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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동네에서 1억 모금하여 세운 느티나무 도서관

by 이윤기 2009.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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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동영상으로 나오는 CF 보신적 있나요? 

아이들의 돼지저금통도
할머니의 쌈짓돈도
아빠의 비상금도
아낌없이 모아 1억이 되었습니다.
우리마을 희망의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희망의 돈
국민이 만듭니다.


국민은행에서 만든 광고인데, 제목이 '반송동 사람들의 돈' 입니다.

부산반송동 주민들이 세운 느티나무 도서관 이야기입니다. 40초짜리 짧은 광고이니 아래 동영상을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 느티나무 도서관을 세운 '반송동 사람들의 돈'이라는 제목의 광고입니다.


지난 월요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지역 주민운동의 모범적인 사례를 함께 탐방하고 연구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해운대구 송정동의 사회적기업 '막 퍼주는 반찬가게'와 '느티나무 도서관'을 방문하였습니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부산 반송동에 있는 자그마한 도서관입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각층 건평 35평 정도의 작은 면적인데 참 쓸모있게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아마, 주민들의 요구를 잘 반영한 독창적인 설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35평이면 흔히 볼 수 있는 30평대 아파트 크기인데 직접 가서 보면 훨씬 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기적의 도서관 보다 더 기적적인 도서관

예전에 MBC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도서관을 지어주는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프로젝트를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도서관이 들어서는 해당 자치단체에서 부지를 제공하면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MBC 느낌표에서 건물을 지어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지역주민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그야말로 '기적'처럼 만들어지는 꿈 같은 일이 벌어져서 깜짝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산 반송동에서는 느낌표 기적의 도서관보다 훨씬 더 놀아운 '기적'이 일어났더군요. 바로 느티나무 도서관이 그 놀라운 기적이었습니다.

2007년 1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1억원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하여 1억 6천여 만원을 모금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국민은행 광고처럼 정말 아이들의 돼지저금통도, 할머니의 쌈짓돈도, 아버지의 비상금도 모두 모았다고 합니다.



건축비와 토지 매입비를 포함하여 3억 6천여만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외부지원금과 각종 프로젝트, 국민은행 광고 수입 등을 제외한 절반에 가까운 돈을 마을 사람들이 모금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모금을 해 본 사람들은 이것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다 압니다.

처음에는 1억을 기부해 줄 독지가를 찾는 방식으로 도서관만들기 운동을 하였지만, 이내 1만원씩 1만 명을 모금하여 1억원을 모금하는 운동으로 전환하였으며, 마침내 목표를 초과하여 1억 6천여 만원을 모금하였다고 합니다.

일만 명이 일만 원씩 일억원 모금

최근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마을도서관이나 어린이 도서관에 관심을 갖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면서 곳곳에 주민밀착형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가 세운 도서관과 느티나무 도서관은 정말 차원이 다른 도서관이더군요.

지자체가 세운 도서관은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자치단체인 시가 주인이고 시민은 그냥 적극적인 이용객일 뿐 입니다. 그런데, 느티나무 도서관은 다름니다. 모금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이 모두 주인입니다. 뿐만 아니라 매월 1만원 이상 회비를 내는 400여명이 넘는 후원회원은 알짜배기 주인입니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반송지역에서 주민운동을 하는 '희망세상'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마을도서관입니다. 이 단체 사무국장이 김혜정씨는 희망세상의 다음 목표는 재정 자립이라고 합니다.

"희망세상 2009년 목표는 3년간 천명의 회원을 조직하는 것이다. 희망세상과 느티나무 도서관은 대중단체이고 주민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희망세상의 발전은 없다. 3년안에 천명의 회원을 조직하여 재정적으로도 자립하고 활동에서도 획기적인 변화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이다. 1년에 330명,  매달 30명씩 회원을 늘여야 한다."


저도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참 '야심찬'(?) 목표, 부러운 목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왔을까요? 지역에 기반한 주민운동에서 이룩한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지역주민 5만 8천명이 사는 동네에서 희망세상이 앞장서서 준비하는 어린이날 행사에 1만 명이 모여서 축제를 벌인다고 합니다. 2002년 지방선거부터 희망세상을 대표하여 구의원에 출마한 후보를 2회 연속으로 당선 시켰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드린 느티나무 도서관은 불과 6개월 만에 기적 같이 세워졌습니다. 물론 행정의 뒷 받침과 외부의 적지 않은 지원과 협력이 있었지만, 그런 지원을 끌어낸 것도 모두 희망세상과 반송지역 주민들의 역량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이들, 청소년들, 어른들이 책 읽고, 수다 떨고, 만나고, 소통하는 느티나무 도서관은 반송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늘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터전이 되었더군요. 대한민국 곳곳에서 이런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