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한글창제 세종대왕, 한글 민주화 이오덕

by 이윤기 2009. 6. 1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728x90

[서평]이주영이 쓴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


한글 창제 560여! 어느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한글이 상놈이나 여자들 말에서 대중들 표준어로 자리 잡은 것은 주시경, 김두봉, 이극로, 최현배와 같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우리시대에는 언어생활의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을 시작하여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과 사회의 민주주의를 키워 가꾸고 발전시킨 사람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고운 우리말을 살려 자기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 시작한 사람, '우리말 살리는 모임'과 같은 우리말과 글 바로쓰기 운동을 하는 단체를 만든 사람, 한글을 더욱 한글답게 만든 사람이 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교육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단어 '참교육', 허위와 거짓이 담긴 글짓기교육 대신에 아이들이 자기 삶을 솔직하고 자세하게 쓸 수 있는 글쓰기교육과 같은 새로운 개념어를 만들어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이오덕 선생이다.

한글에 민주주의를 담은 이오덕

이오덕 선생은 생전에 교육자, 어린이문학가, 수필가, 언어학자, 교육운동가, 한글운동가, 어린이문화운동가로 불리며, 우리교육과 문화에서부터 사회운동과 문화운동 영역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을 주었다.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을 쓴 이주영은 2003년 세상을 떠난 이오덕은 국어교육의 모든 영역에 걸쳐 우리사회에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그의 교육과 삶을 지지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듣기→말하기' 교육은 마주이야기교육연구소, '읽기→독서' 교육은 어린이도서연구회, '쓰기' 교육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문학'은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우리말과 글 바로쓰기'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같은 단체에서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더욱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본문중에서)

새내기 교사 때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서 함께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를 만들어 이십여 년을 글쓰기교육운동에 힘쓰는 한편,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세우고 가꾸는 일에 매달려왔던 이주영 선생이 쓴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이 책으로 나왔다.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은 지은이 이주영이 처음에 천안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으로 씌어진 글을 읽기 편하게 손질하여 책으로 엮었다. 이오덕 선생이 1925년에 나서 2003년 78살까지 우리 곁에 살다가는 동안 겨레에게 준 영향과 그가 한 일을 꼼꼼하게 되짚어 살펴본 첫 평전이라고 할 만하다.

직접 쓰거나 엮은 책, 무려 87권

이오덕 선생은 사는 동안 글쓰기 교육 책, 어린이문학평론, 수필, 교육수필, 어린이시, 어린이글모음,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와 관련하여 무려 87권의 책을 직접 쓰거나 엮어내었다. 이주영이 쓴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은 이러한 이오덕 선생이 남긴 책과 글 그리고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빠짐없이 밝히고 모아놓은 책이다.

전체 다섯 모둠으로 씌어진 책에는 이오덕 해적이와 이오덕 저서 연도별 출판현황이 꼼꼼히 씌어있는데, 해적이에는 이오덕 선생이 사는 동안 개인과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연도별로 빠짐없이 기록해두었고, 출판현황에는 직접 쓰거나 엮어낸 87권 책 목록이 빠짐없이 소개되어 있으니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은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쓰기 위한 교육으로 듣기 말하기 교육, 읽기교육, 쓰기교육, 문학교육으로 나누어 국어교육 전 영역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두루 살폈다.

그는 교사로서, 교육운동가로서 일제 군국주의 식민지 노예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육 현실을 비판하면서 어린이들을 지키고 살리기 위해서는 삶을 가꾸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삶을 가꾸는 교육을 집약하는 표현으로 '참교육'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참교육이라는 말은 1980년대를 통과하면서 교사와 국민들 사이에 교육민주화와 교육개혁을 지향하는 새로운 교육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89년 교육민주화와 개혁을 주장하면서 결성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을 실현하는 교육으로 참교육을 주장했고, 얼마 후 교육민주화와 개혁을 주장하는 학부모 단체가 결성됐다. 그 단체 이름도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였다.

이오덕은 참교육으로 가는 길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특별히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였는데,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담임교사가 아이들편에 서서 참교육을 하겠다는 결심만한다면 민주교육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단 일 년만이라도 민주학급에서 살수 있다면 설혹 그 다음에 좋지 않은 교사가 담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일 년 동안에 얻은 귀한 삶의 체험은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다가 죽을 때까지 그 삶을 바르게 지탱해준다고 믿는다고 했다."(본문 중에서)

아이들, 단 1년이라도 민주학급에서 지내야


이오덕은 민주교육, 참교육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어린이를 지키고 살리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이 자기가 겪은 글을 자유롭게 솔직하고 자세하게 쓸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곧 학급과 학교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될 때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으며, 그런 글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는 민주적인 인간화교육의 잣대가 된다고 했다.

이오덕이 글짓기 대신에 '글쓰기' 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역시 참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어른 작가나 다른 어린이가 상을 받은 글을 흉내 내도록 지도하거나 글의 형식미를 강조하고 겉모습을 꾸미는 글이 아닌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자세히 쓰고, 글 내용이 담고 있는 진실성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살핀다는 뜻에서 글짓기가 아닌 글쓰기 교육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오덕은 동시를 어른이 쓴 어린이를 위한 시와 어린이가 쓴 시로 나누어야 어른 흉내를 내는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를 동시라고 부르고, 대신이 어린이가 쓴 시는 '어린이 시'라고 구분해 부르자는 제안이다.

지은이 이주영은 이 책에서 이오덕이 쓴 <참교육으로 가는 길>을 여러 번에 걸쳐서 인용하고 있다. 마치 제도교육의 틀을 넘어 자유교육을 꿈꾸는 여러 대안학교의 교육이념을 풀어 쓴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이들을 채찍질해서 점수 따기 경쟁을 시키는 짓을 곧 그만두고, 일하는 가운데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공부가 되도록 하고, 일하는 것이 즐거운 놀이가 되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사람다운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되고, 사람다움 행동을 하면서 자라난다. 인간의 사회와 역사가 살아나도록 하는 길을 이것 밖에 없다."(본문 중에서 <참교육으로 가는 길>에서 인용)

지은이는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에서 이오덕이 주장한 교육을 민주 교육, 민족 교육, 인간 교육, 일과 놀이교육, 생명 교육의 길로 나눠서 그의 사상과 실천방법을 자세히 살핌으로써 독자들이 이오덕 선생의 교육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가 바로 참교육

이오덕 선생의 교육사상은 우리말과 글을 바로 쓰는 글쓰기 교육을 매개로 발전했다. 글쓰기 참교육, 어린이 시와 같이 그가 바꾼 말은 단순히 말을 바꾼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말이 담고 있는 세상을 만드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다.

조지 레이코프라는 언어학자는 자신이 쓴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에서 '프레임을 바꾸면 세상(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오덕 선생 역시 프레임을 바꾸어 성공한 분이 아닐까?

이 책은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이오덕 입문서가 될 것 같고, 글쓰기 교육을 통해서 어린이문학을 통해서 혹은 우리말과 글 바로쓰기를 통해서 이미 이오덕 선생을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생애와 사상을 통합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줄 만한 책이다.

선생은 살았을 때, 자신이 대표를 맡았거나 관여했던 여러 단체의 회보를 직접 손으로 글을 써서 만든 일이 많았다고 한다. 손으로 쓴 원고를 인쇄하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국을 다녀오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고 한다. 선생의 소박함 마음과 헌신성, 열정과 신념이 책 여러 곳에 묻어 있는데, 이를 발견하는 것은 책 읽는 이에게 덤으로 주어지는 기쁨이라 생각된다.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 - 10점
이주영 지음/나라말
728x9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