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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기호가 로또인 선거 고쳐야 한다

by 이윤기 2026.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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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6. 4. 21 방송분)

 

6.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각정당들의 공천이 속속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마다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 다릅니다만, 선거 전문가들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방선거에서 선출하는 도의원, 시의원 선거의 경우 정당과 기호가 당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오늘은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이름만큼 많이 외치는 선거 기호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선거 기호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왜 더불어민주당은 1번, 국민의힘은 2번, 무소속 후보자는 선거구별로 가장 마지막 번호를 받게 되는 것일까요? 선거 때마다 사용되는 기호는 정당별 국회의석 수에 따라 정해집니다. 국회에 의석이 가장 많은 더불어민주당이 1번이 되는거고, 다음으로 의석이 많은 국민의힘이 2번, 조국혁신당이 3번 순서로 배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국회의석이 5석 이상인 정당이거나 직전 선거에서 전국 득표 3% 이상을 얻는 경우에만 전국 통일 기호를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국회의원을 단 1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정당이 50여개나 있는데요. 이들 정당의 경우에는 가나다순으로 번호를 매기게 됩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순번이 무소속에게 배정되는데, 무소속은 추첨에 의해 기호를 배정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순번을 매기고 기호를 배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많은분들이 원래부터 그렇게 해왔던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지금과 같은 기호 배정은 거대정당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한 방식입니다. 작은 정당 후보들은 항상 뒷번호로 밀려나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지요.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당 또는 정치인의 이름이 투표용지에서마저 뒤쪽으로 밀려나는 것은 저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헌 의회 선거는 추첨제로 기호 배정


이와 같이 거대 정당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호 순번제는 권력관계를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지고 권력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이 선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호 순번제를 도입하였기 때문입니다. 1945년 제헌의회 국회의원 선거부터 1960년 제5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기호를 선거구별로 추첨하여 배정하였습니다. 지금처럼 전국에서 1번은 더불어민주당, 2번의 국민의힘이 아니었다는거구요. 저는 선거구별로 기호가 달랐던 그때가 훨씬 공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에 우선권을 주기 시작한 것은 1960년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정당이 추천하는 후보만 선거경쟁에 출마할 수 있도록 무소속을 배제하였고, 정당 기호는 중앙에서 추첨하여 전국에 적용하는 ‘전국 통일 기호추천제’를 시행하였습니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를 통한 장기집권의 토대를 완성하기 위해 1971년 제8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국회의석을 기준으로 기호를 배정하는 현재의 제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와 같이 투표율이 낮은 선거 즉,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은 선거일수록 투표용지의 순서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대통령선거의 순서효과는 적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즉 6.3 지방선거와 같이 한꺼번에 여러 선거를 치르게 되면 후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투표하기 때문에 순서효과가 큰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거대정당의 경우 1-1-1-1-1-1 혹은 2-2-2-2-2-2만 찍어도 되는 일렬투표를 지지자들에게 홍보할 수 있지만, 모든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군소정당은 지지자들에게 일렬 투표를 홍보할 수가 없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은 선거일수록 정당 기호가 당락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지요.

 

거대 정당 순 기호 배정은 유신 체제 산물

아울러 2005년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가 도입되기 전에 치러진 1995년, 1998년, 2002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기초의원은 모두 무소속이었고, 투표용지 게재 순서는 추첨으로 결정하였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일렬효과 때문에 영남에서는 첫 번째 칸에 게재된 후보가 호남에서는 두 번째 칸에 적힌 후보가 평균 득표율보다 더 높은 득표 이익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순서효과와 함께 일렬투표에 의한 후광효과,  정당지지로 인한 정당효과, 그리고 주요 정당이 후보를 복수 추천을 하는 경우에는 1-가, 1-나, 2-가, 2-나에 의한 기호 효과까지 중첩되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순서효과는 투표용지상 앞선 위치에 게재된 후보가 후 순위에 비해 얻는 득표 이득을 말하고, 기호 효과는 특정한 기호를 유권자가 선호함으로써 기호로 인해 얻는 득표 이득을 말합니다. 



학자들은 각 정당이 공천심사와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공천하는 정당 공천제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정당 효과는 인정할 수 있지만, 순서효과, 후광효과, 그리고 기호 효과는 투표용지 게재 순서 혹은 기호 때문에 얻는 어부지리이기 때문에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합니다.
새누리당이 기호 1번이었던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인천, 대구, 광주의 선거 결과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인천과 대구에서는 1순위에 게재된 후보의 득표율이 20% 이상 높았고, 광주에서는 2순위에 게재된 후보의 득표율이 훨씬 높은 2순위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1-가, 2-가 10명 중 9명 당선


그러다보니, 정당공천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경선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기초의원 지역구 경선입니다. 기초의원 선거구는 2~4인 선거구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디라도 1-가, 2-가를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확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정치신인이라도 ‘가’번만 받으면 현역시의원보다 더 많이 득표한 사례는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 중앙선관위 통계에서도 지방선거에서 1-가, 2-가 번을 받은 후보의 당선율이 89%와 87%로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 투표가 다 이렇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선거구별로 후보들의 게재 순서를 순환시키는 순환순번제를 사용하여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였습니다. 앞서 지적한 기호 효과, 후광효과, 순서효과를 해소하려면 모든 선거에 교육감 선거처럼 순환 순번제를 도입해야 하며, 문맹률이 높았을 때 도입했던 정당 기호는 폐지하고 정당 이름과 후보자 이름만 투표용지에 인쇄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호가 당락을 가르는 왜곡된 선거제도는 하루 빨리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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