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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MB정권, 저탄소 녹색성장의 거짓을 고발한다

by 이윤기 2009.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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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스탠 콕스가 쓴 <녹색성장의 유혹>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서 저탄소 녹색성장과 글로벌 경제위기 해법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석유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가야만 하고, 갈 수 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살 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프리드먼은 "IT(정보기술)에 이어 풍부하고 안전하며 값싼 새로운 에너지 기술인 ET(에너지 기술 혹은 녹색기술)가 다음 경제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면서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점이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다.

모든 재원이 두뇌 속에 있어서 혁신적인 환경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프리드먼은 "녹색기술에 투자하면 세계를 선도할 것",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지금 한국에 가장 적합한 비전", "녹색 리더십"이라면서 온갖 아부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말하는 '녹색성장'은 가능한가? 아니 이명박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본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녹색성장'은 가능한가? 스탠 콕스가 쓴 <녹색성장의 유혹>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진실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과연, 녹색성장은 가능한가?

스탠 콕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전체의 전망이 밝지 않을 뿐더러 악화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만회할 만한 대책이 아직 없을 뿐만 아니라 급속한 기후변화에 시선을 빼앗겨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고 생물종을 위협하는 여타의 생태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스탠 콕스는 그 첫 번째 사례로 의료산업을 고발하고 있다. 의료산업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환자들과 의료산업이 생태계에 어떤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의 2000년 연구에 따르면 의료사고 때문에 병들거나 다치는 사람이 많아서 매년 4만4,000 ~ 9만8,000명의 환자가 의료사고의결과로 사망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어느 연구에서는 전체 병원 입원환자의 4%가 약물에 의해 야기된,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었던 병으로 입원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본문 중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의사의 방어적 진료를 부추기는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 불필요한 치료에도 돈을 지불하는 민간보험회사, 병원 진료를 선호하는 환자, 사기성 검진을 하는 불량의료기관들을 꼽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보건의료체계로 구성된 의료산업이 미국 경제체제의 1/6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첨단의료장비가 도입될 때마다 검사횟수 역시 따라서 늘어난다는 것이다. 보통 MRI 장비 한 대는 2,000~3,000회 검사로 장비 구입비를 회수 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장비가 늘어나면 사용빈도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탠 콕스는 이런 의료산업의 현실을 "그들은 병원을 짓고 우리는 병원을 채운다"고 꼬집고 있다.

의료산업이 인간과 생태계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이런 과도한 검진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의료산업이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고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산업이 지구생태계와 생물학적 체계를 위협하는 파괴적 경제성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더 방음이 잘 되는 병실을 만들고, 다인실을 줄이고, 모든 병실마다 간호사용 컴퓨터를 비치하고, 여분의 케이블망과 함께 무선통신환경을 조성하는 현실을 극찬했다. 더 큰 발전시설을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 병원의 병상 하나에서는 매일 4~20kg의 쓰레기가 일주일 내내 나온다. 그 외에 사무실에서 쓰는 종이, 음식물, 수액주머니, 거즈, 주사기, 인간의 신체일부, 의약품, 화학요법에 사용되었던 유독성 약품, 중금속, 방사성 폐기물, 기타 등등의 쓰레기도 추가로 배출된다."(본문 중에서)

통상 병원쓰레기는 가정 쓰레기에 비하여 플라스틱 양이 3배나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 폴리염화비닐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유독성 화학물질이 배어나올 수 있으며, 발암성 다이옥신을 내뿜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사람에게 주입된 많은 약품들도 하수구를 통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미국 병원에서만 1년에 120억 개의 비닐장갑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인용하여, 병원에서 감염되어 병에 걸리는 환자가 매년 200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만도 9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치료부작용으로 다시 치료받는 환자는 전체 의료건수의 1/3에 이른다고 한다.

스텐 콕스는 의료산업이 그 소유주에게 막대한 돈을 벌어다주는 한 지속가능한 의료산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끝없이 성장하는 의료산업은 생태계를 지속불가능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병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24시간 영업하는 호텔, 화물차터미널, 체인음식점, 사무용 건물, 대학의 과학학부, 운송회사, 대형할인점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합친 것과 같다"(본문 중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화된 병원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더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건강 자체는 뒷전인 의료 산업의 맹목적인 성장은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스텐 콕스는 여러 자료를 통해 암환자를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GDP에 포함시키는 엉터리 경제 통계가 계속되는 한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시켜준다.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의료가 이루어지려면, 불필요하고 낭비적이며 값비싼 의료 서비스를 50% 이상 감축해야하고, 공공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불필요한 서비스의 50% 감축하여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방의학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체계가 재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건의료산업의 비뚤어진 성장은 특히 거대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통해 더욱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스텐 콕스는 제약회사들에 의해서 온갖 질병 부풀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하지불안증후군, 과민성대장증후군, 주의력결핍장애, 성기능장애를 들고 있다.

