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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시민대표 헌화, 누구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by 이윤기 2009.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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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49재와 안장식에 다녀왔습니다. 돌아가신 그 분과의 작은 인연이 끈이 되어 안장식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활짝 개인 맑은 하늘이 따가운 햇살을 내리쬐고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습니다.

많은 추모 인파가 몰려들어 혼잡할 것 같아 아침부터 서둘러 봉하마을로 출발하였더니 9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였습니다. 줄을 서서 안장식 참가 '비표'를 받고 다시 한 번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안장식이 열리는 사자바위 아래에서는 행사 준비 마무리와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봉하마을 생태연못을 찾아가 연꽃 구경을 하고, '사람 사는 세상' 현판이 걸린 정자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하였습니다. 대부분 추모객들이 마을과 부엉이 바위아래 나무그늘 그리고 안장식 행사장 주변에 몰려 혼잡하였지만, 생태연못 주변과 정자는 비교적 한산하였습니다.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안장식 추모공연 '잘가오 그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추모객들이 한 여름 뙤약볕에도 자리를 뜨기 않고 공연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차분하게 공연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오열하기 시작한 것은 노찾사가 '광야에서'를 부르면서부터 입니다.

왜 하필 그 노래였는지,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노찾사 맴버들이 '광야에서'를 부르자 함께 따라 부르던 시민들이 한 두 사람씩 흐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을 회관 앞 그늘에 있던 주부 한 분은 엉엉 소리 내어 흐느끼며, 그리고 오른 팔을 지켜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더군요. 그분을 지켜보니 슬픔과 분노가 한 꺼 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더군요.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울음을 참아내더군요. 이미 49일 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고, 이미 슬퍼 할 만큼 슬퍼하고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당신이 또 국민들을 울렸습니다.

이윽고 12시간 조금 넘어 안장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비교적 많은 사람들은 차분하게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는 듯하였습니다. 권양숙 여사와 상주가 차례로 예를 올릴 때도, 한명숙 장의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내빈들이 헌화하고 분향하는 동안에도 시민들은 차분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에 시민대표 14명이 헌화를 시작하자 안장식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끝내 울음을 참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사회자인 문성근씨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결코 인연을 맺을 수 없었던 시민대표들이 대표로 헌화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한 분, 한 분 영상을 통해 소개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 분과 인연을 맺은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 때문이었을까요?

부림사건 연루자, 자갈치 아지매, 원진레인온 대표, 국민경선 지킨 포장마차 아줌마, 선거혁명을 위해 돌반지를 내놓은 분, 4.3사건 유족대표들이 소개될 때마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습니다.

추모객들은 울음바다에 몰아넣은 분은 바로 암투병 중 자신의 소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뒤 세상을 떠난 성민영씨 어머니가 소개될 때였습니다. 안타까운 죽음과 죽음의 인연을 소개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일까요? 사회자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참 많은 분들이 소리 내어 흐느꼈습니다.


저 역시 함께 울었습니다. 시민대표 한 사람, 한 사람이 소개되는 영상을 보면서 도저히 울음을 참아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자의 말 그대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민대표 열 네 명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을 수 없는 분'들이 분명하였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곁에 있는 그래서 늘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웃이었고, 결국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분이 우리 모두를 울린 셈입니다. 군림하지 않은 대통령, 국민들 곁에 있던 대통령, 국민들이 원하는 곳으로 달려갔던 대통령,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와 함께 손을 맞잡았던 그 분이 결국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러 온 국민들을 모두 울린 것 입니다.

공식행사가 끝난 후 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새겨진 '작은 비석' 앞에 줄을 서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비석 아래에는 그 분이 슬퍼하는 국민들에게 남긴 희망의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제 슬픔을 참을 수 없어, 끝내 참을 수 없어 소리 내어 흐느껴 울었던 우리들은 '스스로 조직화된 시민'이 되어 민주주의를 지켜야만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조직화된 시민이 되는 것' 그것이 그 분의 바람입니다.