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20년, 참교육 역사 후퇴하고 있다.

by 이윤기 2009. 6. 1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엊그제 전교조 경남지부에서 주최하는 전교조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전교조 창립 20주년 행사는 '아름다운 동행 20년'을 기념하는 행사였습니다.  20년전 전교조 창립 과정에 함께 어깨를 걸고 힘을 싸웠던 1989년 그 시절 '동지'들을 초청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였습니다.

20년 전, 마창노련 의장(이흥석, 진영규, 이종엽), 가톨릭노동상담소 소장(정동화), 민교협 교수분들, 지역시민사회단체, 당시 마창고협 임원들을 초청하여, 어렵고 힘든 시절을 전교조와 함께 동행해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자리였습니다. 노동운동을 함께 하시던 분들, 작가 김하경 선생님, 고승하 선생님 같은 분들이 참석하셨더군요.

전교조 경남지부 출범식이 열리던 날, 가톨릭여성회관 옥상에서 농성을 하던 김용택 선생님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되었고, 초기에 활동하시던 선생님들 모습에는 20년 세월이 묻어나더군요.

현수막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그 때, 그 마음, 그 감동 올 곧게 지켜나가겠습니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인사말씀을 하시는 전교조 마산지회장님, 경남지부장님 모두 스무 살 성년이 된 전교조가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에 더 앞장서겠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역대 경남지부장과 마산지회장을 대표하여 김용택, 안종복 선생님이 인사말씀을 하셨습니다. 작금의 이런 통탄 할 교육현실에 대하여 현직을 떠나신 김용택 선생님께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셨습니다. 전교조 20년, 참교육운동 20년 역사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 되는듯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애통해하시더군요.

전교조 결성과 합법화에 이르는 과정 동안 특별히 남다른 고초를 겪은 두 분들이기 때문에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를 지켜보는 마음이 더 안타깝고 비통한 듯 하였습니다.


1989년 5월에 저는 휴학생이었습니다. 1988년 가을에 군대에서 제대하여 89년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안종복 선생님은 저에게는 나름대로 특별한 인연이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모교에서 해직되신 유일한 선생님이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때 계셨던 선생님은 아니지만, 당시 운동권 대학생이던 저는 출신 모교 교사 중에서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선언하고 해직되신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 더 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해직교사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종복 선생님 개인이 겪으신 고초와 상관없이 저에게는 자랑스런 선생님이셨습니다.

훗날,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활동으로 교육운동을 시작하신 선생님은 YMCA 운동의 여러 장면에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YMCA 대학생 강좌에서 수강생으로 선생님을 만나기도 하였고, 실무자가 된 후에는 YMCA 시민강좌에 강사로 선생님을 모시기도 하였습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전교조 경남지부 노래패 소속 젊은 선생님들이 나와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렀습니다. 두 번째 곡,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를 때는 행사 참석자들에게 함께 부르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그런데, 노래 가락이 80년대 노땅 운동권들이 부르던 가락과는 다르게 훨씬 밝고 경쾌하였습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던, 참석자들은 더러 더러 박자를 놓치면서 흥겹게 따라 부르더군요. 아마도 밝고 경쾌해진 노래가락에서 세월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20년 동행 길 동지들에게 전교조에서 저녁 밥을 대접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선물도 준비하였더군요. 왼쪽에 보이는 상자에는 벽걸이 시계가 들어있었습니다. 함께 어깨 걸고 싸웠던 단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보라색 상자는 행사에 참석자들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어려운 시절 전교조를 지켜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함없이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남지부

기념식을 여는 노래로 '참교육의 함성으로', 닫는 노래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지금도 촛불집회 현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입니다만, '참교육의 함성으로'는 참 오랜만에 불러보았습니다. 아마 10년은 더 지난 것 같습니다. 

전교조에 대한 폭압적 탄압이 지난 후, 대략 합법화 수순으로 진행되면서부터는 전교조 집회에 참석할 일이 없었기 때문인듯 합니다.

아무튼, 20년전 전교조 결성식장의 그 긴박하고 카랑카랑한 현장 음성과 전주가 나오는 동안 가사를 기억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른손을 치켜들며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하는 가사가 시작되고 나니...2절까지 무난하게 따라 부를 수 있었습니다.

기억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다 반주에 맞춰 또렷하게 살아나는 민중가요 노랫말처럼...후퇴하는 듯 보이는 '민주주의' 역시 결국은 또렷하게 다시 되살려놓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