그는 병이 아닌 이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어떤 방식으로 제약회사들이 광고를 통해 다수의 미국인들이 이런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제약회사들이 여성에게 '비아그라'를 팔아먹을 방법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아직 멀쩡한 사람들을 자꾸만 환자로 만드는 일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약품 제조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고,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도와 중국은 미국에서 소비하는 약품을 생산하는 대보파표적인 나라가 되었으며, 인도의 의약품 제조회사는 전 세계 65개 이상 나라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인도에서 낮은 원가로 약품을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약을 싼값에 시험해볼 적합한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에서 생산되는 벌크의약품의 40%를 만들어내는 파탄체루는 지난 20여 년 동안 감당할 수 없는 많은 폐기물에 오염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파탄체루 지역은 하천과 농지가 오염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화학물질과 관련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약 보다 많은 '병'을 만드는 다국적 제약회사

그린피스의 조사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이 오염물질을 쏟아내고 있는 이들 지역은 암발병률은 11배, 심장질환 16배, 선천적 장애아 출생비율은 4배, 피부병 및 신경계, 내분비계, 기초대사계의 장애비율은 2~3배나 높다고 한다. 이들 지역 호수는 인도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12~100배 가량 높은 오염물질이 농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탠 콕스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 곳곳에서 1984년 보팔에서 일어난 유니언카바이드의 독성가스 누출사고와 같은 거대한 환경오염이 느린화면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의료산업의 탐욕적 성장과, 의료산업에서 벌어지는 질병 부풀리기 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제 3세계 공장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환경오염을 고발 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산업, 공장식 축산, 유기농에도 손을 뻗은 대량생산을 탐하는 녹색성장의 거짓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피크 오일'과 관련하여 이른바 청정에너지로 알려진 천연가스에 대한 독자들 편견을 깨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가 고갈되어감에 따라 천연가스가 상대적으로 청정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저렴한 가스를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매장된 석유 및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세기 전이었다. 그 한 세기 동안 인간은 여러 면에서 천연가스보다 수송하기 편리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석유를 먼저 고갈시켰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매년 발견되는 것보다 많은 천연가스를 사용 중이다. 불길한 징조이다."(본문 중에서)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지키려는 나라들이 앞 다투어 천연가스 연료 사용을 늘이고 있지만 그 전망이 밝지는 못하다는 것. 천연가스 운반에는 대형 LNG 선박과 첨단 시설이 갖추어진 항만을 건설하거나 혹은 대륙을 이어주는 가스관을 설치해야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연료, 천연가스가 확대가 식량위기를 부른다

특히, 중유를 추출하는 과정이나 사람들이 미래에너지라고 환영하는 수소를 추출하는데도 천연가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화학비료 사용을 통해 비약적인 생산혁명을 이룩한 농업 역시 질소비료 생산에 천연가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는 석유가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었던 지역처럼 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가장 큰 위협을 받는 분야는 농업분야라는 것이 스텐 콕스의 걱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천연가스 중에서 약 5%가 비료를 생산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천연가스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하자 미국에서 질소비료 생산능력이 30%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천연가스가 온수와 난방 전력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인도와 같은 많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40%가 비료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가난한 나라에서 심각한 식량부족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1990년대 이후 석유 부족으로 도탄에 빠진 북한 농업이 무너지고 가난과 굶주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대기오염을 줄여주는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천연가스 버스 보급 확대는 가난한 많은 나라의 농업생산을 위기로 몰아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스탠 콕스는 서문에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역시 제본스 패러독스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연료전지, 원자력에너지, 청정석탄, 친환경 자동차, LED 전구, 바이오 신약,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의 영역을 아우르는 녹색성장이 성공하게 되면 결국 암담한 현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을 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높아진 에너지 효율성은 경제 확장에 기여해서 결국 더 많은 에너지 소비와 더 많은 탄소 배출로 이어지는 제본스 패러독스를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이 뻔하다는 것. 따라서 이런 시도는 구시대적이고 무모한 산업 확장을 녹색 페인트와 첨단 기술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녹색성장은 에너지과소비를 부추긴다.

스탠 콕스는 <녹색성장의 유혹>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있는 수준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경제는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되어야 한다는 '진실'을 알리고 있다. 2050년까지 매년 최소 1%, 최대 3.4%가량 세계 경제가 역사상 가장 급속한 속도로 축소되어야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월리엄 스탠리 제본스의 주장처럼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으로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무한한 성장이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