜런, 무하마드 유누스, 아룬다티 로이, 제리 맨더, 에리히 프롬, 이반 일리치, 비노바 바베, 알베르트 슈바이처, 레이첼 카슨,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 제인 구달, 달라이 라마,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틱 낫한, 융, 카릴 지브란

100명 중에서 20명은 이름이라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 외 80명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문득, 세상이 이 만큼이라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제가 모르는 80명의 선각자들, 그리고 이 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였지만, '생명과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선출된 정부는 '민주주의' 라는 착각(?)

바람직한 식사에 관심이 많은 저는 '프랜시스 무어 라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던 그녀는 보장된 학위를 버리고 허름한 대학도서관으로 들어갑니다.

"주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기아와 고통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길을 택해야 그 근본원인들을 처리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30년 넘게 갈고닦으며 15권의 책을 저술하게 되는 연구접근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직감을 따랐다."(본문 중에서)

'왜 굶주리는가?' 에서 시작한 그녀의 고민은 '풍요로운 세상에 왜 굶주리는가?'로 바뀌었고, 그 해답으로 그녀는 세 번째 저서인 <작은 지구를 위한 식사>를 집필하게 됩니다. 본래 친구들과 나눠 읽으려고 제작된 소책자는 무려 35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이 책은 기아의 근본원인과 우리의 음식 선택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사고의 혁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류의 책들이 적지 않게 출간되고 있지만, 처음 출간된 1971년에는 당대의 바이블에 속하였다고 합니다.

그녀가 쓴 책 가운데 눈에 띄는 다른 책으로 <민주주의의 경계>가 있습니다. 그녀는 양파의 껍질을 벗겨내듯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접근한다는군요. 촛불 집회 1년을 맞이하면서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정부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역사적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결코 선출정부와 시장경제의 합이 아니다." 라는 그녀의 통찰이 가슴에 꽂힙니다. 그녀는 식량 결핍이 아니라 민주주의 결핍으로 가난과 기아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Think Global, Act Local는 흔히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지구 정상회의에서 쏟아져 나온 수 많은 구호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 구호는 전 세계 시민운동가들의 가슴에 새겨진 중요한 경구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표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스코틀팬드 태생의 '근대 도시계획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패트릭 게디스'라고 합니다. 그가 1915년에 쓴 <진화하는 도시들>에 이미 이 표어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부르는 것의 개척자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합니다.

그는, 20세기 초에 이미 '자연기아'라는 용어를 사용하엿다고 합니다. 마을과 도시의 중심에서 점차 자연을 제거한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결정에 절망하였다는 것 입니다.

"산업혁명 이래로 줄곧,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사물에 희생해왔고, 삶이 대규모로 기계에 종속되어왔다." (본문 중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움직여보고 냄새 맡고 맛보려는아이의 욕구는 모두 참되고 건간한 갈망이며, 좋은 가르침이란 지식이나 규율이 아나라 기쁨을 통해 시작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문 중에서)


일찌기 그는, 아이들을 자연에서 벗어나게 한 후에 자년에 관해 읽거나 안전한 곳에서 자연을 내다보는 교육체계는 엉터리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100년을 앞선 그의 선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인 만성적인 '자연기아'에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땅은 상품이 아니라 공동체 이다.

"우리는 땅을 남용한다. 그것을 우리에게 속하는 상품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땅을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 우리가 그 안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땅을 이용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이른바 '대지윤리학'의 창시자 알도 레오폴드가 남긴 말 입니다. 돈을 주고 구입한, 부모에게 물려 받은 땅을 '내 땅'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새겨 보아야 할 말 입니다. 땅은 누군가에게 속하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 입니다. 우리가 땅에 속 할 뿐이지, 결코 땅이 우리에게 속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마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땅에 관한 생각을 듣는 것과 비슷합니다.

미국 삼림청에서 일했던 알도 레오폴드는 1924년에 탄생한 길라 자연보호구역 지정 계획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인간계를 넘어 자연 전체를 향한 도덕성을 제안한 서양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그간 쓴 책 <모래군의 열두 달>은 생태학적 글쓰기의 고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그의 대지 윤리학은 '인간이 만물의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자신을 자연의 주인, 지배자, 혹은 관리인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는 것 입니다.

그는 자연을 인간 이득과 경제적 이익을 위한 개척의 대상, 자원의 집합체로 바라보는 관점을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그의 삶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이론가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

그는 황폐해진 대지를 회복하는 일에 실제로 참여하였습다고 합니다. 지나친 경작으로 인해 모래땅의 대부분이 바람에 날아가버린 워스콘신 강가의 척박한 땅을 일구며 이념을 실천으로 옮기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지구를 덮고 있는 나무의 3/1이 죽으면...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삼림학을 공부한 후에 아프리카 케냐에서 무분별한 삼림 남벌과 토양 붕괴의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리처드 세인트 바브 베이커'를 <희망의 근거> 편집자들은 '나무의 인간'이라고 칭하였더군요.

"그는 작물을 심는 것은 인간이지만, 나무를 심은 것은 신이었다"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설득하여 나무의 인간들을 조직하였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을 방문하여 사람들에게 숲의 파괴를 보여주고 나무를 심는 일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만약 인간이 피부의 3분의 1을 잃으면 죽는다는 비유를 사용했다. 지구가 자신을 덮고 있는 나무의 3분의 1 이상을 잃으면 지구도 죽는다는 것을 나타내기에 납득이 가지 않는가?"(본문 중에서)

일반적으로 화상을 입은 사람이 피부의 3분의 1을 잃으면 생명을 부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지구도 자신을 덮고 있는 나무의 3분의 1을 잃으면 생명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경고 입니다. 보통 자연환경은 어떤 임계치에 도달하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나무와 숲을 파괴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행위가 임계치에 달하면, 지구 생태계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그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는 오늘날 아프리카의 가장 커다란 위협 중 하나인 사하라 사막이 확장을 막기 위해 녹색 방어선을 세워야 한다는 계획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는 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였으며,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강구하였다.

지속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면서, 강연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알리기 위하여 책을 쓰는 일에 뛰어들었으며, 아흔두 살의 나이로 숨질때까지 서른 세권의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가 죽은 후에도 사막화는 여전히 크나큰 문제로 남아 있으며, 기후변화 위협으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세인트 바브 베이커라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은 거대한 규모의 나무 심기라고 답하였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자연의 농부 '후쿠오카 마사노부'

<희망의 근거>가 소개하는 21세기를 준비한 100인 중에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인은 단 2명 뿐 입니다. 베트남에서 망명하여 사실상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틱낫한 스님을 제외하면, 일본인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유일합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셀 수 없이 많은 계절 동안 끈기 있는 관찰과 정교한 실험 끝에 '자연' 혹은 '무위' 사상으로 농업에 접근한 90대의 전설적인 현명한 농부 입니다. 그에게 광활한 바둑판식 논밭, 석유동력 기계를 사용한 농업, 먼 저수지에서 배관으로 연결된 수로, 화학약품과 살충제로 뒤 덮힌 논 밭은 인간이 죽어가는 풍경, 자멸하는 광경이라고 합니다.

후쿠오카는 원래 식물병리학을 전공하였으나, 자기 회의로 괴로워하던 중 사물의 진정한 본질이 번득이는 깨달음으로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모든 존재의 전체성을 깨달은 후 시코쿠 섬에 있는 아버지의 토지로 돌아가 농부가 되어 40년 동안 '자연농업'에 매달렸다는 것입니다.

계절의 순환에 따른 자연 법칙에 따라 농사짓는 전통 방식에 근거한 농업을 연구하여 <지푸라기 한 가닥의 혁명>이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그는 농업은 음식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길러 내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전혀 다른 방식의 농업 혁명을 이루어냅니다.

"그는 한 번도 그의 토지에 쟁기질을 하거나 퇴비를 주거나 가지를 치거나 비료를 주거나 기계, 제초제, 살충제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의 농법의 네가지 규칙은 1) 경작하지 말것, 2) 비료나 퇴비를 주지 말 것, 3) 잡초를 뽑지 말 것, 4) 화학약품, 살충제를 쓰지 말 것 이다."(본문 중에서)

후쿠오카의 농업을 혁명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근처의 기업농들이 재배한 것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의 수확물을 꾸준히 거두어 들였다는 점입니다.

한편, 그는 적토로 만든 작은 공에 100여 개의 씨앗을 채워 넣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그가 개발한 '씨앗 공'들을 일구지 않는 땅에 퍼뜨려, 토양을 축적하고 사막화를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한 유기농 음식, 더 큰 공동체적 삶, 가벼운 노동, 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많은 시간, 산책, 웃음, 친구만나기, 이야기하기, 혹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기, 후쿠오카의 방법은 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남겨준다."(본문 중에서)

그의 삶은 우리에게 '희망의 근거'가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농경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장물의 성장이 아니라 인간의 계발과 완성"이라는 그의 이야기 역시 희망으로 다가 옵니다.

실제로 도시를 떠나 농사꾼이 된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부부의 삶은 '이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전업농부로 귀농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삶은 희망의 지표가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100인의 선각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결국 과학이 생태적 위기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보다 더 불편한 삶을 살겠다는 각오, 지구 생태계를 함께 살고 있는 뭇 생명들과의 공생이 결국 '희망의 근거'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희망의 근거 - 10점
사티쉬 쿠마르.프레디 화이트필드 지음, 채인택 옮김, 최재천 감수/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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